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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품이용 창문닦개
한 달에 한번 돌아오는 대청소 시간, 아이들은 제각각 맡은 구역에서 나름대로 청소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간혹 도우나 준호 같은 말썽꾸러기들이 칼싸움을 한다고 소란을 떨기는 했지만, 대부분은 열심히 청소를 하였다.
내가 맡은 청소구역은 복도에 붙은 창문이었다. 한사람 당 창문 세개씩 투명하게 닦으라고, 선생님께서 지시 하셨다. 그래서 우리는 물통과 창문 닦개를 가져다 놓고 열심히 창문을 닦았다.
“난 청소 중에서 창문 닦는 게 제일 싫어⋯”
정희가 창문 앞에 서서 입을 삐죽 내밀었다.
“왜? 재미있잖아. 먼지도 안 나고⋯ 난 좋기만 하더라.”
나는 창문 닦개를 열심히 움직이면서 대꾸했다.
“옷이 다 젖잖아. 새로 산 옷인데 더러운 물로 적시다니⋯ 기분 나빠.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옷인데⋯”
정희는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나는 정희의 옷을 찬찬히 살펴 보았다. 하늘하늘한 레이스가 가득 달리고 분홍색 리본이 붙은 정말 예쁜 원피스였다. 그것에 더러운 구정물이 튄다니⋯ 정희가 얼굴을 찌푸릴만도 할것 같았다.
“좀 살살 해보지 뭐. 천천히 차근 차근 하면 물도 안튈거야.”
나는 창문닦개에 물을 흠뻑 묻혀 창문께로 들어 올렸다. 정희에게 시범을 보인답시고 아주 천천히 움직였는 데도 물은 사정 없이 사방으로 튀었다.
“그것봐! 난 안할래!”
정희는 거의 울상이 되어 복도 저편으로 뛰어갔다. 분명 선생님께 달려가는 것이겠지⋯ 나는 어처구니가 없어 한동안 정희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 보았다.
“참내, 그러길래 뭐하러 그런 옷을 학교에 입고 온담!”
나는 혀를 쯧쯧 차고는 다시 부지런히 창문을 닦았다.
나도 옷에 구정물이 튀는 것은 정말 싫다. 척척한 느낌이 싫고, 어쩐지 냄새가 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려니 싶어서 꾸욱 참고 있는 것이다.
나는 다시 창문 닦개를 물통에 담갔다가 꺼냈다. 그러자 닦개에서 물이 주르르 흘러 내렸다. 닦개에 붙어있는 스펀지가 물을 잔뜩 머금고는 줄줄 흘리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게 물이 뚝뚝 흐르는 닦개를 들어서 창문께로 옮기자면, 나는 구정물 세례를 받아야만 했다. 구정물이 머리로 어깨로 사정없이 떨어져 내렸다.
“에이 안되겠다.”
나는 창문 닦개를 던져 두고, 대신에 물통을 집어 들었다. 물통의 물을 한꺼번에 뿌려서 창문을 한꺼번에 닦으려고 생각한 것이다.
‘쫘악!’
“앗 차거!”
물을 뿌리고는 잽싸게 피하지 못한 탓에, 나는 그만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되고 말았다. 게다가 복도는 내가 끼얹은 물때문에 물바다가 되고 말았다. 이덕분에 나는 선생님께 호되게 꾸중을 듣고 말았다.
“쳇! 이게 전부 창문 때문이야!”
나는 입을 삐죽이 내밀고 투덜거렸다. 옷을 적신 것도 속상한데 야단까지 맞고⋯ 정말 최악이었다.
나는 다시 창문닦개를 집어 들었다. 벌로 창문을 두개 더 닦아야했기 때문이었다.
‘어휴, 창문 닦는 로보트는 없나?’
나는 눈을 감고 생각해 보았다. 손에서 세제가 나오고, 물이 나와서 창문을 깨끗이 닦는 작은 로보트⋯ 정말 편리할것 같았다.
“흐음⋯ 이 창문닦개가 로보트라면 좋을텐데⋯”
나는 닦개를 유심히 살펴 보았다. 그것이 어쩐지 좀전에 상상했던 그 로보트의 팔과 닮아있는듯 했다. 물이 나오고 세제가 나오던⋯
“맞아! 바로 그거야. 이 닦개에서 물이 직접 나오도록 하는 거야!”
나는 로보트의 팔을 떠올리며 손뼉을 쳤다. 닦개에서 물이 직접 나오면, 물통에 닦개를 담글 일이 없으니까 구정물 세례도 없을것 같았다.
‘어떻게 만들지?’
나는 닦개를 유심히 살펴 보았다. 닦개의 크기로 보아서는 작은 물통을 다는 것이 가장 적합할것 같았다. 닦개에 달린 스펀지 옆에 물통을 달아 두면, 스펀지로 자연스레 물이 스며들어 좋을것 같았다.
나는 쓰레기통에서 작은 플라스틱 병을 두서너개 찾아 보았다. 그래서 그중 하나에 피리처럼 구멍을 숭숭 뚫어 놓고 물을 채웠다. 그랬더니 금새 병에서 물줄기가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그것을 멈출 방법이 없었다.
“어쩐다. 필요 없을 때는 물이 멈추도록 해야 하는데⋯”
나는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그러자 금방 가져온 플라스틱 병이 눈에 띄었다.
“그래! 이것을 써야겠다.”
나는 새로운 병의 주둥이를 잘라내고 전의 병처럼 구멍을 뚫었다. 그리고 그것을 전의 병 위에다 씌웠다.
병을 돌려 서로의 구멍을 맞추면 물이 쏟아지고, 그렇지 않으면 엇갈리게 돌려 놓아 물이 나오지 않게 한 것이다.
새로 만든 창문 닦개는 정말 성능이 좋았다. 물통도 필요 없고, 전보다 시간이나 노력이 훨씬 절약되었다.
“야호 성공이다!”
몸은 흠뻑 젖어 축축했지만, 마음은 하늘을 날아갈 것 같이 기쁘기만 했다.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 영동대학교 발명특허학과 겸임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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