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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 소녀 탈출기
‘엉뚱 소녀’의 탄생
‘앗! 다음이 내 차례다. 너무 긴장을 했나? 왜 이리 배가 아프지? 면접 선생님 앞에서 방귀가 나오면 어쩌지?’
나는 긴장을 하면 방귀가 자주 나왔다. 알고 봤더니 나뿐만 아니라 주변 친구들이나 다른 사람들도 긴장을 하면 방귀를 뀌고 싶다고 했다. 아주 중요한 자리나 많은 사람들이 밀집해 있는 닫힌 공간에서 방귀를 뀌면 부끄러워 얼굴이 화끈거릴 것이다. 그렇다고 방귀를 참고 있는 것도 너무나 고통스러운 일이다.
그래서 긴장만 하면 방귀가 나오는 사람을 위해, 또 비행기와 같은 밀폐된 장소에서 나는 방귀 냄새와 소리를 제거해주는 팬티나 시트를 만들고 싶었다. 그 생각을 하면서부터 내 머릿속에는 온통 ‘방귀 팬티’ 생각뿐이었다. 나의 초등학교 6년은 이렇게 매일 엉뚱한 생각만 한 시기였다. 그래서 나의 별명은 ‘엉뚱 소녀’다.
나는 번뜩번뜩 새로운 생각이 내 머리를 스쳐 지나가면 설거지를 하고 있는 엄마에게도 소리를 쳐 묻곤 했다. “엄마 이런 생각은 어때요?” 혹은 “엄마,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엄마는 어떻게 생각하세요?”라는 말을 자주 했다. 엄마는 내가 이런 질문을 던질 때마다 생각으로만 끝나지 않게 하려고 예쁜 수첩을 사주셨다. 엄마의 사랑이 담긴 그 수첩에 나는 이름을 붙였다. 일명 ‘아이디어 수첩’.
나는 이 아이디어 수첩에 말도 안 되는 내용의 아이디어라도 생각나는 대로 몽땅 적어놓았다. 다른 사람이 보면 “뭐 이런 것도 있지?”라고 웃을지도 모를 아이디어들도 가리지 않았다. 예를 들면 ‘뜨거운 얼음’. ‘양치를 위한 컵 대용 빨대’. ‘힘없는 노약자를 위한 카트’. ‘우산을 켜기 전까지 비를 맞지 않게 하는 자동차 차양’ 등등…….
언제나 나는 생활하면서 불편한 점이 있을 때나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각나면 그에 대한 발명품을 아이디어 수첩에 빼곡하게 적었다. 내 아이디어가 어디에 쓰일지는 모르지만 좌충우돌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의 조각들은 하나도 놓치지 않고 수첩 속에 담았다. 그래서 시간이 지날수록 내 수첩은 엉뚱 발랄한 아이디어들로 가득 차 두툼해져갔다.
수첩 소녀, 드디어 ‘발명왕’이 되다
수첩 안에만 잠자고 있던 내 아이디어들이 드디어 날개를 펼칠 때가 왔다. 나의 엉뚱함을 발휘할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4학년이 되니 학교에서 발명품 경진대회가 열렸다. 나는 아이디어 수첩에 있는 내용 중 하나를 적어 냈다.
선생님은 그 아이디어가 좋다고 만들어 오라고 하셨다. 나는 순간 너무 당황했다. 이제까지 아이디어만 생각해냈지, 한 번도 만들어본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출품할 날짜까지는 남은 시간이 너무 짧았다. 또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까마득했다. 당연히 제대로 만들지 못해 완벽한 발명품을 내지 못했다.
나의 이 답답함을 아시고 선생님이 남부과학센터 발명창의력반에 시험을 볼 수 있게 추천을 해주셨다. 나는 그곳에서 전문적인 발명교육과 창의력 공부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친구들과 한국창의력대회(OotM)에 나가 특허청장상을 받고, 또 세계 대회에도 출전하여 4위를 했다.
