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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풍 아가미 자동차
우리나라에는 담배 때문에 골치를 앓는 사람이 참 많은 것 같다.
담배는 각종 암을 유발하여 본인의 건강뿐 아니라 옆 사람의 건강까지 해치는 무섭고 해로운 것이라고 아무리 광고를 해도 흡연인구는 늘어만 간다고 하니, 참 모를 일이다.
정남이는 담배 때문에 어머니께서 불편해 하시는 것을 종종 보아왔다.
“여보, 이 담배꽁초 좀 아무데나 버리지 마세요.”
“알았어, 알았어!”
아버지는 어머니의 잔소리에 늘 알았다고 말씀하시지만, 여전히 며칠이 지나면 똑 같은 대화가 되풀이된다.
그것 뿐이 아니다.
“아니, 이렇게 좋은 고급 실크 스카프에 구멍을 내시다니, 어쩜 이럴 수 가 있어요. 여보!”
“그게 언제 그렇게 도이었지? 스카프 옆에는 근처에도 안간 것 같았는데, 미안해, 담뱃불이 너무 세었거나 스카프가 불에 약했거나 둘 중에 하나겠지 뭐,”
“아이구야, 그 담배 좀 어떻게 끊을 수 없나요? 정말…”
“글쎄 말이야, 나도 끊고는 싶은데 그게 잘 안된단 말이야.”
정남이 아버지는 몇 년 전에 담배를 끊으려고, 진짜로 3개월을 안 피우신 적이 있다.
“여보, 담배를 끊으셨군요. 이렇게 좋은걸, 냄새 안나지, 담배꽁초 없으니 집안이 깨끗하지, 건강에 좋지, 당신 치아도 하얘진 것 같아요.”
“그래, 그렇군! 나도 담배를 끊을 수 있겠어.”
그러시더니 정남이 아버지는 그 이튿날부터 다시 담배를 입에 물고 계셨다.
“아니, 이젠 끊으신 줄 알았더니 또 피우세요?”
“음, 나도 자신이 생겼거든. 언제든 내가 끊고 싶을 때 끊을 수 있으니까, 조금 더 피우다가 끊지 뭐.”
“아이구야”
어머니는 이마에 손을 대고 뒤로 벌렁 넘어지는 시늉을 하셨다.
하여튼 우리 집은 담배가 말썽이다.
그런데 요즈음 더 심각한 것은 흡연인구의 나이가 점점 낮아진다는 것이다.
정남이는 그 심각성을 말로 만 들었는데 정말 목격한 일이 있었다.
정남이가 친척집에 가기 위해 고속버스를 타고 가다가, 일반버스 정류소에서 직행버스로 갈아타려고 내린 적이 있었다. 표를 끊어놓고 화장실에 갔는데 버젓이 교복을 입고, 책가방을 멘 중학생 형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깜짝 놀란 정남이가 볼일을 보고 화장실을 나서려는데 나란히 붙어있는 여자화장실 바닥에 역시 교복을 입고 책가방을 멘 누나들이 쪼그리고 앉아 담배연기를 품어내고 있었다.
‘아이고, 이거 정말 큰일 났구나.’
정남이는 충격을 받고 화장실을 나서며, 속으로 무척 걱정이 되었다.
어쨌든 우리 몸에 백해무익하다는 담배, 이것 때문에 우리 집에서도 기어코 일이 벌어졌다.
작년 여름 방학 때의 일이다.
정남이네 가족들은 아버지가 운전하시는 자동차에 몸을 실고,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얏호, 신난다.”
“동해바다는 언제 가도 좋아”
“아빠, 맛있는 거 많이 사주세요.”
정남이네 가족들은 제각기 한 마디씩 하며 즐거운 기분으로 차안에 앉아있고, 아버지는 유쾌한 마음으로 자동차를 몰고 계셨다.
그런데 얼마쯤 달리다가 갑자기 쏟아지는 폭우를 만나게 되었다.
“이런, 왠 비야!”
자동차의 속력은 줄고, 어두워진 도로 위를 차들이 줄을 서서 가고 있었다.
아버지는 평소 답답하면 담배부터 피워 물으시던 습관대로 담배에 불을 붙이셨다. 좁은 자동차 안은 금방 담배연기로 가득 찼다.
“여보, 창문 좀 여세요. 안에 담배연기가 가득해요.”
숨이 막힐 지경이 된 우리 가족을 보다 못한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그러자
“안돼, 창문을 열면 비가 들어오잖아. 밖에 비 많이 오느 거 안보여!”
“그럼, 담배를 피우시지 말든가…”
“뭐야!”
갑자기 즐거웠던 자동차 안의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정남이는 그 일로 해서 순간적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창문을 열지 않아도 담배연기가 자동차 밖으로 빠져나가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어찌어째해서 겨우 동해안에 닿았다.
비는 개었고, 정남이네 가족은 상가가 쭉 늘어서 있는 도로를 지나게 되었다.
음식점 앞에는 커다란 수족관 들이 즐비하게 놓여있고, 그 안에 물고기들이 헤엄치며 놀고 있었다.
‘저 물고기들은 어떻게 물속에서도 숨을 쉴까?’
생각하던 정남이는 무릎을 탁 쳤다.
‘맞아! 바로 이거 였군’
여행에서 돌아온 정남이는 자신의 생각을 그림으로 그렸다.
“그러니까 환풍기나 에어컨으로 들어간 담배연기가 상어의 아가미 모양을 한 이 틈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비가 스며들지 않고도 환풍이 된다는 말이지! 정말 멋진 생각이다.”
정남이의 설명을 들은 아버지는 매우 기뻐하시며,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겸임 영동대학교 발명특허학과 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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