중국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나라다. 베이징 시내에는 현대식 고층빌딩이 즐비하지만, 번화가를 조금만 벗어나면 그런 빌딩 앞으로 벽돌을 나르기 위해 말이 끄는 수레가 지나가는 광경을 어렵잖게 볼 수 있다.
지식재산권 분야에 있어서도 과거와 현재가 공존한다. 예를 들어, 중국 특허법이 시행되기 시작한 것은 1985년부터이다. 수백 년의 특허제도 역사를 가지고 있는 영미권에 비할 때 중국의 특허제도는 과거의 측면이 있다. 그만큼 특허 관련 법령의 완성도, 판례의 축적, 일반인들의 특허에 대한 인식, 기업의 특허권 창출 및 활용 등에 있어서 미흡한 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중국 경제의 경이로운 발전 속도만큼이나 지식재산권의 발전 속도도 엄청나다. 지방에서는 아직도 특허나 상표에 대한 인식 자체가 미미한 반면, 일부 학자들 사이에선 특허권의 남용이나 사이버 저작권 침해 등 최신 이론에 대한 논쟁이 활발하다.
흔히 중국이 지재권 보호를 강화하는 것은 외국의 압력에 의한 것이라고 알고 있으나, 사실 그것만이 이유의 전부는 아니다. 13억 인구가 선진국과 같은 수준으로 경제적 부를 누리기 위해서는 현재 보유한 천연자원을 이용한 제조업만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하고, 지재권을 경제발전의 새로운 원동력으로 삼아야만 가능하다는 계산을 했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15일에 열린 중앙공산당 제17차 전국대표대회 개막연설에서도 후진타오 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은 지재권 창출을 통한 경제발전과 지식재산전략 시행을 공언했다.
지식재산전략은 중국 지재권의 권리화, 보호, 운용, 관리 등 전 분야를 망라하는 종합 계획으로서, 2005년부터 2년여의 준비작업을 거쳐 이제 제정 및 시행을 눈앞에 두고 있는 야심찬 계획이다. 공산당이 국가핵심인 중국에서 당이 지재권을 중시한다면 그 추진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중국이 지재권 중시 정책의 하나로 신설한 자격 중 전리공정사(專利工程師)는 `특허 엔지니어' 정도의 의미로서, 주로 기업 내에서 특허검색, 특허출원, 특허전략수립, 특허침해분쟁 처리 등 지재권 관리 업무를 수행하는 인력을 위한 것이다. 상하이시에서 시범적으로 실시되어, 작년에 관련 규정 제정과 더불어 첫 자격시험이 시행된 후 올해 첫 전리공정사들을 배출했다.
전리공정사 자격 취득의 난이도는 변리사와 비슷한 수준으로서 기존의 변호사나 변리사 자격제도를 활용하지 않고 새로운 자격을 만들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들기도 하지만, 기업의 지재권 강화를 통한 기업의 경쟁력 제고라는 국가적인 실리를 위해서는 특화된 자격증 신설도 마다하지 않는 과감성은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부분이 아닌가 한다.
중국은 내년을 목표로 특허법 개정을 준비하고 있는데, 이 개정에 관한 이론 연구를 위해 특허청은 작년에 법원, 대학교수, 변리사 등에 연구용역을 주어, 그 결과물로 개정의 쟁점사항에 대해 논문 40편, 1700여 페이지에 달하는 보고서를 냈다. 비록 선진국에 비해 늦게 출발했지만, 계속 뒤쳐져 있지만 않겠다는 학습의 열정이 뜨겁다.
많은 사람들이 중국은 지재권 후진국으로만 여기고 있지만, 최근 빠르게 일어나는 괄목할 만한 변화를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특히 최고 통치권자부터 단지 외국의 압력 때문에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국부의 원천을 지재권 창출에서 찾아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국가적인 계획을 치밀하게 준비하여 추진하는 상황을 주목하고, 이를 우리의 지재권 중시 정책에 타산지석으로 삼는 태도가 필요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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