또한 전문적인 발명 교육과 캠프로 아이디어만이 아닌 발명품도 직접 제작하여 교내 대회는 물론, 교육청 대회에서 금상을 받고 서울시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이렇게 여러 대회에서 수상을 하니까 정신이 얼떨떨해졌다. 아, 내가 정말 발명이란 걸 하는구나. 감격스러웠다. 수첩 속에서만 잠자고 있던 나의 아이디어들이 드디어 세상에서 빛을 보기 시작한 것이다.
내가 발명한 ‘적재 수단을 포함하는 쇼핑카트’는 물건을 카트에서 계산대로 올려놓고, 다시 카트로 옮겨놓는 불편함을 없앤 편리한 쇼핑카트다. 무거운 것을 들기 힘든 노약자나 임산부를 위한 발명품이다.
이렇게 발명품도 나오고 상도 받으니, 엉뚱 소녀 홍유니스는 이제 과학 소녀, 발명왕 홍유니스로 불리게 되었다. 내가 전문적인 교육을 받지 않았다면, 나의 아이디어는 실천도 못해보고, 아이디어로만 끝났을 것이다. 그리고 나 역시 엉뚱함만 강조됐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 어엿한 발명가로 한 발자국 내디딘 셈이다.
발명가의 꿈으로 고고씽!
얼마 전 나는 창의력챔피언대회에 예선에 나가 금상을 받았다. 그리고 지금 나는 전국 대회 출전 준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나의 단점은 매사에 꼼꼼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번 대회에서 이 덜렁대는 성격은 참으로 큰 장애물이다.
내가 도전하는 과제는 골드버그이다. 1mm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는 골드버그를 얼렁뚱땅 덜렁거리는 ‘대충 소녀’ 홍유니스가 도전한다! 탁구공과 골프공을 이용한 부력, 오토마타를 이용한 팀명, 도미노를 이용한 구호 등 10단계의 골드버그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발명은 내 성격도 바꿔 놓았다. 이러한 경험을 하면서 나는 모든 일에 더 치밀하고 꼼꼼해졌다. 그리고 초등학교 때보다 나 자신이 많이 커져 있다는 것을 느낀다.
지난 5월, 내가 발명한 ‘적재 수단을 포함하는 쇼핑카트’가 드디어 특허 출원이 되었다는 메일이 왔다. 그 메일을 여는 순간 나는 또 한 걸음 더 깊이 발명가의 꿈으로 들어가는 기분을 느꼈다. 나는 이 작품으로 누군가의 삶을 편리하게 해줄 수 있다는 것이 정말 기쁘다. 내 아이디어가 수첩 속에만 적혀 있는 글자였다면 나는 이만큼 행복하지 않았을 것이다. 수첩 속에 갇혀 지내던 내 아이디어들이 세상 속으로 걸어 나와 더 많은 사람들에게 편리함과 즐거움과 기쁨을 줄 수 있는 게 정말 신기하다.
요즘 나는 특허청 청소년 발명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7월 12일에는 발명기자 자격으로 여수 엑스포에 가서 미래 해양에 대해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왔다. 발명에 관해 내가 보고 느낀 것을 여러 사람에게 전하고 싶어 발명기자가 됐다. 그리고 발명으로 ‘엉뚱 소녀’가 아닌 발명왕으로 변화된 것 또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어 이 글을 쓴다.
나는 세상 모든 사람이 발명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흔히 위대한 과학자나 천재만 발명을 할 수 있다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다. 또 엉뚱한 자신의 아이디어를 아무 의미 없다고 생각해서 지나쳐 버리곤 한다. 하지만 자신감으로 무장하여 주변 사물을 관찰하고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메모해 둔다면 누구나 위대한 발명가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아이디어와 함께 중요한 것은 실천이고 공부이다. 발명에 대해 관심을 가진다면 그 다음은 행동이다. 나도 내 아이디어를 발전시킬 수 있는 발명 교육을 받았기에 ‘엉뚱 소녀’에서 탈출하고 발명가로 신나게 달려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내가 받은 발명 교육을 다른 사람에게도 알려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실제로 사람들의 삶에 편리함을 주는 발명가가 되었으면 좋겠다.
(자료제공 : 한국발명진흥회)
(출처 : 발명은 나의 힘 =홍유니스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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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연중의 발명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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