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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발한 재활용 편지지
학기 초, 선영이는 설레는 마음을 안고 반 배정을 받은 곳으로 갔다.
6학년 5반이라고 쓰여 있는 교실이 있었는데, 그리 예쁘게 꾸며놓지는 않았지만 깔끔해 보이는 곳이었다.
아직 친숙해지니 않아 서먹서먹한 교실 분위기는 썰렁하기 그지없었다.
“아휴, 썰렁해!”
선영이는 그동안 친했던 친구들과는 뿔뿔이 흩어져버려, 쓸픈 마음을 감출수가 없었다.
그리고 정말 재미없는 1학기가 선영이 에게 시작되고 있었다.
‘모든 친구들이 다 나를 피하는 것처럼 서먹하게 느껴져 이러다가 내가 왕따 당하는 것은 아닐까?’
선영이는 마음속으로 생가하며 불안하기도 하고, 쓸쓸하기도 했다.
‘어떻게 하면 친구들과 친해질 수 있을까?’
선영이는 길을 걸을 때도, 잠을 자다가도 이런 생각을 떠올리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온 선영이 에게 어머니께서 심부름을 시키셨다.
“선영아, 너 사진관에 가서 사진 좀 찾아다 줄래?”
“예, 엄마! 어는 사진관에요?”
“길 건너서 조금 가면 있지 않니.”
“알았어요. 엄마.”
선영이가 사진관으로 들어섰을 때, 구석에 잔뜩 쌓아놓은 폐필름이 눈에 띄었다.
“사진을 찾아 나올 동안 감깐 앉아서 기다려라.”
사진관 아저씨의 말씀에 대답을 하고난 선영이는 필름들을 만져 보았다.
그러다가 아주적은 약의 필름이지만 남아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래서 옆의 손잡이를 돌리자, 필름이 나왔다 들어갔다 했다.
그것을 보는 순간 선영이의 머릿속으로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만일 여기에 종이를 붙이면 어떻게 될까?’
그때 사진관 아저씨가 안에서 나왔다.
“자 사진 여기 있다.”
“예, 아저씨! 그런데 이 필름을 얻을 수 있을까요?”
“못 쓰는 필름이니 가져가도 좋아.”
선영이는 아저씨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는 폐 필름을 한 아름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엄마, 다녀왔습니다. 사진 여기 있어요.”
“응, 선영아! 수고했다. 그런데 그것들은 다 뭐냐?”
“제가 쓸 데가 있어서요.”
선영이는 방안으로 들어가, 먼저 종이를 필름 크기로 잘라서 남은 필름 끝에 붙이고 그 위에
편지를 썼다. 물론 서먹서먹한 친구들에게였다.
그리고 나서 선영이는 옆의 손잡이를 돌렸다. 예상대로 편지는 잘 감겨 들어갔다.
‘이제, 이편지지의 끝을 테이프로 이렇게 몇번 감아주면, 같이 감겨들어가지 않겠지.’
그렇게 감아 돌린 편지지를 필름 통에 넣고, 선영이는 보내는 이, 받는 이를 써놓았다.
‘자 이젠 이 편지를 친구들의 책상 서랍이나 가방 속에 넣어두면?…’
선영이는 필름편지를 받고나서 즐거워할 친구들의 표정을 생각하니 저절로 웃음이 터져 나왔다.
“히히히…”
혼자서 실없이 히히덕 거리는 선영이를 보고 선영이 어머니는 의안해 하셨다.
“선영이가 무슨 기분 좋은 일이라도 있는 모양이구나.”
“예, 엄마 그런 게 있어요.”
선영이는 그렇게 몇 통의 편지를 써가지고 친구들과 주고받았다.
“선영아, 네 편지 잘 받았다. 실은 나도 너와 친하게 지내고 싶었지만 말을 꺼내기가 쑥스러웠어.”
친구들로부터 금방 반응이 오자, 선영이는 정말 기뻤다.
“야호!”
선영이는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게 되자 학교생활도 훨씬 즐거웠다.
“선영아, 나도 그 편지 쓰는 방법좀 알려줄래?”
이렇게 다가오는 친구들에게 필름 편지 요령을 가르쳐주면서 필름 편지지는 유행처럼 번져나갔다.
선영이는 이 사실을 부모님께 말씀 드렸다.
“아빠 엄마, 제 인기가 날로 높아가는 사실을 모르시죠?”
“뭐라고? 오선영이가 떴단 말이야?”
“녜, 실은 제가 뜬 게 아니라 제가 고안한 필름 편지가 떴지요.”
“필름 편지?”
선영이의 설명을 들으신 부모님께서도 정말 좋은 생각이었다며 칭찬하셨다.
그 필름 한통으로 일궈낸 우정을 생각하면 너무나 고맙고 자랑스럽던 어느 날, 선영이는 컴퓨터실에 가게 되었다.
“자, 지금부터 디스켓의 내부 구조를 설명하겠어요.”
선생님께서 이 말씀과 함께, 디스켓을 해체지경까지 몰고 가셨다.
모든 교육이 끝난 후, 선영이는 그 디스켓을 가져다 워드프로세서 시험 준비에 대비한 공부를 하기로 했다.
“이거 정말 신기하네.”
디스켓을 찬찬히 살펴보는 선영이의 옆에서 사촌동생이 화이트를 쥐고서, 디스켓의 섹터에 낙서를 하기 시작했다.
“안돼!”
선영이가 말렸지만 사촌동생을 막무가내였다. 그때 선영이의 머리 속으로 번쩍 스쳐가는 것이 있었다.
‘그래, 디스켓도 유용한 편지지로 쓸수 있겠어. 훼손된 디스켓 편지지!’
선영이는 못쓰게 된 디스켓을 구해서 포맷하는 대신 뜯어서 섹터에다 편지를 썼다.
‘이건 나의 새 편지지보다 훨씬 더 좋은 걸. 아마, 내가 발명한 탓일 거야. 선생님께서도 못쓰게 된 디스켓 때문에 꾸중을 하시려다가 오히려 칭찬을 하시게 될 거야.’
선영이는 마음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며, 선생님께 디스켓 편지를 썼다.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학과 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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