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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 아이스박스 이용 구명 옷
“어린애가 빠졌어요!”
“밧줄을 던져요.”
“오 맙소사!”
강변은 일시에 아수라장이 되어 버렸다. 물장구를 치던 사람, 도시락을 먹던 사람, 낮잠을 즐기던 사람까지 모두 당황해 하고 있었다.
즐거움이 넘치던 강둑 변을 따라, 걱정의 소리와 탄식소리만이 넘쳤다. 어른들은 어른대로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모두 겁에 질린 얼굴로 강 중앙을 바라 볼 뿐이었다.
허우적거리는 아이의 작은 팔과 그 옆에서 구조에 힘쓰는 서너 명의 어른들⋯ 정말 긴박한 순간이었다. 바라보고 있는 내손에 땀이 다 날 지경이었다.
“아이고, 이제 살았네⋯”
“정말 다행이야.”
천만다행으로 작은 아이는 한 아저씨에 의해 물 밖으로 끌려나왔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안심의 한숨소리가 들려왔다. 나도 긴장이 풀려 온몸에 힘이 빠진 것처럼 느껴졌다.
“정말 큰일 날 뻔 했구나⋯ 대진이는 절대 깊은 물로 가지마라.”
엄마는 아직 놀란 가슴이 진정이 안 되셨는지 가슴에 손을 얹고 계셨다. 행여나 내가 그렇게 위험에 처할까봐 걱정이신 것 같았다.
“염려 마세요.”
나는 엄마를 안심시켜 드리곤, 강변 쪽을 바라보았다. 멀리 구급차가 사라지고 있었다.
“휴유-”
그제서야 길게 한숨이 새어 나왔다. 정말 긴장되고 안타까운 시간이었다. 행여나 아이가 잘못되지는 않을까. 마치 내 동생에게 그런 일이 일어난 것만 같아 걱정이 되었다.
“형, 우리 또 물에 들어가자. 이렇게 그냥 있으면 재미없잖아?”
대훈이는 그새 그 사건을 잊어버린 듯, 자꾸 수영을 하자고 떼를 썼다. 정말 아무런 걱정 근심이 없는 아이이다.
“너, 좀 전에 아이가 물에 빠진 것 못 봤어? 너도 그렇게 되면 어떡하냐? 그냥 여기서 놀자.”
“싫어. 수영튜브가 있으니까, 괜찮단 말야. 물에 가자.”
대훈이는 몸을 세차게 흔들며 칭얼거렸다. 아이스크림을 사준다고 달래도 소용이 없었다. 아주 막무가내였다.
“수영튜브도 안전하질 않아. 아까 그 애도 튜브를 가지고 있었단 말야.”
대훈이 처럼 작은 아이들은 수영튜브를 가지고 노는 것이 더욱 위험해 보였다.
튜브만 믿고, 물 깊은 곳으로 가기 일쑤이고, 물살이 급한 곳에서는 튜브를 놓치기도 하였다. 또는 튜브보다 몸이 작아서 밑으로 쏙 빠져 버리기도 했다. 도저히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아앙!”
대훈이는 결국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너무나 서럽다는 식으로 굵은 눈물을 줄줄 흘렸다.
“아이고 알았어. 조금만 기다려. 생각 좀 해보자.”
나는 귀를 틀어막고 머리를 흔들었다. 대훈이의 울음소리는 기차가 지나가는 소리보다 더 커서 정신이 없을 정도였다.
잠시 후, 엄마 아빠가 총동원이 되어 가까스로 대훈이를 달래기는 했으나, 여전히 불안했다. 언제 갑자기 떼를 쓸지 모를 일이었기 때문이다.
정말 걱정이었다. 강변으로 놀러 와서 물에 안 들어 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위험을 무시할 수도 없었다. 방법은 단하나, 구명옷을 입히는 것뿐이었다. 그러나 당장 구명옷을 구한다는 것은 무리였다.
그때, 멀지 않은 곳에 아이스박스가 버려져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그 순간 눈이 번쩍 뜨였다. 물에 잘 뜨는 아이스박스를 이용하면 간이 구명옷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는 즉시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기로 작정했다. 그래서 커다란 천을 구하고 아이스박스를 잘게 잘라 바느질을 시작했다.
우선 천은 대훈이의 몸에 맞는 크기의 직사각형으로 자르고, 아이스박스는 필통만한 크기로 가지런히 잘랐다. 그런 다음 아이스박스 조각을 천 사이에다 나란히 넣고, 그 주위를 촘촘히 바느질했다. 형편없는 바느질 솜씨이지만 열심히 노력했더니 그런대로 쓸 만해 보였다. 이렇게 똑같은 것을 두 장 만들었다. 흥부네 자식들이 입었던 것 같은 자루 옷을 만들려고 한 것이다.
“와, 이걸 정말 형이 만들었어?”
완성된 구명옷을 보여주자, 대훈이는 너무도 좋아했다. 아주 멋없고 초라한 것이었는데, 대훈이는 왕자의 옷이라도 입은 것처럼 으스댔다.
“정말 다듬으면 아주 멋지겠는걸. 어린아이들에겐 안성맞춤이야. 놓칠 염려도 없고, 바람이 빠질 염려도 없으니⋯”
아빠도 놀라워하시며 칭찬해 주셨다.
“이거 이름은 둥둥이가 어때? 물에 둥둥 뜰 수 있게 하는 거니까.”
대훈이는 눈을 빛내며 조잘거렸다.
“둥둥이? 좋은 이름이다.”
엄마도 환하게 웃으시며 말하셨다.
“좋아! 둥둥이 1호 출발!”
대훈이는 한 팔을 높이 치켜들고 강가를 향해 뛰어갔다. 그 모습이 마치 한 마리 곰을 보는 것 같아 우리 식구는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겸임 영동대학교 발명특허학과 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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