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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 보호 필기구
새 학년이 시작된 후 치르는 첫 시험이 3일 뒤로 다가왔다.
“며칠 남지 않았으니 시험 준비 충실히 준비 하도록 해요.”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니 더 긴장 되는 듯 했다.
‘그동안 조금씩 준비 했지만 오늘부터는 본격적으로 공부해야 되겠다.’
처음이 좋아야 나중도 좋을 거라는 생각에 이번 첫 시험만큼은 좋은 성적을 받고 싶었다.
“백호야, 공부 많이 했니?”
내 뒤를 쫓아 나오던 승혁이가 상기된 표정을 지으며 나에게 물었다.
“아니, 생각처럼 많이 못했어. 참! 승혁아, 산수노트 가지고 있으면 잠시 빌려줄래?”
며칠 전 나는 내 산수노트가 물에 젖어 찢어진 것이 생각났다.
“그래. 저녁에 너희 집으로 받으러 가면 되지?”
승혁이는 가방에서 공책을 꺼내 나에게 주었다.
“어? 너 손가락 왜 이러니?”
공책을 건네주는 승혁이의 손가락은 굳은살이 심하게 박혀있었다. 꼭 커다란 돌덩이를 보는 것 같았다.
“응 글씨를 오래 쓰다보니 이 손가락이 아프더라고. 그러더니 이렇게 굳은살이 생겼어.”
승혁이는 가운데 손가락을 매만지며 멋 적은 웃음을 지었다.
‘자식, 시험공부 많이 했구나. 굳은살이 생길 정도로.’
일찍 가서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에 승혁이와 서둘러 헤어졌다.
“자, 그럼 시작해 볼까.”
책상 앞에 앉아 각오를 다지며 공부를 시작했다. 얼마쯤 지나서였을까? 연필을 쥐었던 가운데 손가락이 아파오며 발갛게 부어올랐다. 더 이상 글씨를 쓸 수 없을 정도였다.
“아야. 너무 많이 부었는데...”
부은 손가락에 볼펜이 닿자 쓰라렸다.
“엄마, 반창고 어디 있어요?”
반창고를 찾아 부은 손가락을 동여맸다.
“이렇게 하면 괜찮겠지.”
손가락을 보며 조심스럽게 볼펜을 다시 쥐었다. 처음은 그런대로 괜찮았지만 손가락을 계속 움직이자 반창고가 떨어져 나가기 시작했다. 손가락은 끈끈한 상태가 되서 불쾌했다.
“반창고는 움직이다 보면 너무 쉽게 떨어져 나가는구나. 뭐 다른 방법 없나?”
좀더 나은 방법을 모색했지만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그럼 차라리 볼펜위에 무언가 폭신한 물건을 씌워볼까?’
서랍을 뒤적이던 나에게 붕대가 보였다. 볼펜 위를 붕대로 감아 보았지만 보기에 좋지가 않았다.
‘이렇게 어려울 줄은 정말 몰랐어. 발명이란 많은 수고와 땀이 있어야겠어.’
새삼 발명이 위대하다고 느껴졌다.
“백호야!”
골똘히 생각에 빠져 있는데 밖에서 엄마가 부르셨다.
“승혁이 왔구나. 빨리 나와 보렴.”
승혁이는 낮에 빌려준 노트를 받으러 온 것이었다.
“뭐하고 있었니? 공부 많이 했어?”
노트를 받으며 승혁이가 물었다.
“있지, 승혁아, 글씨를 쓰다보니 손가락이 너무 아프잖아. 그래서 어떻게 하면 글씨를 오래 써도 손가락이 아프지 않을까 생각 중이었어.”
“자식, 그야 폭신한 볼펜을 쓰면 되잖아. 물렁거리는 볼펜.”
승혁이는 내가 생각한 것을 가볍게 여기는 듯 장난스럽게 웃었다.
“볼펜이 물렁거리면 어떻게 글씨를 쓰냐! 쓸 적마다 볼펜이 휘어질 것 아냐.”
“그렇구나. 그럼 그냥 쉬어가며 글씨를 쓰는 거야.”
나는 승혁이의 태도에 화가 났다.
그때였다.
“승혁아. 너 아까 뭐라고 했니? 물렁거리게⋯”
무언가 기발한 생각이 떠올랐다. 승혁이는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래, 바로 그거야. 고무!”
나는 부엌으로 가서 찢어져서 쓰지 못하는 고무장갑을 오려왔다. 그리고는 조각난 고무를 볼펜의 손가락이 닿는 부위에 붙였다. 정말 손가락이 아프지 않았다.
“이것 봐라. 아무리 글씨를 써도 손가락 끝이 부어오르지 않는다.”
글씨 쓰는 나를 승혁이는 신기한 듯 쳐다보았다.
“백호야, 그럼 내가 너의 이 볼펜작품에 아이디어를 제공한거니?”
승혁이는 자신이 자랑스러운 듯 머리를 긁으며 겸연 적게 웃었다.
“그래!”
힘든 끝에 찾아온 결과를 보며 포기 않고 끝까지 해낸 나를 보니 무척 대견스러웠다. 앞으론 어떤 일도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공무원학과 겸임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그림 : 김 민 재(만화가, http : //www.coolmorning.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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