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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바뀌면 미래도 바뀐다
성적이 아닌 생각이 꼴찌
이차방정식의 근의 공식이 무엇인지도 몰랐던 아이가 이공계 국가장학생으로 선발됐다면 믿어질까? 불가사의한 이 이야기는 놀랍게도 사실이다.
중학교 시절, 꼴찌였던 나는 2007년 과학기술부 및 한국과학재단 4년 국가장학생으로 선정됐고 현재 충남대학교 사범대학 기계금속 공학교육과에 재학 중이다. 내 인생의 놀라운 변화는 모두 발명교육과 발명에서 시작됐다.
나는 경상북도 포항에서 태어난 경상도 토박이다. 흔히 경상도 남자는 고집이 세고 자기주장도 강하다고 하는데 나 역시 그랬다. 올바른 일을 할 때 자신만의 고집과 주장이 있으면 좋은 결과가 나오지만, 중학교 시절 내 경우는 정반대였다.
예를 들면 인생을 살아가는데 근의 공식, 피타고라스의 정리는 전혀 필요 없으니 공부를 하지 않겠다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펼치며 노는 것을 합리화했다. 상황이 이러니 시험 성적은 항상 하위권에서 맴돌았다.
그러던 중학교 2학년 어느 날. 친구에게 이차방정식의 근을 구하는 문제를 물어봤는데, “넌 어떻게 이렇게 쉬운 것도 모르니?” 하며 면박을 주었다.
그때의 무안함과 머쓱함을 생각하면 지금도 얼굴이 화끈거린다.
그날은 유달리도 집에 돌아오는 길이 멀고도 더디게 느껴졌다.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그 친구를 원망하기보다는 내 스스로가 너무나 한심하게 느껴졌고 공부의 필요성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그날 이후 경상도 사나이의 자존심 회복을 위해 공부에 돌입했다.
독하게 마음먹고 공부를 하다 보니 성적이 점점 향상됐고 3학년 첫 시험에서는 꼴찌였던 내가 7등을 하는 쾌거를 이뤘다.
다시 찾아온 시련
고등학교 원서를 작성할 즈음에는 내가 원하던 인문계 고등학교에 지원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게 됐다. 하지만 이런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오랫동안 심근경색으로 고생하시던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것이다.
갑작스런 아버지의 빈자리가 혼란스러울 새도 없이 집안을 이끌어 가야 한다는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이 내 어깨를 짓눌렀다.
결국 나는 인문계 고등학교가 아닌 공업고등학교에 입학했고 집안 사정으로 인해 한 달 후에는 충남기계공업고등학교로 전학을 가게 됐다.
갑작스런 아버지의 빈자리, 그리고 원하지 않았던 대전에서의 타향살이는 나에게 이중고, 아니 삼중고로 다가왔고 차라리 안일했던 옛날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무기력한 하루하루를 보내게 되었다.
발명이 준 희망
그러던 중 우연찮게 중소기업청에서 마련한 비즈쿨에 대한 강연을 듣게 됐다. 정기적으로 각 분야의 전문가를 초청해서 듣는 것인데, 그때 한 분의 강연이 내 심장을 뛰게 했다.
어떤 중소기업의 사장님 이야기였다. 학창시절 가정형편은 어려웠지만, 발명가의 꿈을 키우며 연구에 매진하였고, 성공을 거듭 할수록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함께 새로운 꿈도 생겨나 현재의 회사를 설립할 수 있었다고 말씀하셨다.
그분의 강연은 나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고 ‘발명’을 하고 싶다는 충동을 불러 일으켰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던가!
다행히 우리 학교에 발명 수업이 있어 내 결심을 금세 실행으로 옮길 수 있었다.
또 마음 자세가 달라지니 발명수업이 재미있고 신기하기만 했다.
