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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원 소녀’, 발명가로 재탄생
아버지의 붕어빵, 발명 호기심
“김지효 학생! 입사를 축하합니다!”
2011년 겨울, KBS 스카우트 녹화장에서 내 인생은 180도 바뀌었다.
유명한 공과대학의 교수이신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나는 어릴적부터 무언가 만들기를 좋아하고 색다른 생각을 하는, 일명 ‘4차원 소녀’였다. 주변에서 내가 생각하는 방식이 남들과 다르다고 했다. 예를 들어 컵에 물이 반 정도 차 있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컵에 물이 반밖에 없네.”라고 하지만, 나는 “컵에 물이 반이나 있네.”라고 말하곤 했다.
또 초등학교 때 내 또래의 다른 여자 아이들은 벌레 같은 걸 징그러워하며 싫어했지만, 나는 학교 뒤뜰에 굉장히 많이 살고 있던 공벌레의 움직이는 모습을 몇 시간씩 관찰하기도 했다. 벌레 말고도 로봇이나 다른 모든 사물에 호기심이 많았다. 그래서 초등학교 때에는 학교 대표로 자연탐구대회에도 많이 나가곤 했다.
아버지께서도 이렇게 또래와는 다르게 좀 독특한 시각을 가진 나를 나무라기보다, 나의 9번째 생일에는 직접 만든 벌레 로봇을 선물해 주시는 등 내 4차원적 사고를 키우는 데 도움을 많이 주셨다.
이러한 4차원적 성향은 중학생이 되어 발명으로 탈바꿈할 수 있었다. 독특한 나를 눈여겨보신 과학 선생님께서 경기도교육청 발명 교실에 추천해주셨다. 그것이 내가 발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계기가 되었다.
2년간의 교육을 마치고 나니 ‘아! 이게 내 길이다.’라는 생각이 들어 발명을 더 배울 수 있는 고등학교에 진학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발명을 지원하는 고등학교는 없었다. 오히려 주변에선 대입을 준비해야 할 시점에 왜 그런 학교를 찾느냐는 걱정까지 했다.
그렇게 낙담하던 중 삼일공업고등학교에서 학교 홍보를 나왔다. 공업고등학교는 생각지도 못했기에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고 있는데 딱 한 단어가 귀에 들어왔다. ‘발명’을 전공하는 발명창작과가 있다는 것이다.
와우! 나는 쾌재를 질렀다. 바로 그 자리에서 진학 상담 신청서에 이름을 적어냈고 직접 학교를 방문해 상담도 받았다. 부모님께서도 처음엔 펄쩍 뛰며 반대하셨지만 발명을 하고자 하는 나의 열정 때문에 허락해 주셨다. 그리고 나는 드디어 삼일공업고등학교 발명창작과에 입학할 수 있었다.
‘4차원 소녀’, 600 대 1의 경쟁률을 넘다
발명을 전공하게 되니 발명교실에서는 배우지 못했던 더 깊이 있는 내용을 배울 수 있었다. 브레인스토밍, TRIZ와 같은 발상 기법뿐만 아니라 자신의 발명을 지킬 수 있는 지식재산권에 대해 배웠고, 직접 명세서를 작성하여 특허도 출원할 수 있었다.
또한 특허청에서 발명특성화고등학교를 대상으로 하는 진로 지원 캠프에도 참여할 수 있었는데 그곳에서 창업 성공자, 대기업 인사과 부장, 입학사정관 등 다양한 분들의 강연을 들으며 ‘발명을 통해 대학진학 뿐만 아닌 취업, 창업도 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놀랍게도 그 생각은 곧 모습을 드러냈다. 그 당시 KBS에서는 ‘스카우트’라는 특성화고등학생을 대상으로 경연을 통해 우수한 학생을 선별하여 꿈의 기업에 취업할 기회를 주는 신생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우리학교에서 그 프로그램을 나가게 된 것이다.
‘이건 내가 꼭 해야 되겠구나!’ 하는 생각에 서류를 작성해 신청했고, 서류 심사, 예선, 본선을 무사히 통과했다. ‘무사히’라고 했지만 사실 전교의 600명이 넘는 학생들 중 5명을 선발하는 것이라 조마조마했다.
마지막 결선은 ‘엄마를 위한 발명’을 하는 미션을 해내야 하는 것이었다. 어머니께서 불편함을 느끼시는 부분을 찾다가 가스레인지의 찌든 때 청소로 힘들어 하시는 모습을 보고 ‘원터치 청소 가스레인지’를 개발했다.
드디어 결선의 날, 아침 일찍부터 KBS 스카우트 녹화장으로 갔다. 내 발표 순번을 첫 번째였다. 그래서 더욱 떨렸지만 응원석에서 지켜보고 계신 부모님을 생각하며 힘을 얻어 발표를 시작했다.
