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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전기밥솥
“준호야, 밥 먹어라.”
“녜, 알았어요.”
나에게 저녁 식사 시간은 언제나 기다려지는 시간이다.
학교에서 돌아와, 동생과 함께 신나는 놀이로 체력을 소모한 탓에 배고픔을 쉽게 느끼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것보다 저녁 반찬은 메뉴가 다양하고, 요리학원에 다녀오신 엄마께서 색다른 음식을 만들어 주기 때문 이다.
“엄마, 오늘 메뉴는 뭐에요?”
“준호가 좋아하는 오징어순대다.”
“와, 신난다.”
동생과 나는 즐거운 마음으로 식탁에 앉는다.
그러다가 즐거웠던 기분이 가끔 돌변하는 때가 있다. 잡곡밥 때문이다.
“윽, 오늘은 콩밥이에요?”
“그렇단다. 준호가 싫어하는 줄은 알지만 다른 가족들의 건강을 위해서야. 그리고 준호도 이제부터는 콩밥을 먹도록 노력해 봐! 완두콩이야.”
“으으⋯ 하지만⋯”
나는 말을 잃어버리고 만다. 나의 식성을 때때로 무시하며 일방적으로 콩밥을 내놓는 엄마. 그렇지만 더는 따질 수도 없고, 그렇다고 밥을 안 먹을 수도 없어 귀찮지만 할 수 없이 콩을 골라내야 한다.
일일이 콩을 가려내는 일은 귀찮고 힘들기도 하지만, 그러다 보면 식욕을 잃고 만다.
“준호야, 미안해. 내일은 흰밥 할게.”
젓가락으로 만지작거리는 나를 보며 엄마는 잘못도 없으면서 사과를 하신다.
‘어떻게 쌀과 콩을 따로따로 분리해서 밥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나?’
속으로 생각해 보지만 아직은 뾰족한 수가 없다.
그러다가 어느 공휴일 날, 우리 가족은 야외로 소풍을 나갔다.
“이야, 밖에 나오니까 이렇게 좋은걸⋯”
파란 하늘, 누렇게 익어가는 벼, 바람에 살랑거리는 옥수수 잎, 허공을 맴도는 고추잠자리가 가을의 정취를 더해주는 맑은 날씨였다.
“이제 밥 먹을까? 배가 고픈데.”
냇물에 손을 담그고 아이들처럼 즐거워하던 아빠의 말씀에 우리는 잔디밭에 돛 자리를 폈다.
엄마는 비닐 가방을 열고 찬합을 꺼내 돛 자리 위에 펴놓았다.
“오늘은 김밥을 쌀 시간이 없어서 몇 가지 반찬을 만들었어요. 드세요.”
“우와, 맛있겠다.”
동생과 나는 입맛을 다시며 돛 자리 위에 앉았다.
콩밥에 태극무늬의 찬합에는 생선튀김, 나물, 그리고 게찜 등이 먹음직스럽게 들어 있었다.
‘으, 또 콩밥!’
갖가지 음식들을 둘러보던 나는 밥을 먹으려다 말고 속으로 부르짖었다. 그러나 반찬들을 보니 구미가 당겼다.
“잘 먹겠습니다.”
한 마디 하고는 아빠가 한 술 뜨는 것을 기다렸다가 반찬을 집으려고 태극무늬의 찬합에 젓가락을 가져갔던 나는 갑자기 뒷 통수를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그 순간 머리 속으로 아이디어가 떠 오른 것이다.
‘와, 맞아! 바로 이거다.’
나는 콩밥이라는 사실도 잊은 채, 무의식적으로 식사를 했다.
밥 한술 뜨고, 반찬 한 번 먹고⋯⋯
그러면서 내 머리에서는 생각의 나래를 펴고 있었다.
‘기존의 밥솥은 내 솥이 모두 한 개다. 그런데 꼭 한 개이어야 한다는 법이 어디 있어. 내 솥의 구조를 이 태극무늬의 반찬통처럼 2개, 3개로 만들어 밥을 하도록 하는 거야.’
그렇다. 내 솥에 칸막이를 하여 한 쪽에는 쌀, 다른 한 쪽에는 보리, 또 다른 쪽에는 콩 등을 나누어 놓아 밥을 하게 된다면, 나처럼 콩을 싫어하는 사람에게 콩이 섞이지 않은 밥을 줄 수 있는 것이다.
“준호야,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니? 어서 밥 먹지 않고⋯”
콩밥조차 개의치 않고 몇 숟갈 뜨던 내가 물끄러미 앉아있는 것을 보고, 엄마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녜, 먹을게요. 엄마!”
마음이 다급해진 나는 소풍이고 뭐고 관심이 없었고, 어서 속히 집으로만 돌아오고 싶었다.
그렇게 하루 해가 기울고 우리 가족은 모두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도착하기가 무섭게 책상 앞에 앉은 나는 스케치북에 내 머리 속의 생각들을 옮겨 놓았다.
이 밥솥의 특징을 말하자면, 식성이 각기 다른 식구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밥을 먹을 수 있다는 점에서 참 편리하고, 실용성이 좋다는 것을 들 수 있다.
내 솥 안에 칸이 있음으로 해서 식구들의 식성을 잘 맞출 수가 있고, 불평 또한 없어질 것이다.
다만 윗 쪽의 뚜껑에도 칸막이를 만들어서 밑쪽의 칸막이와 맞게 뚜껑을 개조시킨 것이 기존의 밥솥과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만일 밥통의 밑바닥 부분을 붙였다 떼었다 할 수 있다면, 말라붙은 밥알 찌꺼기를 빠르게 제거할 수 있을 텐데⋯’
그러나 그렇게 한다면 고장이 빨리 날 위험이 있으므로 그 부분은 더 연구해 보기로 하였다.
“이것이 정말 너의 아이디어란 말이지?”
엄마는 내가 보여주는 그림 속의 전기밥솥을 들여다보며 매우 대견해 하셨다.
“우리 집안에 에디슨이 났어? 어디 나도 좀 봐야지.”
아빠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나를 칭찬하시며 기뻐했다.
“흐음, 미래의 밥솥이란 말이지⋯”
어쨌든 내가 싫어하는 콩밥을 먹지 않아도 된다면, 계속 발명품을 고안할 생각이다.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공무원학과 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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