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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탈출 및 구명용 로프
“야, 신난다.”
효천이는 가족과 함께 물놀이를 가게 되었다.
“그렇게 신나니?”
어머니의 물음에 효천이는 입을 귀밑까지 닿도록 벌리고 웃으며 말했다.
“그럼요, 얼마나 기다렸던 날인데.”
효천이는 여동생이 놓칠세라 꼬옥 품에 안고 있는 튜브를 튕겨보며 콧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자동차의 창밖으로 잎이 무성한 나무들이 휙휙 지나가고, 집도, 사람들도 모두 어디론가 떠나고 있었다.
“고기를 잡으러 강으로 갈까요, 고기를 잡으러 바다로 갈까요.”
효천이의 콧노래가 멈춘 곳은 시원한 강물이 햇빛을 받아 은빛을 내며 넘실거리는 강이었다.
“와, 바다다!”
“에이, 바보야, 여긴 바다가 아니라 강이야!”
“야, 강이다”
효천이는 동생과 입씨름을 하며 앞 다투어 차에서 내렸다.
“오빤 나빠! 툭하면 바보래.”
“그러니까 똑바로 알아두란 말이야.”
“알았어, 화나면 튜브 안 빌려줄 거야.”
“이런 바보, 가서 빌리면 돼!”
“또 바보래, 그럼 오빠는 바보 오빠다. 바보 오빠!”
“아, 미안하다. 다신 안 그럴게.”
시원스런 강물 위로 하늘이 내려앉을 듯 가깝게 느껴지는 곳에 효천이네 식구들은 자리를 잡았다.
“자, 얘들아! 밥부터 먹고 좀 쉬었다가 물놀이 하는 거다.”
“알았어요. 엄마! 물놀이 할 때는 반드시 준비운동부터 하고, 그 말씀 하실 거죠.”
“아이쿠, 저런 똑똑새!”
“그러니까 엄마 아들이지요.”
효천이네는 강가의 나무 그늘 밑에 돗자리를 펴고, 준비해간 점심을 꺼냈다. 손으로 냉큼 김밥을 집어 입으로 가져가는 효천이를 보고, 어머니는 혀를 끌끌 차셨다.
“천천히 먹어라, 누가 뺏어 먹니?”
“빨리 먹고, 수영하려고요.”
효천이네 가족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맛있게 점심을 먹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강 쪽에서 비명소리와 함께 첨벙대는 물소리가 들려왔다.
“어푸, 어푸!”
“사람 살려요.”
깜짝 놀란 효천이와 식구들은 모두 일어나 시선을 한 곳으로 모았다.
초등학교 어린이 하나가 강물에 너무 깊이 들어갔다가 사고를 낸 것이다.
순식간에 강가로 사람들이 모여들어, 걱정을 해가며 발을 동동 굴렀다.
“아유, 저걸 어째!”
“빨리 빨리, 줄…”
여기저기서 소리를 지르고, 긴 혁대 끝이나 튜브를 던져주고 하는 사이, 어린이의 아버지가 강물로 뛰어 들었다.
“아버지인가 봐, 아이구 참”
너무나 갑작스럽게 생긴 일이라서 사람들은 손에 땀을 쥐며 안타까워했다.
마침 사람들 중에 수영을 잘하는 듯 한 대학생 몇 명이 웃옷을 벗고, 풍덩 풍덩 강물로 뛰어들었다.
“저런, 저런! 아버지도 위험한데…”
다행히 아버지와 어린이는 무사히 구조되어, 자동차에 실려 병원으로 보내졌다.
“아이구, 천만 다행이다.”
사람들은 그제서야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모처럼 수영을 즐기려고 기대에 부풀어있던 효천이는 잠시 멍한 기분으로 앉아 있었다.
“이거 수영할 기분이 아니네.”
“오빠, 나도 무서워!”
그러다가 시간이 조금 지나자, 효천이는 언제 그랬냐는 듯 튜브를 들고 강가로 갔다.
“깊은 데는 가지 마라.”
“걱정마세요. 아빠 엄마!”
하루해가 서산마루로 기울 무렵, 효천이는 물속에서 나왔다.
돌아오는 자동차 안에서 효천이 아버지는 아들에게 말했다.
“물에 빠진 사람에게는, 무조건 물속에 뛰어들어 구하려고 하기 보다는 붙잡고 나올만한 것을 던져주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란다.”
“아빠, 저는 매우 답답했어요. 그 상황에서 우리가 사용했던 물건들이 그 아이에게 별로 도움을 주지 못했잖아요. 휴대하기도 편리하고, 위급한 상황에서 정말 요긴하게 쓸 수 있는 밧줄 같은 것이 있었으면 좋을 텐데.”
효천이는 그 날부터 이 생각만 골똘히 하게 되었다.
‘어떻게 하면 그런 것을 만들지?’
궁리 끝에 효천이는 스케치북에다 자신의 생각들을 그림으로 그렸다.
‘비상시에 미끄러지지 않고 붙잡을 수 있도록 일정한 간격으로 구멍을 뚫고…’
그리고는 아버지께 보여 드렸다.
“효천이 아이디어가 정말 멋지구나. 그런데 여길 조금 보충해보자.”
효천이는 아버지와 몇 번의 의논과 연구를 거쳐서, 로프 하단부에 개폐 형 고리와 금속 링으로 기둥이나 창틀에 고정시키게 하는 로프를 만들었다.
이 로프는 미끄러지지 않게 잡고 내려갈 수 있도록 일정한 간격의 홈을 뚫었고, 손잡이 벨트는 평소에는 두루마리 식으로 간편하게 보관할 수 있으나 로프로 사용할 때는 손목걸이용 안전벨트로 사용할 수 있다.
익사 사고 시 구명용으로 사용될 경우는 두루마리로 감겨있는 로프 하단에 개폐 형 고리와 금속 링의 무게가 있어 쉽게 펼칠 수 있다.
“아빠, 물놀이 갈 때는 이것만 있으면 염려 없겠어요.”
“음, 가정에 비치해 놓으면 화재시나 긴급 대피 시 유용하게 쓸 수 있겠어.”
효천이는 완성된 로프를 보자, 우주선을 타고 훨훨 날아가는 것 같은 기쁨을 느꼈다.
“발명, 파이팅!”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학과 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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