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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열린다 병 뚜껑
“엄마, 우유 마셔도 되지요?”
학교에서 돌아오기가 무섭게 냉장고의 문을 연 준경이는 마실 것을 찾았다.
“그럼, 주스도 있다.”
어머니 목소리가 방안에서 새나왔다.
준경이는 커다란 주스 병을 꺼내 벌컥벌컥 들이켰다.
“준경아, 컵에 따라 마셔야지, 또 병나팔을 부는 거냐?”
언제 나오셨는지 준경이 어머니가 아들의 행동을 나무랐다.
“엄마, 걱정마세요. 어차피 이건 제가 금방 다 마실 건데요. 워!”
“넌 왜 그렇게 마시는 걸 좋아하는지 모르겠구나. 금붕어도 아니고…”
“헤헤헤, 엄마! 제 별명이 학교에서 금붕어인줄 어떻게 아셨어요?”
“뭐? 정말 금붕어야!”
“그렇다니까요.”
“호호호, 딱 맞는 별명이구나. 엄만 시장에 잠깐 다녀올테니까 맛있는 것 꺼내 먹으며 집 잘 보고 있어라.”
“녜, 엄마! 다녀오세요.”
준경이는 어머니가 현관문을 나서자 간식과 마실 것을 잔뜩 챙겨들고 방으로 들어갔다.
“TV나 볼까?”
준경이는 빵과 과자, 그리고 우유를 앞에 놓고 TV를 켰다.
준경이가 좋아하는 만화영화가 상영되고 있었다.
“와, 재미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에 있었다.
빵을 먹고, 우유를 단숨에 들이 키고, 과자를 입에 넣자 뱃속에서 신호가 왔다.
“우, 꾸르룩! 와, 배부르다.”
준경이가 보던 만화영화가 다 끝났을 때는 앞에 쌓여있던 먹을 것들도 바닥이 나 있었다.
만화영화가 끝나자, TV에서는 크레커와 음료, 초코렛 등의 광고방송이 나오기 시작했다.
“와, 저것도 먹고 싶은데.”
준경이는 혼자서 중얼거리며, 방을 나와 주방으로 갔다.
‘어디 또 먹을 것 없나?’
냉장고 문을 열고, 이리저리 살펴보다 커다란 콜라를 꺼내 식탁 위에 내려 놓고, 병뚜껑을 돌렸다.
‘어! 이게 잘 안 열리네?’
준경이는 계속해서 병뚜껑을 돌렸지만 뚜껑은 열리지 않앗다.
“이게 왜 이래!”
짜증이 난 준경이는 신발장 서랍에서 벤치를 꺼내들고 씨름을 하다가, 그것도 안되어서 드라이버, 부엌칼까지 동원하여 겨우 뚜껑을 밀어냈다.
“휴우, 겨우 열었네.”
준경이는 병째 들고 마시려다 어머니의 말씀이 생각나서 컵에 콜라를 가득 따랐다.
“에이, 기운만 뺐네! 목 마려…”
컵에 가득한 콜라를 단숨에 들이 키고 있는데 준경이 어머니께서 돌아오셨다.
“얘, 너무 마신다. 그러다가 배탈이 나면 어쩌려고…”
준경이는 다소 찌푸린 표정으로 방금전의 상황을 이야기 했다.
“엄마, 콜라 병뚜껑이 잘 안열려서 씨름을 했더니 금방 땀이 났어요. 저거 불량품인가 봐요.”
“그랬구나, 병뚜껑은 손이 미끄러우면 잘 안열리고, 또 콜라 안에 압력이 들어가면 잘 열리지 않을 수도 있단다. 애쓴 모양이구나.”
“녜, 정말 짜증이 다 났어요. 병뚜껑이 장 안열리니까 너무 불편해요.”
준경이의 말에 어머니는 방금 전 시장을 보아오신 꾸러미에서 과일을 꺼내 놓으며 말을 받았다.
“하긴 간장병, 양념병, 혹은 음료수병 뚜껑이 잘 안열려서 이 엄마도 애를 먹은적이 한 두 번이 아니란다. 지난번에 박카슨지 원비인지 드링크 병을 따다가 손을 베어 피가 났지.”
준경이는 어머니의 말을 들으며 속으로 곰곰 생각했다.
‘그러셨구나, 병뚜껑이 너무 불편해. 다른 좋은 방법이 없을까?’
준경이가 갑자기 꿀먹은 벙어리가 된 듯 조용히 서있자, 어머니가 말했다.
“아니, 금붕어가 어떻게 입을 다물고 있을까? 여기 딸기 씻어놓았으니까 갖고 가서 먹어라.”
“딸기요? 예! 엄마.”
준경이는 후다닥 딸기 접시를 들고, 방안으로 들어갔다.
‘그렇지만 방법을 찾아보자.’
그렇게 며칠이 지났다.
어느 날 오후, 준경이는 고장 난 소형 라디오를 고치기 위해 십자드라이버로 너트를 풀었다.
‘이게 왜 잘 안나오지?’
대충 손을 보고, 다시 조립하여 헐거워지지 않도록 너트를 꽉 조이던 준경이는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착상에 무릎을 탁 쳤다.
‘아! 그렇구나. 바로 이거였어.’
잘 조여진 라디오는 소리도 우렁차게 음악을 들려주고 있었다.
준경이는 급히 냉장고로 가서 콜라병을 꺼내놓고, 먹고 버린 드링크제의 병뚜겅과, 간장 병뚜껑 등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모두 똑같아. 뚜껑을 열기 쉽게하는 좋은 방법이 있는데도 말야. 방법은 간단하지. 십자드라이버의 원리를 이용하는 거야.”
준경이는 중얼거리며 병뚜껑들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준경이의 아이디어는 간단했다. 병뚜껑의 사방에 돌출부위를 만들어서 손을 끼워 넣으면 +자 드라이버 형이 되는 것이다. 우리가 손으로 열 수 없는 것도 십자드라이버로 열면 간단하듯이 병뚜껑 자체를 역 십자형으로 제작한다면 손가락이 드라이버처럼 훨씬 많은 힘을 가하게 되어 훨씬 쉽게 열릴 것이다.
“엄마, 제 생각 어때요?”
“오, 정말 쉽겠구나. 남자보다는 힘없는 여성들이 훨씬 좋아하겠어. 와! 멋진 아이디어다.”
“얏호! 병뚜껑 만세!”
준경이는 자기의 생각이 실용화될 먼 미래를 생각하니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겸임 영동대학교 발명특허학과 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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