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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기다려준 발명
발명교육이 준 변화
저녁 6시, 지하철 2호선. 심호흡을 크게 하고 지하철에 오른다. 그리고 크게 소리친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수도전기공업고등학교 발명반 김현우입니다. 자신감을 얻기 위해 이렇게 인사드립니다….”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나에게 집중된다. 얼굴이 화끈거리지만 그럴수록 더 크게, 더 자신 있게 외쳤다. 내 말이 모두 끝나자 사람들의 박수 소리와 함께 용기를 내라는 격려의 말들이 쏟아진다. 남 앞에서 고개조차 제대로 들지 못하고 말 한마디 제대로 못했던 내가 이렇게 큰 용기를 낸 것은 발명교육을 받고 나서부터다.
꿈이 없기에 미래도 없었다
중학교 시절 대부분의 친구들은 학원과 과외에 집중하며 성적향상을 위해 경쟁하고 또 경쟁했다. 하지만 정작 나는 게임 속에서 사람들과 경쟁하며 공부는 소홀히하였다. 남들보다 잘할 수 있었던 것이 게임이었기에 게임 속 캐릭터가 바로 나 자신이었고 곧 내 자존심이었다.
자연스레 성적 또한, 반에서 중간 정도 하는 극히 평범한 일상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고 고등학교 입학을 남겨둔 시점에서 나는 깊은 생각에 빠지게 되었다.
‘게임에 집중한들 나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 것일까?’ ‘백해무익’이라는 옛말처럼 나에게 이익이 되는 점은 아무리 생각해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긴 시간을 내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고 진정 배워야 할 것은 입시 전쟁이 아니라 자신의 본질이고, 내실이라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 하지만 나를 죄이는 듯한 고민 속에서도 딱히 탈출구는 보이지 않았다.
책꽂이에서 보물을 찾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 복도 한쪽에 놓인 책꽂이에서 뭔가를 하나 발견했다. 바로, 서울특별시 발명교실 홍보 책자였다. 어렸을 때부터 게임 다음으로 만들기를 잘했던 나에게 왠지 꼭 필요한 책 같았다. 떨리는 마음으로 책장을 넘겼다.
책 속엔 발명교육을 받아서 자신감을 갖게 됐거나, 세계 발명대회에 나가서 좋은 성적을 거둔 수도전기공업고등학교 형들의 이야기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길 때마다 내 가슴이 마구 뛰기 시작했다.
책을 덮는 순간, 발명 특성화 고등학교인 수도전기공업고등학교에 입학해야겠다는 결심이 섰고 무작정 학교에 찾아가 발명반 김성근 선생님과 형들을 만났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내내 ‘그래 한번 해 보자’는 도전 의식이 꿈틀거렸다.
그날부터 나는 발명 특성화 고등학교인 수도전기공업고등학교를 목표로 공부를 시작했다.
처음엔 책상에 앉는 것조차 힘들었지만 내가 좋아하는 ‘발명’의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기에 들썩이는 엉덩이를 내려놓을 수 있었다. 이렇게 몇 달을 집중적으로 공부한 결과 내 성적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부모님께서는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하길 바라셨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인문계 고등학교에 가게 되면 대학을 목표로 공부만 할 것이고, 점수에 맞춰 아무 대학이나 들어갈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그것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발명을 하면서 내 인생을 설계해 보고 싶었다.
결국 나의 확고한 의지로 부모님을 설득시켰고, 원하던 수도전기공업고등학교에 입학할 수 있게 됐다. 우연히 본 ‘발명교실 홍보 책자’가 내 인생의 첫 전환점이 된 것이다.
발명에 자신이 붙다!
