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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착오
나는 방안구석 구석을 기어 다니며 눈을 번뜩였다. 얼굴에 화끈화끈 열이 오르고, 등으로 굵은 땀줄기가 흘러 내렸 다. 눈으로 입으로 짠 땀물이 스며들었다. 하지만 나는 흐르는 땀을 닦을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저 얼른 잃어버린 안경 다리 한쪽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얼마나 오랫동안 헤매었을까? 휴지통 옆에서 반짝이는 물체를 찾아내었다. 바로 그토록 애타게 찾던 그 안경다리였다. 아주 의외로 눈에 띄기 쉬운 곳에 있었던 것이다.
“휴유⋯”
이윽고 팽팽해졌던 나의 신경이 느슨해지고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이제 이것을 제대로 맞추기만 하면⋯”
“아니! 이게 웬일이야!”
안도감도 잠깐, 나는 다시 크게 당황하게 되었다. 안경과 다리를 이어주는 작은 나사가 없었던 것이다. 그제 서야 나는 문제의 원인을 깨닫게 되었다.
‘나사가 풀리는 바람에 안경다리가 떨어져 나간 것이로구나.’
나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서랍을 뒤져 비상금을 꺼내었다. 안경점에 가서 수리를 부탁해볼 생각이었던 것이다.
“호오, 나사가 빠졌구나. 이건 간단하지!”
안경점 아저씨는 노련한 솜씨로 안경을 다루었다. 아주 잠깐만에 내 안경은 멀쩡한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자아, 이 나사는 가끔 조여 줘야 한단다. 좀 헐거워졌다 싶으면 작은 드라이버로 돌리면 돼.”
아저씨께 주의사항을 들은 뒤 나는 안경들이 가득 들어차있는 그곳을 빠져 나왔다. 그리고 주머니에 들어있는 돈을 만지작거렸다. 내가 생각한 것과 달리 아저씨는 단 한 푼의 돈도 받지 않았다. 안경을 쓰다보면 그런 일은 의례히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그냥 무료로 고쳐준다는 설명이었다.
거리에는 차들이 꼬리를 물고 분주히 지나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도로의 이쪽 저 쪽으로 많은 사람들이 오고갔다. 어디선가 본 듯한 낯익은 얼굴도 있었고, 때로는 피부색이 다른 아주 낯선 외국인들도 보였다.
‘나처럼 안경을 쓴 사람이 정말 많구나!’
나는 처음에는 사람들을 무심코 봤으나, 얼마 후엔 그들이 안경을 썼는지 안 썼는 지에 관심을 두고 보게 되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안경을 쓰고 있었다. 어떤 때는 일행으로 보이는 네다섯 명의 사람들이 모두 안경잡이 일때도 있었다.
‘이러다가 모든 국민이 안경을 쓰게 되는 것 아니야?’
나는 점점 마음을 쏟고 관찰하였다.
‘가만, 저 많은 사람들이 전부 나처럼 그런 불편을 겪었겠지?’
나는 안경을 벗어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안경의 몸체와 양 다리는 아주 작은 나사에 의존하여 연결되어 있었다.
‘이렇게 나사가 작으니까, 한번 떨어뜨리면 도저히 찾을 수 없게 되지!’
‘만약 이 나사를 크게 하면 어떨까? 그러면 다루기 쉽지 않을까?’
나는 큰 나사를 사용한 안경을 상상해 보았다.
‘안경다리가 이렇게 얇은데, 나사만 크면 정말 웃길 거야!’
나는 어깨를 으쓱해보고는 다시 타박타박 걷기 시작했다.
내가 다시 걸음을 멈춘 곳은 어느 양장점 앞이었다. 한 아주머니가 진열장의 마네킹을 분리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모습이 나에게는 너무나 신기하게 보였다.
마네킹은 몸체와 각 부분이 서로 나사의 원리에 의해 조립되어 있었다. 즉 몸체는 암나사의 역할을 하고 팔이나 다리 등에 수나사가 달려있어 그대로 맞춰 돌려 끼우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가만⋯ 혹시 이 방법을 안경에다 적용할 수 없을까?’
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 생각 대로만 된다면 아주 멋진 안경이 탄생할 것 같았다.
서둘러서 집에 돌아오니 때마침 엄마가 한가히 쉬고 계셨다.
“엄마! 엄마 제 생각 좀 들어 보세요.”
나는 신발을 벗는 둥 마는 둥 하고 장황히 설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안경다리의 끝을 수나사로 만들고, 안경 몸체 자체를 암나사로 이용하자는 말이지?
“네! 그러면 이런 불편한 작은 나사를 쓸 필요가 없잖아요.”
나는 흥분이 채 가시지 않아 격양된 목소리로 떠들었다.
“그래. 좋은 생각이구나. 하지만 그렇게 만들면 안경은 어떻게 접을까?”
엄마의 설명을 듣자,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나는 미처 그런 생각까지는 못했던 것이다. 갑자기 내가 바보스럽게만 느껴졌다.
“너무 실망하지 말아라. 너는 드디어 발명에 발을 들여 놓은 거야. 다른 사람보다 한걸음 앞서있는 셈이지⋯”
엄마는 나의 어깨를 토닥이며 격려해주셨다.
“발명은 문제점을 깨닫는 데서부터 시작되요. 그리고 여러번의 시행착오를 겪게 되죠. 한 번에 성공하지 않았다고 포기하면 안돼요.”
언젠가 선생님이 들려주신 발명의 이야기가 귓전에 맴돌았다.
‘그래, 나는 이제 출발선에 선거야. 이것을 바탕으로 더욱 발전해야지⋯’
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가슴 속에서 용기가 샘솟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왕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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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연중의 발명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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