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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아리 부화기구
또 실패다. 이번에도 귀여운 병아리 대신에 삶은 달걀이 나오고 말았다. 이번에는 반숙으로⋯
나는 너무나 실망해서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왜? 또 익은 계란이 되 버렸니?”
누나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의 달걀들을 바라보았다.
“응, 몽땅 다 익어버렸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나는 힘없이 대답했다.
“이제 그만 포기해. 벌써 몇 번째니? 실험에 쓰인 달걀만도 100개는 넘겠다.”
누나의 목소리엔 나를 걱정하는 마음과 안타까움이 베어 있었다. 누나도 어릴 적에 달걀을 품에 안고 잔 일이 있었으니, 나의 마음을 잘 알고 있을 것이었다.
“싫어. 포기하지 않을 거야. 요즈음은 전부 기계로 알을 부화하잖아. 그런데, 그 부화기를 축소하는 것뿐인데 안 될 이유가 어디 있어? 분명히 성공할 수 있을 거야.”
나는 누나 앞에서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4학년 때, 나는 에디슨의 전기를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 특히 첫 부분에서 에디슨이 달걀을 품어 부화시키려한 장면은 잊혀지질 않았다. 그리고 에디슨처럼 해보고 싶은 생각이 마구 피어올랐다.
어린 에디슨처럼, 나에게도 생명의 신비를 알고 싶은 욕심이 생겨난 것이다. 도대체 그 동그란 달걀이 어떻게 병아리가 되는 것인가? 어떤 모습으로 태어나는 것인가? 모든 것이 궁금하였다.
그러나, 나는 아무래도 에디슨보다는 더 똑똑하고 영리한 아이인 것 같다. 나는 애당초 달걀은 사람의 몸으로 품어서는 깨어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한걸음 더 나아가서 다른 친구들의 궁금증을 풀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즉, 나는 작은 부화기를 만들어 달걀의 부화과정을 관찰 할 수 있도록 하려한 것이다.
책을 통해, 달걀이 부화하려면 적당한 온도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내어, 나는 전기밥솥을 개량하여 실험도구로 삼았다. 그러나 몇 번의 실험에도 불구하고 계속 실패만 거듭한 것이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전기밥솥의 온도나 시간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달걀도 아주 신선한 것으로만 골랐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특별한 잘못을 발견 할 수 없었다.
“태림아, 너 또 실패했다면서? 누나에게 들었다.”
아빠의 물음에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아빠는 내 실험의 가장 적극적인 후원자 이셨는데 매번 실망만 안겨드리니 죄송할 따름이었다.
“아빠가 이 일은 말하지 않으려 했는데⋯ 네가 이렇게 크게 실망하고 있으니 어쩔 수 없구나.”
나는 어리둥절해졌다. 내가 모르는 비밀이 있음에 틀림없었다.
“실은 네가 하고 있는 연구는 이미 오래 전에 영국에서 한 것이란다. 한 완구회사가 학습용으로 개발했지⋯”
아빠의 말에, 나는 아주 큰 충격을 받았다. 너무나 놀라 몸이 뻣뻣해질 지경이었다.
“책을 읽다가 우연히 발견한 사실이란다. 그런데 네가 아주 열심이기에 비밀로 했었지. 이게 그 사진이란다.”
아빠가 건네주신 사진 속의 기구는 신기하게도 나의 것과 무척 닮아 있었다. 밥통 모양도 그렇고, 그 안에 짚을 깐 것이나 온도와 시간을 맞추는 타이머까지 너무나 비슷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달걀 부화 시 사용하는 온도나 시간까지 똑같았던 것이다.
“이건 정말 이상해요. 이렇게 똑같은데 왜 제 것은 매번 실패만 하는 거죠?”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 닭의 신이 방해를 하지 않는 이상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아빠도 그 점을 이해할 수 없더라. 혹시 너무 오래된 달걀을 사용한 것은 아니니?”
나는 머리를 세차게 흔들었다.
“슈퍼의 누나한테 물어보고 사오는 걸요. 그리고 신선한 달걀을 감별하는 법은 저도 알아요.”
“달걀을 슈퍼에서 샀다고?”
아빠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되물으셨다.
“예... 슈퍼에서”
“세상에... 하하하 나참...”
아빠는 난데없이 웃음을 터뜨리셨다. 나는 잠깐 영문을 몰라 당황했다. 아빠가 웃으시는 이유를 통 알 수가 없었다.
“예끼 이 녀석아. 그러니까 매번 실패지! 병아리를 부화시키려면 수정란을 써야해. 아빠도 없이 태어난 달걀에서 어떻게 병아리가 나오느냐?”
아빠의 설명을 듣고 나는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을 정도로 창피했다. 자칭 닭 박사, 계란박사가 수정란과 그냥 계란의 차이도 몰랐다니! 정말 세계적인 망신감이었다.
“알겠니? 달걀은 아빠가 있는 것과 아닌 것이 있는 거야.
그중 병아리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빠가 있는 계란뿐이지. 우리가 보통 먹는 계란은 모두 아빠가 없는 것들이야.”
“예”
나의 목소리는 모기소리보다 작았다.
“연구나 발명을 하기 전에는 우선 많은 공부를 해야 하는 거야. 연구대상에 대해선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을 알고 있어야 해. 그렇지 않으면 실패를 하게 되는 거야.”
아빠의 굵은 목소리가 귓가에서 쟁쟁하게 울렸다. 평생 잊을 수 없도록 귀에 못이라도 박고 싶은 심정이었다.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공무원학과 겸임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그림 : 김 민 재(만화가, http : //www.coolmorning.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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