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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 꽂이 가방
“앗, 또 우산을 교실에 두고 왔네.”
예진이는 현관까지 내려와 비가 오는 것을 보고서야, 뉴스를 듣고 챙겨왔던 우산을 교실에 두고 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휴, 아침에는 오지도 않던 비가 왜 하필 지금 오는 거야?’
예진이는 4층에 있는 교실까지 올라가서, 우산을 챙겨 쓰고 집에 오는 동안 내내 투덜거렸다.
우산을 두고 와서 4층까지 올라갔다온 것보다도 이런 일이 비 오는 날에는 자주 있었고, 그 때문에 우산을 학교나 학원에 두고 오는 날이 많아 예진이는 몹시 짜증이 난 것이다.
“에이 참, 왜 비는 오다 말다 하는거야. 오려면 계속 오고, 안 오려면 처음부터 오지 말지…”
집에 들어서며 투덜대는 예진이를 어머니는 반갑게 맞이해 주셨다.
“예진아, 좀 늦었구나.”
예진이는 어머니께 투정을 부렸다.
“엄마, 사실은 오늘도 학교에 우산을 두고 나와서, 다시 갖고 오느라고 늦었어요.”
그러자 예진이 어머니께서는 예진이를 야단치기는커녕 오히려 약을 올리셨다.
“예진아, 건망증은 약도 없단다. 네가 우산을 잃어버리지 않는 방법을 연구해 보렴.”
“아이 참 엄마도…”
처음에는 어머니께서 놀리시는 것에 약이 올랐던 예진이었지만, 방안에 들어가 곰곰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우산을 잊어버리고 안 가져 왔던 일이 수없이 많았어! 이건 우리 가족뿐만 아니라, 내 친구들도 한 번쯤은 누구나 겪는 일일거고…’
예진이는 마음속으로 이런 생각들을 하다가,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우산을 잊어버리지 않고 챙겨 다니는 방법은 없을까?
그러나 어떻게 하면 좋을지 구체적인 방법이나, 묘안은 좀체 떠오르지 않았다.
어느 주말에 예진이는 아버지의 심부름으로 창고에 들어가게 되었다.
“예진아, 창고에 가서 장도리 좀 꺼내 오너라.”
“녜, 아빠!”
창고에 들어간 예진이는 구석에 놓여 있는 헌 책가방을 발견했다. 책가방을 새것으로 바꿀 때, 헌 가방을 버리기가 아까워 한쪽에 잘 챙겨둔 것이었다.
책가방은 먼지가 묻은 채로 곱게 놓여 있었다.
‘바로 저거다!’
예진이는 장도리를 챙겨들며, 헌 책가방도 함께 가지고 창고를 나왔다.
“그게 뭐니?”
아버지의 물음에 예진이는 대답했다.
“연구할 것이 있어서 써 보려고요.”
“연구?”
“녜, 맨날 우산을 놓고 다니는 것을 예방하는 방법을 찾아 볼거 예요.”
“허허 예진이가 발명을 하겠다는 것이구나. 잘 해봐라. 아빠도 도와줄게.”
“정말이지요? 아빠, 감사합니다.”
예진이는 그날부터 종이에 설계도를 그려가며 연구를 시작했다.
“발명은 잘 되어가니?”
어느 날, 아버지의 말씀에 예진이는 자신 있게 대답했다.
“예, 아빠! ‘우산 꽂이 가방’을 만들려고 구상을 해 놓았어요.”
“오, 그래? 정말 놀랍구나!”
“그런데 이제 재료가 필요해요.”
아버지는 예진이를 대견스러운 듯 바라보시며 말씀하셨다.
“그래, 말해 보거라. 무엇을 도와줄까? 우리 발명선생!”
“발명은 간단해요.”
“어떻게 할 건데?”
“가방 옆에 우산을 꽂을 수 있는 집을 만들 거예요.”
예진이의 말을 듣고 계시던 아버지는 곰곰 생각하시다가, 이렇게 말씀하셨다.
“생각은 참 좋은데… 그런데 예진아, 우산길이 만큼 집을 만들면 가방의 쟈크는 어떻게 열지?”
“야참, 그렇구나!”
예진이는 다시 고민에 빠졌다.
‘그럼 어떻게 하지?’
또 며칠이 지났다. 그 날은 토요일 이어서 학교에서 일찍 돌아온 예진이는 운동화를 빨기로 했다.
‘오늘은 운동화랑, 실내화를 빨아야지.’
팔을 걷어 부치고 운동화와 실내화를 들고 목욕탕으로 간 예진이는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있어 밖으로 나왔다.
“그거야. 바로!”
그리고는 아버지를 불렀다.
“아빠. 방법을 찾아냈어요.”
“그래? 뭔데!”
“쟉크 부분에 찍찍이를 붙이면 어떻겠어요? 운동화에 붙어있는 찍찍이와 같은 거 말이에요.”
“와! 역시 예진이구나.”
예진이는 아버지의 도움을 받으며 즉시 작업에 들어갔다.
“아빠, 빨리 시내에 가요.”
“오냐, 알았다.”
예진이는 아버지와 함께 시내 가게에 가서 천을 사고, 재단을 하고, 재봉도 했다.
“자, 이제 집이 되엇어요.”
“그렇구나, 이젠 책가방에 달자.”
예진이는 아버지와 함께 3일이나 걸려서 우산꽂이가 부착된 가방을 완성했다.
“와, 드디어 발명 1호 탄생!”
“우산꽂이 가방 만세!”
예진이는 아버지와 함께 부등켜안고 즐거워했다.
“아빠, 저는 발명은 발명가들만 하는 줄 알았는데, 해보니 자신이 생겨요.”
“그래, 앞으로 더욱 열심히 생각해서 발명 2호, 3호도 탄생시켜라. 이 아빠가 적극적으로 밀어줄게.”
“녜, 아빠!”
예진이는 이제 비 오는 날을 기다리게 되었다.
“이거 빨리 비가 안 오나?”
“뭐? 호호호”
예진이의 어머니는 딸의 모습을 보며 흐드러지게 웃으셨다.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공무원학과 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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