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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높이조절 장치
콩나물이랑 우유도 열심히 먹고, 줄넘기도 매일매일 열심히 하는데 왜 키가 안 크는 걸까?
“난 키 작은 사람이 제일 싫더라.”
영아가 이렇게 말했을 때, 나는 너무나 속상해서 그만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 영아는 분명 그렇게 말하면서 나를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속으로 비웃었겠지.
‘흥, 꼬마 철진이는 유치원생하고나 놀아라!’
영아의 비웃음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키가 작은 설움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영아같이 예쁜 애한테 무시당하는 것은 물론이고, 살아가는 모든 일에 불편을 겪는다.
공중전화에 돈을 넣으려면 발돋움을 해야 한다. 사람이 많은 전철을 타면, 사람 속에 파묻혀 숨도 못 쉴 지경이다. 그뿐이 아니다. 욕실에선 거울을 보기위해 딛고 설 발판이 필요하고, 칠판을 지우려면 의자가 있어야 한다. 하여간 하나에서 열까지 모두 불편뿐인 것이다.
“세상은 정말 불공평해. 모든 것이 키 큰 사람들에게 좋도록 되어있어!”
나는 너무나 화가 나서 엉겁결에 큰 소리로 울분을 터뜨리고 말았다.
“무슨 일이 있었구나?”
엄마는 걱정스레 날 쳐다보셨다.
“그냥⋯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나는 손을 내저으며 애써 미소를 지어 보였다. 영아에게 무시당한 일을 엄마에게 까지 알리고 싶지 않았다. 엄마는 내말을 믿지 못하시는 듯 한참 동안이나 날 바라보셨다.
“그래⋯ 그건 그렇고 욕실 거울말이다. 네 키에 맞도록 하나 더 달까 생각 중인데⋯ 어떠니?”
나는 영문을 몰라 한참을 망설였다. 엄마가 어떻게 내 생각을 아셨을까?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거울의 높이를 네가 정하렴.”
엄마는 나의 모든 것을 아시는 것인가? 나는 한동안 아무 말도 못하고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서있었다.
“요술처럼 거울을 늘렸다 줄일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나는 욕실 벽면에 붙어있는 거울을 보며 중얼거렸다.
나만의 거울을 다는 것은 어쩐지 쑥스러웠다. 좁은 욕실에 거울이 두개나 있는 것은 보기에도 안 좋을 것 같고, 나도 언젠가는 키가 크게 될 것이니 거울이 쓸모없게 될 수도 있을 것이었다.
“어때? 위치를 정했니?”
엄마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좀더 생각한 뒤 결정하겠어요.”
거울의 높이를 조절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든다면, 굳이 거울을 새로 달지 않아도 될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과감히 새 거울을 포기하기로 하였다.
하지만 거울의 높이 조절 장치를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몇 번의 실험이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첫 번째 실험은 거울을 고무줄로 매달아서 잡아당길 수 있도록 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고무줄이 거울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실패로 돌아갔다.
두 번째는 용수철을 이용했는데, 이것은 녹이 슬 염려가 있었고 자칫하면 새총을 쏘듯 거울이 날아갈 위험이 있었다.
이밖에도 여러 실험이 있었지만 전부 쓸모가 없는 것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엄마의 시장바구니에서 아주 신기한 것을 발견했다. 그것은 작은 막대기를 X자 모양으로 쭉 연결해 놓은 것이었는데, 접으면 아주 작게 줄어들고 늘리면 마름모를 붙여놓은 듯한 모양으로 커졌다.
“이게 뭐여요?”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응, 자바라 옷걸이 라는 거야. 너희들이 가지고 노는 주먹발사 장난감하고 비슷하지⋯”
“자바라 옷걸이...”
나는 환하게 미소 지었다. 용수철이나 고무줄로 실패했던 거울 높이 조절기를 드디어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는 아빠께 부탁해서 스테인리스 스틸로 자바라 옷걸이와 같은 모양의 기구를 만들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에다 거울을 고정시켰다. 이렇게 해서 기구의 끝을 벽에 붙여 두었다.
“어때요. 멋지지요. 이젠 새로운 거울이 필요 없어요.”
나는 자랑스럽게 웃으며 거울을 살짝 잡아 당겼다. 그러자 자바라 기구가 쭉 늘어나면서 거울이 내 키에 맞도록 내려왔다.
“아빠가 쓰실 땐 거울을 그냥 올리면 돼요.”
“정말 좋구나. 움직이는 거울이라⋯ 우리 철진이가 자랑스러운 걸⋯”
엄마는 환하게 웃으셨다.
“이제 키 작은 것 때문에 불평하지 않을 거지?”
“네. 언젠가는 클 텐 데요⋯ 그리고 전 큰 키 대신에 좋은 머리가 있잖아요.”
거울 속에서 또 다른 내가 빙그레 웃고 있었다.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공무원학과 겸임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그림 : 김 민 재(만화가, http : //www.coolmorning.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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