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긍정의 힘
내가 만든 수식어, 꼴찌
“대한민국 개그 대상, 수상자는 황성재!”
넘치는 끼와 탁월한 유머 감각으로 국민 개그맨의 영광을 안게 된 순간, 아쉽게도 꿈에서 깨어났다. 내 손에 연예 대상은 없었지만, 그보다 더 소중한 KAIST 합격증이 들려 있었다. 꼴찌, 황성재가 KAIST에 합격한 것이다. 이 놀라운 변화는 발명교육에서 비롯됐다.
학창시절, 나는 연예인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축제나 소풍날이 되면 직접 대본을 써서 친구들과 연극을 선보이고 춤도 추는 등 그야말로 학교는 나의 독무대였다. 하지만 성적표가 나오는 날이면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국어 가, 영어 가, 수학 가….’ 한마디로 공부와는 거리가 멀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는 책을 한 번도 펴 본 적이 없었고, 고등학교는 정원 미달로 간신히 입학할 수 있었다.
꼴찌의 혁명
고등학교 2학년 때 발명교육을 받으면서 내 인생의 기적이 시작됐다.
당시 부산에서 학교를 다니던 나는 꼭 한번 서울을 가보고 싶은 바람이 있었다. 때마침 ‘서울에서 발명대회가 열리니 관심 있는 사람은 꼭 참여해 보라’는 선생님의 말씀이 귓전을 울렸다.
‘서울 구경도 하고 학교도 이틀이나 결석할 수 있다니….’ 금상첨화(錦上添花)였다.
기회는 그렇게 느닷없이 나에게 찾아왔고 기다렸다는 듯이 학교 발명반의 문을 두드렸다.
그렇게 발명반에 들어가게 된 나는 하루가 멀다 하고 친구들과 아이디어 회의를 했지만, 막상 무엇을 발명해야 할지 고민이 될 때가 많았다. 그때부터 수업시간에 졸거나 장난을 치지 않았고, 무엇을 발명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들만이 머릿속에서 빙빙 맴돌았다.
그럴 때마다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노트에 메모하고 그리기를 수십 차례! 하지만 뾰족한 수는 마땅히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화장실에서 무엇을 발명할까 고심하던 나는 아이들이 화장지를 낭비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고 ‘화장지가 일정량 이상 나오지 않는 발명품을 만들면 어떨까?’ 라는 생각이 순간 뇌리를 스치며 지나갔다.
그날부터 발명품에 대한 내 생각은 구체적인 실행으로 옮겨졌고 만반의 준비를 마친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내 첫 발명대회의 스타트를 끊게 되었다.
내 인생의 발견, 그리고 발명
발명대회가 열리던 날. 내 또래 친구들이 발명품과 관련해서 발표하는 모습은 충격, 그 자체였다.
‘저렇게 멋진 아이디어를 어떻게 생각해 낼 수 있을까? 어쩜 저렇게 자신감 있고 설득력 있게 발표를 잘할 수 있을까?’
발명대회에 참가한 또래들의 모습이 내심 부러워 심장이 두근거리기까지 했다. 이때부터 그들은 경쟁자가 아닌 동경의 대상이 됐고, 그들을 따라잡고 싶어졌다.
다시 부산으로 돌아온 나는 발명대회의 짜릿한 충격을 떠올리며 미래의 발명가가 되기 위한 본격적인 준비를 시작했다.
한 친구가 발명을 잘하기 위해서는 우선 컴퓨터 실력이 뛰어나야 한다고 조언해 주었다.
그런데 막상 컴퓨터 책을 펴니 온통 숫자와 영어뿐! 컴퓨터를 알기 위해서는 영어와 수학을 동시에 배워야 했다. 난생 처음 영어책과 수학 책을 펴고 공부를 시작했다. 평소에 하지 않던 공부를 하려니 처음엔 집중도 되지 않았고 딴생각도 많이 났지만, 그때마다 발명대회에서 자신감 있게 발표하던 또래 친구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나를 채찍질했다.
나는 점차 공부의 즐거움을 알게 되었고 대학에 들어가 전문적으로 발명을 배우고 싶다는 목표까지 생겼다. 매일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책상에만 앉아 발명과 공부에 매진하였다.
이런 노력의 결과 덕분일까? 성적도 눈에 띄게 상승했고, 각종 발명대회에서 수상하는 행운까지도 잡았다. 그리고 ‘발명특기자’로 광운대학교에도 입학하게 됐다.
대학에 입학한 후에도 발명수업과 교육에 참여하는 등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아 광운대학교 컴퓨터소프트웨어학과를 최상위 성적으로 졸업할 수 있었다. 그 후 KAIST에서 석사과정을 거쳐, 현재는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그 사이 나는 발명을 통해 10여 건의 국내외 공모전에서 수상했고, 100여 건에 달하는 지식재산권을 갖게 되었으며, 기술을 이전해 7억여 원에 달하는 수익을 올렸다.
과거는 NG, 미래는 ING
현재 나의 연구 분야는 HCI(Human Computer Interaction)이다. 인간과 컴퓨터의 상호작용을 위한 새로운 인터페이스를 설계하고 사용성을 평가하는 일이다. 쉽게 말해서 인간과 휴대폰 또는 인간과 자동차 내비게이션 등 여러 가지 시스템과 컴퓨터 간의 상호작용을 보다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연구이다.
특히 스마트폰을 조금 더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데 관심이 많다. 지금의 스마트폰은 화면을 확대하거나 축소하려면 두 손가락으로 터치해야 하는데 ‘가상 손가락’이 있다면 한 손가락으로도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한 손가락을 화면에 찍은 뒤 확대하고자 하는 곳에 다른 손가락을 대기만 하면 확대 기능이 구현되는 기술을 개발했다. 또 스마트폰의 한글입력 방식이 모음의 초·중·종성을 하나하나 입력해야 해서 불편하다는 생각에 문자를 입력할 때 터치 수와 드래그 방향, 길이에 따라 한글을 빠르고 정확하게 입력할 수 있는 ‘멀티터치 기반의 한글입력 장치와 그 방법’을 발명했다.
그 결과 2009년 특허청이 주최한 대학 지적재산 오션 공모전에서 최고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게 됐다.
이 기술은 국내 휴대폰 시장에서 대략 17억 원 정도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 되고 있으며, 향후 휴대폰뿐만 아니라 노트북과 TV에 적용되면 그 가치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한다.
기적은 노력하는 자에게 주어진다
‘꼴찌’라는 수식어와 꼬리표가 따라다니던 황성재. 그 황성재가 지금은 대한민국 과학 수재들만 모인다는 KAIST 학생이 됐다. 그뿐만이 아니라 2009년 특허청이 주최한 ‘대학 지적재산 오션 공모전’에서 최고상을 받았으며 그 후 60여 개의 특허를 출원, 총 7억여 원의 기술료를 받는 등 그야말로 기적의 주인공이 되었다.
친구들은 내게 말한다. 꼴찌 황성재가 새로운 것을 발명하고, 세상을 바꿀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느냐고.
그렇다. 내가 만일 발명교육을 받지 않았다면 내 안에 숨겨진 보물, 열정을 발견하지 못했고 오늘의 나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오늘 밤도 열정을 불태우기 위해 연구실로 향한다.
그리고 외친다.
세상의 꼴찌들아! 도전하라!
발명의 짜릿함은 그대들의 것이다.
(자료제공 : 한국발명진흥회)
(출처 : 2011 발명교육 우수 사례집 =황성재 편=))
|
왕연중의 발명동화
Designed by DOWO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