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기향대의 구멍
“할머니, 재미있는 옛날이야기 좀 해주세요.”
놀러 올적마다 매번 듣는 얘기였지만 나는 늘 할머니의 옛날이야기가 좋았다.
도깨비불 이야기라든지 귀신 나오는 얘기 등 매우 흥미롭고 진지한 얘기들 이었다. 연신 잠든 동생 상훈이 에게 부채질을 하시던 할머니가 나를 보시며 웃으셨다.
“무슨 얘기가 좋을까?”
나는 할머니가 풀어 놓으실 옛날이야기 보따리를 기대하며 할머니 앞에 바짝 다가가 앉았다.
“앗, 따가워.”
“아이고 내 새끼가 모기에 물렸나 보구나.”
모기에게 물려 발갛게 부어오른 내 팔을 보시며 할머니가 말씀하셨다.
“연희야, 할머니 방에 가서 모기향을 가지고 오너라. 모기향 피워 놓은 후에 옛날이야기 해주마.”
할머니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는 욕심에 얼른 모기향을 가지고 왔다.
“내 귀염둥이들이 모기에 물리도록 내버려 둘 순 없지.”
향대에 모기향을 끼우시던 할머니가 말씀 하셨다.
“아휴 이런, 잘 끼워지지 않는구나. 억지로 했더니 부러지고 말았어.”
조각이 나 작아진 모기향을 보며 할머니는 난감해 하셨다.
“우선 작은 것이라도 피워야겠구나.”
힘들게 꽂은 후에야 나는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날 저녁 잠자리에 들어서 나는 모기향 사건을 떠올렸다.
‘모기향을 꽂는 것은 너무 불편해. 구멍 크기도 맞지 않고, 만약 잘못해서 모기향대에 손이라도 다치면 어쩐다지.’
‘뭐 좀 좋은 방법이 없을까?’
나는 방문 앞마루에 켜져 있는 모기향을 가지고 들어왔다.
‘그래! 틈이 너무 좁아서 잘 꼽히지 않으니까 틈을 좀더 넓혀 보는 거야.’
한참동안 만지작거리며 모기향대의 틈을 벌려 보기도 했지만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았다.
문제는 틈의 정도가 아니었다. 모기향을 끼우기 위해 모기향을 틈에 넣어 힘을 주는 순간 모기향이 끊어져 조각이 나는 것이었다. 괜한 일을 한다 싶기도 하고 끊어 놓은 모기향을 할머니가 보고 뭐라고 하실 지도 걱정이 됐다.
‘그냥 둘 껄⋯ 다 부러져 버렸네.’
‘아니야. 처음부터 시작하지 않았으면 모를까 중간에 포기할 순 없어!’
‘마음을 가다듬고 내일 다시 한번 해보자.’
“연희야, 그만 일어나라.”
언제 아침이 됐는지도 모르게 해는 하늘위에 높이 떠있었다.
“어 여 일어나라. 씻고 밥 먹자. 피곤했나 보구나.”
할머니는 내 얼굴을 쓰다듬으시며 웃으셨다.
‘참 부러진 모기향.’
너무 단잠을 잔 탓에 어제저녁 실험한 부러진 모기향을 치우지 않은 것이었다.
“잠깐만요. 방 정리하고 올게요.”
방으로 들어와 급히 조각난 모기향을 치우기 시작했다.
아침식사 후 할머니와 상훈이는 함께 깻잎 밭으로 나가고 집에는 나 혼자 남아있게 됐다.
‘지금이다. 실험을 마저 해야지.’
엊저녁 실패한 때문인지 서둘러 실험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맘만 앞선다고 되는 일이 아니었다. 금방 될 것도 같았지만 어딘가 항상 허점이 있었다.
“정말 힘들구나. 할머니 오실 시간이 다 되가는데⋯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격이 되려나.”
실망한 눈빛으로 모기향을 쳐다보던 나는 방금 내가 한말이 기억에 남았다.
‘밑 빠진 독, 밑이 없다. 구멍이 난 거라고. 그래! 구멍이다.’
나는 모기향대의 구멍을 내기 시작했다. 구멍 난 모기향대에 잘라진 모기향 조각을 끼우니 제대로 꽂혔다.
또, 흔들거리는 불안정함도 보완할 수 있었다.
나는 나의 작품을 보면서 너무 기뻤다.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노력한 결과였다.
‘오늘 저녁은 조각난 모기향을 피우기 위해 힘들이지 않아도 되겠구나.’
나의 모기향대를 보며 칭찬하실 할머니의 모습이 눈에 아른 거렸다.
또, 오늘 저녁 옛날이야기 하시는 할머니 옆에서 작은 불빛을 내며 탈 내 모기향도 기대가 됐다.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공무원학과 겸임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그림 : 김 민 재(만화가, http : //www.coolmorning.net )
|
왕연중의 발명동화
Designed by DOWO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