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명과 함께 꿈을 키우는 소녀
발명 입문기
“얘들아, 이번에 학교에서 발명 작품 공모전을 하는데, 너희들 모두 한 사람이 최소 한 작품 이상을 만들어 오렴.”
초등학교 3학년 때인 어느 날 담임선생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는 갑자기 발명 작품을 출품하라는 과제에 무얼 낼까 생각해 보았다. 그런데 먼저 든 생각이 ‘발명이 뭐지?’라는 궁금증이 생겼다. 하지만 그 궁금증을 풀고 과제를 해낼 시간은 없었다. 그냥 ‘발명은 그림 그리기와 상상의 퓨전이 아닐까?’라고 어렴풋이 생각했다. 그때 나는 발명에 대한 그림을 안개처럼 흐리게 그리고 있었다.
결국 이리저리 생각해보다가 리모컨 버튼을 눌러서 로봇에게 물건을 가져오게 하는 것을 작품이라고 냈다. 아마도 나는 그때 상상화를 그리듯 발명을 생각한 것 같다. 그게 실제로 움직여지는지 어떤지 상관없이 내가 상상하는 걸 그냥 그림을 그리듯 만들어 내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발명에 대해서 굉장히 크게 생각했던 것 같다. 발명이란 마치 공상과학 영화나 만화에 나오는 것처럼 태권브이 같은 로봇을 발명하거나, 우주를 날아다니는 비행접시를 만드는 것쯤으로 막연하게 생각했다. 혹은 만화영화에나 나올 투명 인간이 되는 특수약품 같은 것을 만들어 내는 것만이 발명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해 여름방학에 대전의 중앙과학관에 견학을 가서 발명품 전시를 보고 나는 깜짝 놀랐다. 발명이란 것이 내가 이제껏 알고 있었던 것처럼 그렇게 멀리 있고 대단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우리가 쓰고 있던 물건을 변형시켜 만들 수도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곳에는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사소한 물건들이 조금 작아지거나, 두 개의 물건이 하나로 합체가 되어서 좀 더 편리해진 물건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흔히 우리가 생활하면서 만나는 물건들이라 내게도 발명이 아주 쉽게 다가왔다. 저 정도면 나도 발명에 도전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생겼다.
발명의 신세계에 빠지다
드디어 그 기회가 다음 해에 왔다. 4학년 때 학교 발명 대회에서 작품을 공모했다. 나는 3학년 때 내가 실제 사용할 수 없는 로봇을 그림 그리듯 단순하게 생각하고 출품했던 발명품과는 달리 이번에는 제대로 한번 발명을 해보기로 했다.
우리 주변에 있는 물건 중에 어떤 것을 한번 변형시켜 볼까. 나는 궁리를 했다. 그때 과학관에서 봤던 발명품들처럼 어떤 식으로 조금 다르게 바꾸면 우리 생활이 편리해질까를 연구했다. 고민 끝에 우리 초등학생들도 자주 이용하는 우산에서 힌트를 얻었다. 비가 오는 날 학교에 우산을 쓰고 가면 접은 우산에서 계속 떨어지는 빗물 때문에 복도가 더러워지곤 하는 기억을 떠올린 것이다. 그래서 우산 끝부분에 빗물을 받아낼 수 있는 장치를 하면 어떨까 하고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나는 이 ‘빗물받이 달린 우산’이라는 아이디어로 은상을 받았다. 우산에서 계속 빗물이 떨어지니까 복도에 빗물이 떨어져 미끄럽고, 우산을 들고 움직일 때 발목이 젖는다는 불편함을 겪어본 후 생각한 이 발명품은 성공적이었다. 그냥 말 그대로 우산 끝부분에 빗물받이 컵이 달린 간단한 발명품이었지만, 내게 발명이라는 게 무엇인지 처음으로 피부로 와 닿게 해주었던 의미 있는 ‘사건’이었다.
