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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빛나는 안경
햇볕이 포근하게 내리쬐는 4월, 일요일이어서 나는 친구와 함께 하루 종일 밖에서 지내게 되었다.
“재성아, 오랜만에 밖에 나오니까 기분이 무척 상쾌하다. 그렇지?”
“그래, 햇볕도 따뜻하게 느껴지고...”
오랜만에 바닷가를 걸으며 친구와 나는 조개껍질도 줍고, 모래사장을 뛰어 다니기도 하고, 파도에 손을 담갔다가 빼기도 하며 즐겁게 놀았다.
“바다는 언제 봐도 넓고, 푸르고...”
“하늘이 바다인지, 바다가 하늘인지...”
“어쭈, 그러고 보니 우리가 시인이라도 된 것 같다.”
“헤헤헤. 시인이 따로 있냐? 마음에 시가 흐르면 시인이지...”
바다는 말이 없으나, 넓은 어머니의 품처럼 모든 것을 포용하고, 하늘은 높고 푸르러서 우리의 이상처럼 꿈을 갖게 했다.
“준호야. 저 앞에 보이는 저것이 뭐지?”
지독한 근시로 눈이 나빠, 멀리 있는 물건을 잘 식별하지 못하는 내가 준호에게 물었다.
“저거? 배가 지나가고 있는데 그렇게 안 보이니?”
“응, 잘 안보여. 갈매기 같기도 하고 배 같기도 하고...”
“눈이 나빠서 불편하겠구나.”
“그래. 시력이 좋은 것도 큰 복이란다.”
그렇게 말하는 사이 오랫동안 안경을 착용해서인지 머리가 조금씩 아파오고, 어지럽기 시작했다.
“준호야, 너무 오랜 시간 안경을 쓰고 있었던 탓인지 머리가 아프고 어지러워 지는데 이제 그만 갈까?”
“그러자. 재성아, 우리가 너무 오래 놀았어. 공부도 해야 하는데...”
준호와 나는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억지로 돌려야 했다.
“준호야, 나에겐 너처럼 좋은 친구가 있어서 아무것도 부럽지 않다.”
“너도 참... 너는 어떤데. 모든 면에서 나보다 낫잖니? 재성이 너는...”
“쑥스럽다. 준호야!”
“네가 먼저 시작했다!”
“알았어. 우리 넓은 바다처럼 무엇이든 포용할줄 아는 큰 인물이 되자. 우리 우정도 변치 말고...”
나는 준호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바닷가를 걸어 모래사장을 빠져나왔다.
“준호야, 잘 가!”
“재성아, 오늘 정말 즐거웠다. 너도 잘 가렴.”
준호와 헤어진 후, 나는 어두워지는 골목길을 걸어 집으로 돌아왔다.
“재성아, 저녁 먹어야지.”
“네, 엄마. 간단히 주세요. 준호랑 핫도그 사 먹었더니 밥 생각이 별로 없어요.”
하루 종일 바닷가를 걷고, 뛰고 한 탓인지 무척 피곤했던 나는 밤이 되자 안경을 침대에 아무렇게나 놓고 잠자리에 들었다.
얼마쯤 잤을까?
화장실에 가려고, 습관처럼 일어나 걸음을 옮기려는 내 발 밑에서 무언가 뿌지직 소리를 내며 부서지는 것이 있었다.
‘응, 이게 뭐지?’
불을 켜고, 밟은 자리를 살펴보던 나는 속으로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아이쿠, 내 안경!’
내 발 밑에서 와사삭 부서져버린 안경이 처참한 모습으로 놓여 있었다.
“이걸 어쩌지?”
혼자서 발을 동동 굴렀지만, 이미 엎어진 물이었다.
다음 날, 나는 전날의 기억을 되살리며 왜 그렇게 머리가 아팠고, 안경이 쉽게 부서졌는가에 대하여 생각하게 되었다.
그와 동시에 안경에 대한 관심이 대단해져서, 안경을 착용한 사람들에게 이것저것 묻게 되었다.
“안경에 대해 불편하다고 생각되는 점은 없나요?”
“있지요. 귀 뒤가 조이고, 오래 쓰면 머리가 아파요.”
“몇 번씩 깨뜨렸어요. 안경을 호주머니에 넣고 있다고 잊어버리고 누워 깨먹거나, 떨어뜨려서 알이 깨지고...”
사람들의 대답은 모두가 불편하다는 것이었다.
‘오랫동안 안경을 착용해도 편하고, 보관하기 쉬운 안경은 없을까?’
고민하던 나는 우선 엄마를 졸라서 한의원에 찾아가 상의를 하게 되었다.
“자기장을 이용한 치료 방법이 있기는 한데...”
한의사의 말에 퍼뜩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그래, 바로 자석이야!’
그러니까, 자석을 이용하여 머리를 맑게 하고 시력을 증진시킬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었으나, 어떠한 자석을 이용하여 그 자석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는 잘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다가 선생님을 통해 자기장의 원리와 세기, 그리고 인체의 신비에 대해서 강의를 듣고난 후 인체에 적합한 자기장의 세기에 맞추어 자석을 제작하는 공장을 힘들게 찾아냈고, 그 공장에서 여러 가지 도움을 받아 안경에 부착할 수 있는 자석을 구하게 되었다.
공장에서 구한 자석을 한의사의 말씀에 기초하여 안경에 조심스럽게 끼워 넣었다.
‘그런데 안경을 밟아서 부서졌던 그 일은 어떻게 보완하지?’
그 점을 개선하기위해 고민하던 나는 어느 날, 늦게야 잠이 들었다.
“재성아! 시계 소리 안 들리니? 어서 일어나!”
엄마의 성화에 못 이겨 간신히 실눈을 뜬 내 머리맡에서 알람시계가 기상시간을 알리고 있었다.
“때르르릉! 때르르릉!”
졸음을 못 이기며, 시계를 보던 나는 시계의 일정부분에서 야광이 빛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앗, 이거다. 안경다리에 야광물질을 예쁘게 넣으면 되겠어!’
나는 용수철처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공무원학과 겸임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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