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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수영복
아침저녁으로 부는 바람이 너무나 뜨거워 숨을 턱턱 막히게 하는 여름이다.
아침 일찍부터 시작된 더위는 기세를 더 해 가고, 선풍기는 더운 바람만 내뿜고 있다.
집을 지키는 파수꾼 누렁이도 혀를 쑥 내밀고 늘어져 있는 것이 무척 힘든 표정이다.
“어휴, 아침부터 이러하니 한낮은 얼마나 무더울까?”
누나가 입을 쑥 내밀고, 누렁이 같은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또르르 흘러내리니 마냥 게을러 질 수밖에 없다.
“남들은 다들 피서를 간다고 야단인데 우리 집은 올해도 안 가려나?”
나는 옆에 계신 아빠를 의식하며 말을 던져 보았다.
“집에서 여름을 보내는 게 가장 좋은 피서라고.”
“치이, 집에 있는 게 뭐가 피서에요?”
입을 삐쭉거리는 내게 누나가 말했다.
“그래, 한상아. 아빠 좀 졸라서 우리도 피서가자.”
그리고는 기운이 나는 듯 아빠의 어깨를 주물렀다.
“집만 나서면 고생이래도!”
그러자 이번에는 엄마가 나섰다.
“여보, 경민이네도 간다던데 우리도 승규네랑 가까운 데라도 갑시다.”
“그래요. 아빠!”
온 가족이 아빠를 조르자, 마침내 아빠가 승복을 했다.
“까짓 거, 식구들 모두가 원한다는데 내일이라도 가자고!”
“야호!”
누나와 나는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렸다. 벌써 더위가 조금은 가신 듯한 느낌이었다.
승규는 내가 어릴 때부터 같이 자란 가장 친한 친구다. 피서 가는 것도 좋았지만 승규랑 같이 갈 생각을 하니 더욱 기뻤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피서 가는 날.
강가에는 알록달록 텐트들이 여럿 보였다. 까맣게 몸을 태우며 수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와, 우리도 수영하자.”
“얘들아, 준비운동하고 들어가라!”
어른들이 모두 텐트 치는 데 열중하며 우리 발목을 붙잡았다.
“야, 정 한상! 너도 텐트 치는 거 도와야지.”
불쑥 나타난 누나가 내 귀를 잡아당기며 말했다. 할 수 없이 누나에게 끌려가며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치, 승규는 이런 누나가 없어서 좋겠다.’
텐트 치는 것을 돕다 보니 이마에는 구슬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그때 누나가 소리쳤다.
“어머, 한상아. 저기 승규 아니니?”
돌아보니 강 저쪽에서 허우적거리며 소리를 지르는 승규의 모습이 보였다.
“저걸 어째!”
어른들이 우루루 달려가, 가까스로 승규는 뭍으로 끌어 올려졌다.
나는 심장이 쿵쿵 뛰고, 어지러웠다.
“이제 정신이 좀 드니?”
승규가 눈을 뜨자 누나가 물었다.
“그러게 너무 깊은 곳에서는 수영하지 말라고 했잖아! 준비운동도 하지 않고 뛰어 들더니 이게 뭐야?”
승규 어머니는 토끼처럼 빨개진 두 눈을 크게 뜨고, 소리쳤다.
“하여튼 말썽이다. 너희 같은 개구쟁이들은 안전모처럼 안전수영복을 입어야 사고가 없을 거야!”
승규 아빠의 말을 내가 받았다.
“앗, 그래! 누나, 아저씨 말씀대로 정말 있었으면 좋겠다.”
“뭐가?”
“안전수영복 말이야. 정말 굉장해!”
“얘, 얘, 까불지 말고 저리 가!”
누나는 귀찮다는 듯이 파리 쫓듯 나를 쫓아 버렸다.
그러나 쫓겨 가면서도 나는 곧 눈을 크게 뜨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물에 잘 뜨는 것이 무엇이 있지?’
보이는 것은 강 위에 둥둥 떠있는 형형색색의 튜브밖에 없었다.
‘그래, 튜브처럼 공기를 넣으면 물에 잘 뜨겠지?’
나는 아빠께 내 생각을 얘기했다.
“저, 아빠. 튜브를 이용해서 안전수영복을 만들면 어떨까요?”
“안전수영복이라고?”
그러자, 볼에 심술이 덕지덕지 붙은 것 같은 누나가 소리를 질렀다.
“야! 너 또 그 타령이냐?”
나는 누나의 위세에 굴복하지 않고 아빠께 말했다.
“승규처럼 발에 쥐가 나더라도 물위에 안전하게 떴으면 해서요.”
“한상아, 그렇지만 튜브에 구멍이 나면 위험하지 않겠니?”
“네가 생각하는 것이 다 그렇지 뭐. 메롱!”
누나는 혀를 쑥 내밀며 빈정거렸다.
나는 어깨에서 기운이 쑥 빠지는 것을 느꼈다.
그런데 아까까지만 해도 힘없이 누워있던 승규가 보이지 않았다.
‘뭐야, 나는 자기 때문에 이렇게 생각을 하는데. 기운이 남아도니?’
그때 승규가 내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한상아, 뭐 해? 우리 이것 가지고 놀자.”
“뭔데?”
“스티로폼. 저쪽 애들이 배 만들고 남은 거래.”
“뭐, 스티로폼?”
순간 내 눈 앞에서 무언가 번쩍였다.
“이만큼만이면 되겠지?”
내 생각을 들은 승규가 스티로폼을 한 아름 안고 왔다.
네모 모양으로 잘라 끝을 엮으니 조끼 모양이 되었다.
“우리 시험해 볼까?”
“그래. 야! 뜬다. 떠!”
승규와 나는 어깨를 한껏 높이고 식구들에게 자랑했다.
“내년에도 피서 와야 돼요! 모두에게 안전수영복을 만들어 드릴게요.”
덕분에 사고의 위험은 사라졌다.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공무원학과 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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