고등학교 1학년. 꿈꾸던 발명 동아리에 가입하고 본격적인 발명교육을 받으며 형들과 함께 2003년 ‘세계창의력올림피아드’(Destination Imagination)를 준비했다. 과제는 크게 장기 과제, 즉석 과제, 즉흥 문제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 중 장기 과제는 주어진 주제를 바탕으로 시나리오, 연극, 배경, 소품, 의상 등을 직접 제작해 수많은 관객 앞에서 공연과 함께 즉흥 문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준비가 필요했다.
내가 맡았던 분야는 구조물 제작미션! 발사목이라는 몇 g도 채 되지 않는 가벼운 나무로 200kg 이상의 무거운 바벨을 버틸 수 있는 구조물을 제작해야하는데, 한자리에서 7시간 이상을 움직이지 않고 제작에 몰두했다.
비록 몸은 힘들었지만, 이때의 짜릿한 쾌감은 게임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이젠 게임중독이 아닌 발명이라는 아름다운 중독에 빠지게 된 것이다.
나에게 찾아온 변화는 이것만이 아니었다. 내성적이었던 성격 탓에 타인 앞에 나서는 것을 두려워했지만, 이러한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지하철 2호선에서 시민들께 양해를 구하고 팀원들과 연극 대사 연습을 큰소리로 하는 등 평생 살면서 잊지 못할 경험들을 하기도 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점차 자신감을 갖게 됐다.
대한민국 대표로 세계에 진출하다!
드디어 세계창의력올림피아드 대회 당일. 3만 5천 명이 밀집한 미국 테네시 주립대학교(Tennessee State University)의 대형 체육관에 입장하던 그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한 손에 태극기를 들고 수많은 함성 속에 입장하던 모습을 떠올리면 그때나 지금이나 심장이 뛰고 애국심과 사명감이 불타오른다.
세계의 발명 인재들 틈에서 우리는 수개월간 팀원들과 동고동락하며 준비한 결과물을 선보이고 발표를 했다.
결과는 세계 7위! 만족스럽지 않은 성적에 서운함도 있었지만, 인간 김현우에게만은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무대로 성장해야겠다는 큰 꿈을 갖게 해 준 계기가 됐다.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지속적인 발명교육을 받으며 나의 아이디어를 구체화시키고, 현실화시키는데 더욱 몰두했다.
그 결과 2003년 대한민국 벤처창업대전에 출품했던 '신호장치가 부착된 가정용 콩나물 재배기'가 특허를 받게 됐고 상품화하는 단계까지 이르게 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현재까지 국내외 발명대회에서 50여 회 수상, 20여 건의 지식재산권을 소유해 대한민국 인재상의 영예까지 안게 되었다.
꿈을 위한 도전
대학에 진학 후 한국대학발명협회 이주형 회장님을 만나게 되었고, 특허경영을 비롯해 실무적인 이론을 많이 배우게 되었다. 다시 한 번 발명에 대한 새로운 이론과 실무를 배우게 되면서 정해진 커리큘럼을 타파하고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창조와 발명의 길을 걷기 위해 현재 아주대학교 전자공학부에서 e-Business 학부로 전과해 공부하고 있다.
사람들은 종종 내게 묻는다. 왜 취업이 잘되는 공대를 버리고 굳이 어려운 길을 선택 했느냐고. 그 대답은 한 가지! 나의 꿈은 취업이 아닌 World Wide CEO이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는 대학을 자퇴한 이후에도 자신이 배우고 싶었던 서체 과목을 청강한 경험이 있는데, 이는 향후 애플 컴퓨터의 새로운 디자인 글꼴을 탄생시키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나 역시 그동안의 발명 경험 위에 인문학적인 지식을 더해 지금보다 더 좋은 발명품을 만들어 우리나라와 인류 발전에 공헌하고 싶다.
‘이 세상에 불가능은 없다!’라는 말처럼, 그동안 발명교육을 통해서 배운 교훈을 무기삼아 더 넓은 세상을 향해 달려갈 것이다.
(자료제공 : 한국발명진흥회)
(출처 : 2011 발명교육 우수 사례집 =김현우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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