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상방지용 열 신발
찬바람이 쌩쌩 불고, 쌀쌀한 날씨에 눈까지 휘날리자 내 마음은 벌써부터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지난 해 이맘때 쯤, 눈물이 쏙 빠지도록 고생했던 기억이 떠올라서다.
우리 교실은 2층에 있었다.
내 자리는 북쪽 끝부분에 위치해 있었는데, 마침 창문 유리의 한쪽 부분이 조금 깨진 채로 겨울을 맞았다.
“어이 추워!”
흰 눈이 날리고, 날씨가 점점 추워져서 털장갑, 털목도리를 착용하고 등교를 했으나 교실 안은 썰렁하고 추웠다.
가을까지만 해도, 손가락 서너 개 정도의 크기로 깨져있는 유리창에서 그렇게 왕솔바람이 몰아칠 줄은 몰랐었다.
북풍한설에 찬바람은 몰아치고, 시베리아 같은 내 자리에서 공부를 하려니 몸은 자꾸 떨리고 발이 시러웠다.
“아이 참, 발이 꽁꽁 얼었어.”
투덜거리는 내 말을 듣다 못한 영미가 나를 바라보며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경아야, 그렇게 추우면 앞에 가서 난로 좀 쬐고 와!”
유난히 추위를 잘 타는 가녀린 몸매의 나를 뚱뚱한 영미는 부러움 반, 시샘 반으로 훑어보고 있었다. 속으로는 아마도 이렇게 비웃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흥, 날씬하다고 되게 추운 척 하네. 왕년에 추위 안 타본 사람 있나?’
영미의 표정에 밀려 교실 중앙에 있는 난로 앞으로 다가가 몸을 녹여 보았지만 잠깐 쉬는 시간은 후딱 지나가버렸고, 다시 수업시간이 되었다.
선생님은 앞에서 칠판에 무언가를 적으며 열심히 가르쳤지만 그걸 받아 적으려니 손가락이 꽁꽁 얼어 필기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아이 추워, 모두들 괜찮은 것 같은 데 나만 추운 걸까? 아니면 다들 참고 있는 걸까.’
아무튼 집중력도 떨어지고, 나중에는 머리가 아플 지경에 이르렀다.
“정아야, 너 왜 그래? 어디 아프니? 얼굴이 노랗다.”
학교에서 종일 시달리고 집에 도착했을 때 나는 기진한 몸을 침대 위에 그대로 던졌다.
“아, 따뜻해! 왜 학교는 그렇게 추워야 하지?”
포근한 이불을 뒤집어쓰고 몸을 녹이며 나는 혼자서 중얼거렸다.
작년 겨울은 유난히도 길고 추웠다.
추위에 시달리며 하루하루 보내던 중 어느 날부터인지 발가락이 빨갛게 부어오르고 가렵기 시작했다.
“엄마, 발이 부었어요.”
내 말에 엄마는 놀란 표정으로 눈을 크게 떴다.
“응? 어디 보자.”
나는 양말을 벗고 발을 보여드렸다.
“아니, 이런? 동상에 걸린 것 아니야?”
“에이, 설마요.”
“아니다. 아무래도 발에 얼음이 박혔어. 얼른 빼야지. 한번 걸리면 해년마다 고생하는 것이 동상이란다.”
엄마의 말씀에 놀란 나도 덩달아 걱정이 되었다.
“그러면 어떡해요.”
“어떡하긴. 엄마가 약을 사다 주마. 잘 치료가 안되면 민간요법을 사용해 보고⋯”
“민간요법요?”
“응, 엄마가 너만 할때 너처럼 발에 동상이 걸려서 밤에는 가려워서 잠을 못잘 지경이었단다. 그런데 외할머니께서 가지 대와 고추 대를 삶은 물에 발을 담그고 있으라고 준비해 주시더라.”
“그래서 그렇게 하셨어요?”
“응, 그랬더니 희안하게 낫더라. 어쨌든 요즘은 약이 좋으니까 빨리 치료 하자.”
그 말에 조금 안심이 된 나는 편하게 잠들 수 있었다.
그러나 학교에만 가면 전쟁을 치러야했다. 그 경울이 다시 돌아온 것이다.
“어휴, 이거 정말 장난이 아니네.”
오들오들 떨다 못해 화가 난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교실은 바뀌었어도 여전히 겨울은 추웠다.
‘어떻게 하면 이 고통을 덜 수 있을까? 발만 따뜻하면 그런대로 참을 수 있겠는데⋯’
사실 눈이 많이 내린 날이나, 찬바람이 강하게 부는 날 가장 추위를 느끼는 부분이 바로 우리 몸 가운데 일부인 발이다.
‘발, 발을 따뜻하게 하는 방법을 찾으면 되겠구나.’
그러나 그 방법이 여의치 않았다.
‘돌을 달궈서 발밑에 깔고 있을 수도 없고, 전열기를 발에 설치할 수도 없고 무슨 묘책이 없을까?’
드디어 겨울 방학이 시작되었다.
“야! 이제 해방이다.”
나는 손을 번쩍 들고 좋아했다.
“그렇게 좋으니?”
엄마의 물음에 나는 대답했다.
“엄마, 정말 장난이 아니라니까요. 우리 교실에 한번 와 보세요. 아휴! 생각만 해도 몸이 떨려.”
진저리를 치는 내 모습에 엄마는 소리 없이 웃었다.
“그래, 방학도 했으니 외갓집에 가서 군고구마도 구워 달래고, 싫컷 놀다 오너라.”
“이야, 신난다.”
외갓집은 산골에 있어 유난히 춥고 바람이 많이 불었으나 방안은 포근했다.
“정아야, 어서 오너라. 이 아랫목으로 와 앉아. 춥다!”
여전히 따뜻하게 맞아 주시는 외할머니의 둥뒤로 화롯불의 숯이 이글거리며 빨갛게 달구어져 나를 반겼다.
‘앗, 바로 저거다. 숯이 스스로 열을 내듯이 신발이 스스로 열을 내게 하는 거야!’
신발아래의 밑바닥 내부에 석탄과 종이를 이용한 열나는 부분을 만들어 우리가 이동하면 자극에 의해 열이 나도록 하는 것이다.
‘열 신발이라!’
신발의 밑창처럼 넣다, 뺐다 할 수 있고 자극을 주기만 하면 열이 나는 신발. 생각만 해도 몸이 달아올랐다.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학과 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
왕연중의 발명동화
Designed by DOWO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