상을 탄 지 얼마 되지 않아, 교실마다 “각 반에서 발명 대회 금상, 은상 수상자는 발명실로 오세요.”라는 방송이 나왔다. 선생님께서는 각반의 금상, 은상 수상자를 대상으로 ‘발명심화반’을 진행할 예정인데 혹시 해볼 생각이 있느냐고 물으셨다. 발명에 대한 관심이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었고 특별히 뽑힌 것 같은 으쓱한 기분에 나는 당연히 참가한다고 대답했다.
그렇게 발명심화반에서 발명 수업을 들었다. 이금선 선생님께서 발명을 쉽게 하는 방법, 그리고 특허 출원하는 방법과 무료 변리 신청한 것 등을 알려 주셨다. 발명 아이디어를 내서 출원서를 작성하고, 특허 정보 검색 사이트인 키프리스(WWW.Kipris.or.kr)에 들어가서 동일한 특허가 있는지 확인했다. 그리고 무료 변리 제도를 이용하여 직접 특허 출원 신청까지 해보았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다 신기했다. 나는 내 이름으로 ‘제기 공’이라는 발명품을 신청했다.
발명의 전도사를 꿈꾸다
그 후에 전주시 교육지원청에서 발명영재반 선발 시험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지원을 했다. 1차, 2차, 3차까지 무사히 통과한 나는 영재반의 어엿한 가족이 되었다. 수업 일정을 살펴보니 매주 화요일마다 다른 것은 못할 정도의 스케줄이었다. ‘화요일이 힘들겠구나.’라는 마음보다는 ‘화요일에 실컷 발명을 할 수 있어 신난다!’라는 마음이 더 컸던 것 같다. 좋은 선생님들과 영재반 수업을 하니까 자연스레 발명과 가깝게 되고, 발명 대회에도 자주 참가하게 되었다.
가끔은 기대한 만큼 발명 대회에서 결과가 나오지 않아서 기분이 나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영재반이 된 것은 아주 잘한 일인 것 같다. 당장에는 바쁘고 힘들어도 발명 수업은 정말 재미있었으니까 말이다.
나는 발명반 수업과 아이디어 내기 발명 일지 등을 쓰고, 발명(과학)대회 참가 등으로 학원 스케줄을 맞추기 어려워서 다른 친구들처럼 학원에 다니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학교 성적이 뒤처지지 않게 수업 시간에 더욱 집중했다. 그랬더니 집중력이 더 좋아지고 학교 성적도 최상위가 되었다. 학원에 오고가는 시간이 없어지니 여유 있는 시간도 늘어나서 책도 더 많이 읽고, 선생님들과 함께 과학 행사 부스운영 봉사 활동도 많이 했다. 이 과정을 통해 여러 사람을 만나 설명도 하고 얘기도 나누면서 자신감도 더 커졌다.
그 자신감으로 5학년 때는 전라북도 인재육성재단에서 실시하는 글로벌 해외 연수 시험에도 도전해서 장학금을 받고 8주간의 캐나다 연수도 다녀왔다. 엄마는 내가 발명을 하면서 학원비도 아끼고, 자랑거리도 많아졌다며 좋아하신다. 나도 발명을 시작하면서 내가 어떤 것을 볼 때도, 또 어떤 일을 할 때도 한 번 더 생각하고 또 다르게 바꿔 생각해 보는 습관이 생긴 것 같다.
지금 나는 특허청 소속 청소년 발명기자다. 기자증을 목에 걸고 명함을 건네며 인터뷰도 하고, 기사도 쓰고, 이번에는 여수세계박람회에 취재를 다녀오기도 했다. 기자단 활동을 하면서 우수 기사로 뽑힌 다른 기자들의 기사들을 읽으면, 많이 조사하고 깊이 공부한 흔적이 느껴져서 놀랍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다.
나도 알찬 기사를 쓰고 싶다. 요즘은 친구들도 가족들도 발명에 관심이 많다.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지금처럼 친구들과 가족들 그리고 선생님과 함께 발명을 얘기하며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
(자료제공 : 한국발명진흥회)
(출처 : 발명은 나의 힘 =김서현 편=)
|
왕연중의 발명동화
Designed by DOWO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