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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판 자동 샤워기
세미는 목욕을 자주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사람은 몸이 깨끗해야 마음도 상쾌해진다.’는 글을 읽었기 때문이다.
“목욕을 하고나면, 기분이 확실히 좋아요 엄마.”
세미는 어느 때는 샤워까지 두 번을 할 정도로 목욕을 즐겼다.
그러자 세미 어머니가 걱정을 했다.
“세미가 웬일이야! 이젠 수돗물 값이 더 나오게 생겼네!”
그러나 세미는 어머니의 걱정은 들은 체 만 체 하고, 여전히 콧노래를 불러가며 욕실을 자주 들락거렸다.
시험 성적이 나빠 스트레스를 받거나, 학교에서 친구들과 사소한 일로 다툼이 있었을 때, 그리고 집에서 동생 때문에 아빠께 꾸중을 들었을 때도 세미는 기분전환을 할겸 욕실 문을 열었다.
“에이! 기분 나빠, 목욕이나 하자.”
타월에 샤워용 세제를 짜서 거품을 충분히 낸 다음 온몸을 구석구석 문지르고, 샤워기의 따뜻한 물로 싹 헹군다.
머리끝에서부터 발끝까지 쫙 쏟아지는 부드러운 물의 촉감은 답답하고 속상한 마음까지 씻어주는 것 같아서 좋았다.
머리를 감고 나서, 욕조 안에 가득 채워진 뜨끈한 물속에 발부터 적시고 허리, 가슴, 그리고 목까지 밀어 넣고 가만히 눈을 감으면 온몸으로 전해지는 따스한 온기……
‘으, 따뜻하고 시원해!’
세미는 그렇게 욕조 안에 들어앉아 주일 날, 교회학교에서 배운 성경구절을 떠올린다.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저희 것임이요, 애통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위로를 받을 것임이요, 온유한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땅을 기업으로 받을 것임이요,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배부를 것임이요…….”
그렇게 혼자서 욕실 천장을 보며 중얼거리다 보면 어떻든 불쾌했던 기분은 싹 가시고, 화가 났던 것도 풀리고, 나른해지는 것과 동시에 부정적이었던 마음과 생각들도 긍정적으로 싹 바뀐다.
‘그래, 참는 자가 복이 있다고 했다. 높아지고 싶거든 낮아지라고 했고… 내가 참고 마음을 고쳐먹지 뭐, 지금부터 김 세미 파이팅! 아호야!’
욕실 문을 나서면, 어머니가 가끔 말씀하셨다.
“쟤는 뭐가 그리 좋아서 싱글거리는지 모르겠네. 참 별일이야!”
그러면 세미는 씨익 웃으며 대꾸한다.
“엄마도 목욕을 해 보세요. 히히”
그런데 그 목욕 때문에 기어코 일이 벌어졌다.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온 세미가 어머니께 인사를 하려는데 어머니의 얼굴표정이 갑자기 험하게 바뀐 것이다.
“세미야, 너 정신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그제 서야 세미는 정신이 아찔했다.
‘아차!’
아침에 샤워를 하고, 욕조에 담가놓았던 샤워기 밸브를 잠그는 것을 잊은 채 학교에 갔다 온 것이다. 낮에는 일 때문에 부모님께서도 늘 집안을 비우시는데 그동안 쏟아져서 흘러내린 물하며 허비된 물값…
“엄마, 미안해요. 깜빡했어요.”
세미는 모기만한 소리로 말하고는 고개를 숙이고 방으로 들어갔다.
‘아이쿠야, 잊어버리고 잠그지 않았어도 자동으로 멈추어지는 샤워기는 없나?’
세미는 자신이 그것을 만들어 보겠다고 다짐을 했다.
‘그런 것만 있으면 머리를 감으면서 눈감은 채로 씻어도 되고, 비눗물이 눈에 들어가지 않아 건강에 좋고…’
세미는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 그 생각을 하며 연구를 했지만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이튿날, 세미는 자신의 생각을 아버지께 말씀드렸다.
“우리 세미가 좋은 생각을 했구나. 아빠가 도와줄 테니 연구해 보거라.”
세미는 아버지의 말씀에 기분이 좋아져서 ‘야호’하고 소리를 질렀다.
“그렇게 기분이 좋으니?”
“네, 아빠”
“그럼, 시작해 보자.”
세미는 아버지와 함께 설계도를 그리며 수도 배선에 대해서도 배웠다.
철물점을 돌아다니며 공구를 사서 맞추고, 조립을 해도 신통치가 않아서 처음에는 전전긍긍했다.
‘물이 멈추는 과정을 알아보고, 센서를 부착하면 될텐데…’
아버지와 함께 세미는 수도사에 가서 알아보기도 하고, 필요한 것들은 사다가 좀더 적극적으로 연구를 시도했다.
“먼저 발판을 자동 샤워기에 스위치 2개로 연결시키고, 온수 냉수를 만들자.”
아버지와 같이 수돗가에 가서 실험을 했더니 세미의 생각과 똑같이 이루어졌다.
“와, 성공이에요. 아빠!”
너무나 기뻐서 아버지를 끌어안은 세미는 환호성을 질렀다.
오늘도 세미는 콧노래를 부르면서 신나게 샤워를 한다.
‘발명이란 정말 좋은 거군. 이렇게 편리하게 해 주다니!’
세미는 발판을 일부러 오르락내리락하며, 자동 샤워기의 편리함을 확인하고 무척 대견스러웠다.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학과 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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