“가스레인지를 청소할 때 찌든 때로 힘드셨죠? 제가 그 문제점을 해결했습니다.”
이렇게 나는 첫 말문을 열었다. 나의 발표를 포함해 다섯 사람의 발표가 모두 끝나고 심사위원의 심사결과에 따라 우선 최종 두 사람을 선정했다.
“그럼 최종 2인을 발표하겠습니다. 첫 번째는…… 김지효 학생입니다!”
‘최종 2인에 선발되다니!’ 결국 우승은 나 말고 선배가 했지만 내가 발명한 것이 이렇게 인정을 받아 최종 2인까지 하게 되었다는 사실이 발명가로서 매우 기뻤다. 6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이 자리에 선 것이니까.
발명 소녀로 재탄생하다
그런데 갑자기 이날 스카우트 프로그램에 ‘꿈의 기업’으로 참여한 동양매직 부회장님께서 긴급 발표를 하셨다. 순간 무슨 일인가 모두들 숨죽였다. ‘이게 무슨 일이지?’ 그 자리에 있던 많은 사람들의 얼굴에 물음표가 그려졌다. 드디어 그 긴급 발표의 내용이 알려졌다. 원래는 1등만 채용하는데, 2등을 한 학생도 채용하겠다는 것이다! 순간 머릿속에 종이 울리는 듯했다. 아버지를 바라보니 ‘우리 딸 최고’라며 엄지 손가락을 들어주셨다. ‘발명’이란 단어의 의미를 잘 모르는 어릴 때부터 시작한 발명은 이렇게 내 삶을 180도 바꾸게 해주었다.
내 생활은 더욱 바빠졌다. 지식재산 원년 강국 선포식에서 청년 대표로서 초청되어 대통령과 “지식재산 미래강국, 앞서가는 대한민국!”이라고 선포를 하기도 했고, 경기 특성화고 박람회에 초청되어 난생 처음 커팅식에도 참여할 수 있었다. 또한 새누리당 19대 국회의원 연찬식에서 ‘발명가의 삶’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여 청년 강연자로서의 첫발걸음도 내디뎠다. “안녕하세요? 언제나 발명과 함께하는 발명소녀, 김지효입니다.”라는 강연 첫 인사말과 같이 나는 언제나 발명과 함께했기에 이렇게 지금 완전히 바뀐 새로운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
고등학교 2학년 겨울에 나는 벌써 취업이 확정되었다. 다른 친구들은 대입 준비를 하느라고 피가 마르는 시간을 보냈지만 난 그 다음해인 3학년 9월, 회사에 첫 출근을 하는 날까지 보람 있는 시간을 보냈다. 읽고 싶었던 책을 읽거나 가고 싶었던 곳에 여행을 가고 입사 직전에 여러 준비를 하며 알찬 시간표를 채워나갔다.
회사에 첫 출근을 하기 전날 살짝 두렵기도 했지만 설렘이 더 컸다. 너무 설레서 잠을 설치기까지 했다. 다른 친구들은 여전히 학교에 남아 있는데 다른 친구들이 해보지 않은 경험을 내가 먼저 하는 것이라 걱정과 흥분이 교차했다. 하지만 기쁨이 더 컸다. 출근하는 첫날에 뭘 입을까 하는 행복한 고민도 했다. 출근을 해서 회사에 가보니 아무리 젊어도 20대 후반, 30대이고 나 같은 10대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내 또래가 없으니까 내가 먼저 출발한 것 같아 왠지 뿌듯한 기분도 들었다. 발명이 나를 이렇게 세상으로 빨리 인도해줬다고 생각하니 정말 발명의 길로 들어선 것이 탁월한 선택 같았다.
이 독특한 삶의 경험을 이후에 KBS의 ‘강연 100도씨’ 프로그램에 나가서도 이야기를 했다. 학업 성적 때문에 고민이 많아 요즘 자살까지 하는 친구들도 있는데 그들에게 다른 길이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 나는 19세 연구원의 타이틀로 그 자리에 섰다. 나도 학창시절 잠시 갈등과 혼란은 있었지만 발명을 통해 내 꿈을 찾았고, 회사에 스카우트까지 된 내 사연을 들려줌으로써 내가 얻은 그 희망을 함께 나누려고 했다. 발명은 정말 나를 재탄생하게 해준 고마운 존재다. ‘앞으로서 나와 평생 함께할 발명, 정말 고마워!’
(자료제공 : 한국발명진흥회)
(출처 : 발명은 나의 힘 =김지효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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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연중의 발명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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