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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리한 드라이버
우리 부모님은 두 분 다 일을 갖고 계시는 맞벌이 부부라서, 평소에 집에는 동생과 나 둘뿐일 때가 많다.
“형, 이 못 좀 박아 줘.”
어느 날, 동생이 못과 망치를 들고 와서 자신의 방 벽에 못을 박아 달라고 부탁했다.
“그래? 한번 해 보자.”
동생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어 못을 벽에 대고 망치를 두들겼다.
그런데 못은 비뚤어지기만 할뿐 제대로 박히지 않았다.
“형, 잘 안 돼?”
“이상하다. 왜 못이 안 들어가지?”
도중에 그만 둘 수는 없고, 동생 앞에서 형이라는 나의 체면은 말이 아니었다.
간신히 박기는 했지만 박힌 모양은 엉성하기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 집은 이사를 하게 되었다.
이사 짐을 옮긴 다음 날의 일이었다.
“아빠, 이 컴퓨터 책상이 흔들거려요. 좀 봐주세요.”
나의 말에 아버지는 드라이버를 들고 내방으로 들어오셨다.
“책상이 흔들려? 어디 보자.”
나는 이사를 오기 전부터 흔들거렸던 컴퓨터 책상을 흔들어 보였다.
“음, 나사가 헐거워졌구나. 이렇게 경첩을 대고 드라이버로 나사를 다시 박으면 되겠다.”
아버지는 시범을 보이면서 말씀하셨다.
“아, 그렇군요.”
나는 아버지의 굵고 든든한 팔이 간단하게 나사를 조이는 모양을 바라보며 감탄했다.
“그런데 동성아, 아빠가 출근을 해야 하니까, 네가 나머지 나사는 박아보도록 해라. 할 수 있겠니?”
아버지의 하는 모습이 쉬워보였고, 또 재미있을 것 같아 얼른 대답을 했다.
“녜, 아빠! 어서 출근하세요. 제가 할게요.”
그런데 처음 시작할 때는 재미가 있었지만 나중에는 점점 손이 아파오기 시작하여 곧 싫증을 느꼈다.
“아, 손이 아파!”
하지만 끈기 있게 되풀이하여 일을 마쳤다.
한숨 돌리며 생각해보니, 못을 박거나 나사못을 박는 일 등이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니었다.
‘나사못이나, 못은 힘이 없는 여자나 어린이들도 박을 수 있도록 해야 하는 데 꼭 이렇게 힘을 들여서만 할 수 있다니⋯’
속으로 불만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그 불만과 함께, 어떻게 하면 못을 쉽게 박을 수 있을까를 궁리하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틈만 나면 드라이버를 앞에 놓고 연구를 시작했다.
“형, 뭐해?”
나의 이상한 태도에 동생이 말했다.
“응, 이 드라이버 말이야. 잘만 개조하면 못을 쉽게 박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아하, 드라이버?”
동생 또한 내 앞에 앉아 드라이버를 이리저리 살펴보기 시작했다.
“동우야. 내 생각에 이 손잡이 뒤로 구멍을 뚫어 앞의 쇠를 뒤로 이어 손잡이를 따로 만들고, 기존의 손잡이는 움직이지 않게 고정시키는 거야. 그리고⋯”
“형, 드라이버의 쇠를 둥글고, 길게 만들면 어떻겠어?”
“둥글고 길게? 좋은 생각이다. 쇠가 짧아 손잡이를 못 만들겠지?”
동생과 나는 상의 끝에, 기존의 손잡이에 둥근 구멍을 뚫고 그곳으로 쇠가 나오고 들어가고 또한 꽉 끼지도, 너무 크지도 않게 하기로 했다. 그리고 새롭게 만든 손잡이는 역기역자(⌐)모양으로 구부리고, 제일 위의 가로로 된 손잡이의 가운데 부분을 얇게 만들어 그 위에 돌아가도록 쇠를 동그랗게 만들어 끼워 넣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얼마 있지도 않은 용돈을 털었다.
“형, 드라이버 사 왔어?”
“응, 동우야 이것 좀 잡아 줘.”
손잡이의 앞, 뒤 크기가 같은 드라이버를 사서 손잡이의 뒤를 송곳으로 뚫었다. 그리고 쇠를 뒤로 연결했으나, 그러기에는 쇠의 길이가 너무 짧았다.
“동우야. 안 되겠다. 쇠가 너무 짧아서 연결할 수가 없어. 어떻게 하지?”
“형, 아빠께 부탁하면 안 될까?”
“그렇지! 역시 내 동생이 최고다.”
아버지와 함께 철공소에 가서 여러 가지 부탁을 주문했다.
“아저씨, 이 쇠를 길게 해주시고, 앞부분만 일자나 십자드라이버 같은 모양을 해 주세요.”
그 외에도 손잡이의 길이를 늘리고 구부리는 것을 부탁하고 새로 만들어야 할 손잡이까지 만들어 달라고 했다.
그 다음날 맞춰보니 잘 맞았다.
내가 먼저 완성품을 사용해 보았다.
“아빠, 엄마께서도 한번 써 보세요.”
사용해 보신 부모님은 잘했다고 칭찬해 주셨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동생이 한참 만지작거리다가 이렇게 말했다.
“이 드라이버를 쓰다보면 손잡이가 자꾸만 앞, 뒤로 움직이고, 또 어느 경우에는 제일 뒤로 밀려가서 돌아가지도 않고 힘만 더 들어. 형, 미안하지만 이렇게 불편한 점이 보완되지 않는다면 그냥 옛날의 드라이버를 쓰는 편이 훨씬 더 낫겠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생각이야?”
“고민 좀 해야겠구나.”
또 다시 생긴 고민거리로 며칠을 끙끙 댔다.
식탁에 앉아서도 그 생각을 떨쳐버리지 못하던 나는 문득 설거지를 하시는 엄마의 고무장갑을 무심코 바라보았다.
“와! 찾았다. 찾았어! 해답을 찾았어. 동우야!”
바로 고정되어 있는 손잡이 쪽에 고무로 꽉 끼도록 만들고, 끼우는 고무의 둘레에 호일같이 미끄러운 것으로 둘러싸서 잘 돌아가도록 했다.
“형, 성공이야! 우리 형 만세!”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학과 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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