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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행자 우선 신호등
어느 일요일, 우리 가족은 모처럼 시외로 나가게 되었다.
“웅석아, 준비 다 되었니?”
“녜, 엄마. 지금 나갑니다.”
엄마는 나들이를 위하여 아침 일찍부터 김밥 도시락을 싸고, 아빠는 자신의 몸처럼 애지중지 하시는 소형 승용차를 거울같이 닦으셨다.
나는 동생과 함께 준비를 마치고, 엄마를 따라 밖으로 나갔다.
문 밖에는 아빠의 승용차가 멋진 폼으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자, 사모님! 타시지요. 알아서 모시겠습니다.”
엄마에게 차의 문을 열어주며 농담을 하시는 아빠를 향해 엄마는 손가락에 뽀뽀를 하여 건네셨다.
다정한 아빠 엄마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차의 뒷자리에 올라탄 나와 동생은 손으로 입을 가리고 키득거렸다.
‘우리 아빠, 멋쟁이!’
속으로 외치면서, 나도 커서 어른이 되면 아빠처럼 가족들을 사랑하고, 헌신적으로 돌보는 너그러운 남자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자, 안전벨트를 매세요. 차가 곧 출발합니다.”
“벌써 맸습니다요. 여보!”
“키키킥 킥킥.”
차는 서서히 출발하여 미끄러지듯 동네를 빠져 나갔다.
“사철에 봄바람 불고 있고/ 하나님 아버지 모셨으니/ 믿음의 반석도/ 든든하다/ 우리 집 즐거운 동산이라?”
어느새 콧노래를 부르는 아빠, 엄마의 평안한 분위기에 우리는 스넥 봉지를 따서 나누었다.
“자, 웅비야. 먹자!”
“그래. 형! 놀러가니까 좋지. 응?”
“응, 동물원에도 갔으면 좋겠다.”
“아빠가 거기도 가신댔어.”
차는 어느새 시내를 벗어나, 한적한 변두리 길을 시원스럽게 달리고 있었다.
천천히 지나가는 가로수와 들판, 뭉게구름이 떠 가는 파란 하늘?
모든 것이 정겹고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그러다가 우리 차를 커다란 몸집으로 가로막는 것이 있었다. 버스였다.
앞이 답답하여 버스 뒤를 따라가기가 고역스러웠던 아빠는 버스가 천천히 멈추려는 것을 보고, 파란 불일 때 추월을 하기위해 갑자기 속력을 냈다.
그 순간 횡단보도를 천천히 건너고 있는 할머니 한 분이 느닷없이 나타났다. 버스에 가려서 아빠는 미처 그 할머니를 못 보신 것이다.
‘앗!’
나는 속으로 부르짖었다.
아빠는 깜짝 놀라,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끼이이익～”
횡단보도는 조금 넘었지만 간신히 멈추어져 할머니께서도 무사하셨다. 천만 다행이었다.
“어휴, 큰일 날 뻔했네.”
엄마는 가슴에 손을 대고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말했다.
‘정말 다행이야.’
나는 속으로 생각했고, 동생 또한 급제동의 충격으로 휘청거린 몸을 추스르고 있었다.
“여보, 조심 하세요.”
“시골 길은 이래서 더 위험하다니까. 천천히 갑시다.”
아빠는 다시 승용차를 출발시켰다.
우리 가족은 목적지까지 무사히 도착하여 즐거운 하루를 보낼 수 있었지만 그 충격적인 일로 인하여 나는 오로지 한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노약자가 안전하게 건널 수 있는 신호등은 없을까? 걸음이 느려서 빨간불이 들어왔는 데도 미처 다 건너지 못한 그 할머니같이 노약자를 보호 할 수 있는 신호등이 있다면 좋을텐데.’
구경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도 나는 오직 그 생각 뿐이었다.
그러다가 며칠 남지 않은 시험 때문에 과학책을 펴 들었다.
‘사람의 몸에서 적외선을 발산한다. 적외선이라? 응? 적외선?’
나는 무릎을 탁 쳤다. 갑자기 내 머릿속 전구에 불이 들어오는 것 같았다.
‘그렇지! 적외선을 감지하는 센서를 신호등에 부착하면???’
신호등에 적외선 감지 센서를 부착하여 건널목에 대기하는 보행자를 감지한다. 그래서 사람 신호등은 녹색, 차의 신호등은 빨강색으로 바뀌게 된다.
그러나 감지 시 바로 바뀌면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아무런 준비없이 갑자기 바뀌면 차량쪽, 그리고 사람 쪽에서도 사고가 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신호 전환은 감지 후, 20초 뒤에 이루어져 차량과 횡단을 하려는 사람 모두 정지 또는 횡단할 준비를 할 수 있게 여유를 둔다.’
나의 생각 중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차량소통이 원활하다는 것이다. 사람이 오기 전까지는 계속 차량이 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신호등은 신호가 정기적으로 바뀌기 때문에 횡단을 하려는 사람이 있건 없건 신호가 바뀐다. 그러나 이 신호등은 사람이 있어야만 신호가 바뀌므로 쓸데없이 소통이 끊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경제성도 뛰어나다.
신호등 하나 설치하는 데 천만 원이 든다고 한다. 그러나 이 신호등에 쓰이는 센서는 5만 원 정도로, 기존 신호등에 센서만 장착하면 되고 신호등이 없는 경우에는 전신주에 신호기만 부착하면 작동이 가능하다.
내 발명품을 보신 아빠 엄마는 내 등을 토닥거리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오늘날 미국의 위치가 정상에 서 있게 되기까지는 국민의 창의성에 따른 것이란다. 발명의 힘을 이용하여 우리나라를 경제대국으로 만들어야 한다면 그건 바로 너희들의 몫이다. 자랑스러운 내 아들?”
“우리 웅석이 화이팅!”
참으로 행복한 시간이었다.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공무원학과 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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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연중의 발명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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