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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예방 보온 신발
“아이 추워!”
나는 발을 동동 구르며 호들갑을 떨었다. 두 손과 두발은 꽁꽁 얼어 있었다.
“채영이 왔구나. 얼른 들어와라. 바람이 많이 불지?”
부엌 쪽에서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말도 마세요. 얼마나 바람이 부는지 그냥 날아 갈 것만 같아요.”
나는 신발을 아무렇게나 벗어 던지고 마루로 폴짝 올라섰다. 따뜻한 기운을 받으니 좀 살 것 같았다.
십 년 만에 찾아온 강추위라고 난리들 이었다. 강원도에는 눈이 너무 많이 와서 차들도 못 다닌다고 했다. 집 밖으로 나서면 매서운 바람이 사정없이 불어왔다. 볼이 빨갛게 얼고 코는 파랗게 질려 버렸다. 아무리 두꺼운 장갑을 끼고, 양말을 몇 겹씩 겹쳐 신어도 소용이 없었다. 바깥에서 조금만 서있으면 그냥 감각이 없어져 버리곤 했다.
“얼마나 추운지 공부도 못하겠어요.”
“왜? 교실에 난로를 안 피웠니?”
“피우면 뭘 해요? 큰 교실에 난로가 하나만 덩그러니 있으니 나처럼 뒤에 앉은 애들은 불구경도 못해요.”
“정말 시베리아가 따로 없다니까요⋯”
나는 양말을 벗고 발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발은 보기 흉하게 부어서 일그러져 있었다.
“다른 건 전부 그럭저럭 참겠는데, 발 시려운 건 정말 못 참겠어요. 벌써 발이 탱탱 부었네⋯”
나는 발가락 사이사이를 들쳐보며 짜증을 내었다. 고질적인 동상의 재발이었던 것이다.
‘또 올겨울에도 고생 좀 하겠구나⋯’
나는 지난겨울에 동상으로 고생하던 일을 떠올리며 얼굴을 찌푸렸다.
겨울만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동상. 난 피부가 다른 사람보다 약한 탓에 피부병도 잘 걸리고 동상도 심하게 앓는다.
동상에 걸리면 발이 퉁퉁 붓고 벌겋게 되었다가 나중에는 시퍼렇게 변한다. 그리고 발가락 사이사이에 수포가 생겨나서 너무나 가렵고, 냄새도 심하게 난다.
나는 이 동상을 고쳐보기 위해 좋다는 약도 다 발라 보았고 양말도 몇 겹씩 껴 신고 다녀 봤으나 소용이 없었다. 오히려 해마다 증세가 심해져서 골치이다. 그리고 올해에는 유난히 더 심한 것 같았다.
아빠가 돌아오실 무렵쯤 되었을 때, 발의 붓기는 많이 진정 되었지만, 가려움증이 아주 심해지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아빠가 오셨는데도 시큰둥이 앉아만 있었다.
“이런, 우리 공주님이 단단히 토라져 있구나⋯”
아빠는 나의 볼에 뽀뽀를 해주시며 밝게 웃으셨지만 나의 기분은 좀처럼 밝아지지 않았다.
“그렇지⋯ 자, 채영아. 이게 뭐게?”
아빠는 내 눈앞으로 검은 비닐봉지를 이리저리 흔드시며 장난스레 눈을 굴리셨다.
“글쎄? 먹는 것은 아닌 것 같구⋯ 종이봉투? 볼펜?”
나는 얼핏 떠오르는 데로 단어들을 읊어 보았다. 그러나 아빠는 그럴 때마다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드셨다. 나는 그 검은 봉투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너무너무 궁금하였다.
“궁금하지? 별것 아니야. 까만 테이프하고 구리선이 들었지.”
“에게, 겨우!”
나는 너무 실망하여 콧방귀를 뀌었다.
“하하하. 채영의 기대가 컸었나보구나⋯ 하지만 잘 봐라. 이제부터가 중요한 거야. 이 가늘고 가는 구리선으로 커다란 전기장판을 고칠테니까!”
아빠는 싱긋이 웃으면서 나의 손을 이끌고 안방으로 향하셨다.
“자, 잘 봐라. 이 전기장판에서 나는 뜨거운 열은 모두 이 가는 니크롬선에서 나오는 거란다.”
아빠는 전기장판의 한 귀퉁이를 벌리고 그 안에서, 솜에 곱게 쌓여 있는 한 전선을 끄집어 내셨다. 그것은 실같이 가는 구리선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너무나 가늘어서 손만 대면 끊어질 것만 같았다.
‘정말 가늘구나. 그런데 저렇게 가는 선에서 몸을 덮힐 만큼의 열이 나오다니⋯’
나는 속으로 무척 놀라와 하고 있었다.
‘흐음, 옷 속에 넣어 두어도 별로 티도 안 나겠는걸⋯’
나는 여러 가지를 생각하다 말고 발을 내려다보았다. 색깔이 푸르딩딩한 것이 꼭 외계인의 발 같았다.
‘가만⋯ 만약 저 니크롬선을 신발에 장치하면 어떨까?’
나는 열이 펄펄 나는 신발을 상상했다. 아무리 추운 날에도 발을 따뜻하게 보호해주는 신발. 정말 멋질 것 같았다.
“아빠 그 선을 내 신발에도 장치해요. 신발의 밑창, 옆, 그리고 위에까지 전부요. 그리고 뒷 굽에다 건전지를 넣을 수 있도록 하고요!”
아빠는 잠깐 머뭇거리더니 이내 밝게 웃으셨다.
“우리 채영이가 동상으로 고생하더니 이젠 신발 박사가 되었구나! 그래 좋은 생각이다. 열이 나는 신발이라⋯”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잖아요. 그러니 나도 동상 삼년에 도가 튼거지 뭐⋯”
아빠와 나는 한참을 웃었다. 이제 동상에서 해방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너무나 즐거웠다. 채영이 만세!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겸임 영동대학교 발명특허학과 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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