발명에 대해 더 배우고 싶은 욕심이 생겨 친구들과 창업발명동아리 ‘하랑’을 결성했다. 우리는 고등학교 1학년이라는 패기와 열정만으로 창업대회, 발명경진대회에 서류를 제출했다.
하지만 결과는 보기 좋게 탈락! 열정만 있었지 제대로 된 준비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시던 이상호 선생님께서 자발적으로 우리를 지도해 주셨고 적극적인 지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셨다. 선생님께서는 아이디어 도출에서 발명의 원리, 발명하는 방법, 특허 내는 방법 등을 세세하게 가르쳐 주셨다.
그때부터 우리는 발명활동에 더욱 박차를 가했고 그렇게 1년이 흘렀다.
고등학교 2학년, 우리는 다가올 발명대회를 철저하게 준비했다. 매일 모여서 서로의 아이디어를 발표하고 토론하면서 아이디어를 조금씩 발전시켜 나갔다. 또 서로 심사위원의 입장이 돼서 발명품에 대해 조목조목 평가를 해주기도 했다. 그렇게 밤이 새는 줄도 모르고, 달콤한 휴일의 유혹도 물리치며 발명에 푹 빠지게 됐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대전광역시 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에 ‘청소도구함’이라는 발명품을 출품하여 은상을 받았고, 제1회 한밭대학교 청년벤처창업아이템경진대회에서는 ‘열매채취기’로 3위에 입상하여 일본 우수발명기업 연수 및 세계 최초 광촉매 기술을 발명한 학자도 만나게 되는 영광을 얻었다.
발명 슬럼프, 발명으로 극복한다
여러 번 발명대회에 도전했지만 모든 대회에서 다 입상을 한 것은 아니다. 예선에서 떨어지기도 수차례! 아이디어는 좋았지만 도중에 포기한 적도 많았다. 하지만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마음을 독하게 먹고, 더 강해지기 위해 더욱더 열심히 발명에 매달렸다. 그리고 주말에는 산을 찾아 험난한 산길을 걸으며, 내 스스로 자만하거나 오만해지지 않도록 마음을 다스렸다.
그 결과 15개 이상의 발명, 창업경진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고, ‘멀티유저 컴퓨터의 라이선스 관리 방법, 판형 열전달부재가 구비된 배터리 모듈’ 등 10여 건의 특허를 획득했다. 이러한 노력에 보답하듯, 2007년에는 대학 입학과 동시에 한국과학재단으로부터 이공계 국가장학생으로 선정되었다는 가슴 벅찬 선물까지 받게 되었다.
현재의 내 모습은 발명교육과 발명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발명이라는 키워드는 나에게 기회, 꿈,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예전엔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발명가라는 꿈을 갖게 했고, 나의 능력을 어디서나 발휘할 수 있도록 수많은 기회를 제공했다. 그리고 소극적인 나를 적극적으로 바꿔주는 변화를 가져왔다.
예를 들자면 모르면 찾아서 해결하는 습관을 배우게 되었다. 그런 습관이 어느 샌가 몸에 배어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편식하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되었고 중소기업에서 근무를 할 수 있는 기회도 얻었다.
회사 근무 중 LED와 관련된 발명품을 개발하여, 제품화를 시킨 경험도 있고, 특성화고등학교에서 강사로 활동하며 나의 경험을 후배들을 위해 전달하는 좋은 기회도 얻을 수 있었다. 앞으로도 우리나라의 발명문화 진흥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싶다.
발명활동은 이렇게 나에게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나만의 생각을 선명하게 그려나가는 작업이었고, 공업계 고등학교 출신자로서 나를 지금까지 이끌어준 원동력이다.
지금도 어디선가 옛날의 나처럼 자신을 합리화하며 하루하루를 안일하게 보내고 있는 후배들이 있다면 꼭 말해주고 싶다. 발명에 한번 도전해 보라고 말이다.
(자료제공 : 한국발명진흥회)
(출처 : 2011 발명교육 우수 사례집 =서원석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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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연중의 발명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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