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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거주사에 경광 장치 부착
“따르르릉...”
급하게 울어대는 전화기를 귀에 댔을 때, 이모의 다급한 목소리가 새나왔다.
“건모니? 엄마 계셔?”
“아니요. 이모 무슨 일 있으세요?”
“응, 완이가 자전거를 타다가 차에 부딪쳤어. 지금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있단다. 엄마 오시면 연락 좀 하라고 해. 알았지?”
“네, 이모, 그런데 완이가 많이 다쳤어요? 어디 병원이지요?”
사고가 나면 흔히 그렇듯이 완이의 입원으로 우리 집은 한동안 어수선해졌다.
완이는 이모의 아들이자 내 동생이다.
친 동생처럼 귀엽게 굴어서 우리는 늘 형제처럼 지내오던 터였다.
아빠 엄마가 병원을 다녀오시고, 한바탕 술렁거렸던 분위기가 다소 진정이 된 어느 날, 오후에 나는 완이의 병실을 찾았다.
“이모, 완이는 좀 어때요?”
“건모야! 어서 오너라. 완이는 수술이 잘되어서 이제 며칠 더 치료하면 괜찮을 것 같구나.”
“그래요? 다행이네요.”
완이는 다리에 기브스를 하고, 팔에 링거주사를 꽂은 채 누워 있었다.
“완이야, 좀 답답하겠구나. 짜아식!”
나는 완이의 다른 쪽 팔을 툭 치며 말했다. 완이는 얼굴에 미소를 띠며 반가운 표정으로 나를 맞아 주었다.
“혀엉...”
“한참 돌아다니고 싶을 텐데 안됐다.”
내가 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위로를 하고 있을 때, 이모가 갑자기 생각난 듯 말을 꺼냈다.
“참, 건모야! 너 있을 때 내가 잠깐 집에 다녀와야겠다. 괜찮겠니?”
“녜 이모, 오늘 밤에는 제가 병실을 지킬 테니 아예 주무시고 오세요.”
“아니야, 잠깐이면 돼. 이제 막 링거를 주사하기 시작했으니 한참동안은 괜찮을 거야. 혹시 내가 미처 못 오거든 주사액이 다 들어갈 때쯤 간호사 누나에게 말을 해 주겠니?”
“녜, 알았어요. 이모! 염려 말고 다녀오세요.”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 나와 이야기를 나누던 완이는 피곤한 듯 눈을 감고 스르르 잠들어 버렸다.
병실 밖으로 스멀스멀 어둠이 내려앉고, 환자들을 찾아오던 방문객들의 발길도 뚝 끊어졌다.
병실 안에도 차츰 고요가 깃들었다.
‘이모가 정말 안 오시려나?’
링거의 주사액은 반쯤 줄어 있었다.
병실 복도를 거닐다가, 다시 완이의 침대 맡에 앉은 나는 턱을 괴고 앉았다.
졸음이 내 눈꺼풀을 누르고, 어느새 침대에 이마를 댄 나는 자신도 모르게 꿈속을 헤매고 있었다.
“아니? 이걸 어째!”
이모의 비명소리에 깜짝 놀라, 눈을 뜬 내 앞에는 주사바늘을 꽂은 자리가 피투성이가 된 채 울고 있는 완이의 모습이 놓여 있었다.
“앗! 이게 어떻게 된 일이에요?”
“빨리 간호사를 불러 와! 그러게 내가 링거 병을 잘 보랬잖아!”
간호사가 달려오고, 사태는 수습이 되었지만, 이모와 완이에게 미안한 마음은 감출 길이 없었다.
“이모, 미안해요. 내가 그만 깜빡 졸았어요.”
“내가 조금만 더 늦었으면 큰 일 났겠구나. 아무튼 이 링거주사는 계속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정말 신경 쓰여!”
이모와 완이는 한사코 괜찮다고 했지만, 무거운 마음으로 집에 돌아오면서 나는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링거주사는 환자를 낫게 하기 위해 놓는 것인데, 환자나 보호자나 불안하게 하여 정신건강을 해치게 하는구나.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주사액이 다 들어갈 때쯤 자동적으로 알려주는 경보장치가 되어있다면 좋을 텐데.’
집에 돌아온 나는 그때부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를 시작했다.
‘그런데 경보장치가 무엇으로 링거주사액이 다 들어간 것을 감지하지?’
깊이 생각할수록 입안이 타고, 목마른 느낌이 든 나는 무심코 냉장고 문을 열었다.
반쯤 남은 주스 병을 꺼내들고 컵을 찾으려는 순간, 머리 속을 번개처럼 스쳐가는 생각이 있었다.
‘아, 바로 이거다 ! 주스가 가득 들었을 때는 무거웠는데, 이제 반쯤 남으니 한 손으로 들만큼 가벼워졌어.’
나는 즉시 용수철저울을 생각해낸 것이다.
‘음. 링거걸이에 용수철저울을 장치하고 거기에 링거 병을 매달면 되겠구나. 시간이 지나면서 병 무게가 가벼워지고 용수철 길이가 줄어들게 된다. 용수철의 줄어든 길이가 주사액 교체량 만큼 되면 소리가 울리도록 한다. 그런데 소리가 울리는 시점은 무엇으로 확인되도록 하지?’
기술적인 문제에서 막히게 되자, 나는 아빠의 도움을 요청해 보기로 했다.
“리미트스위치라는 것이 있단다. 작동 시점이 되면, 전원으로 연결되어 어떤 장치가 작동될 수 있도록 하지.”
리미트스위치는 내가 손으로 조정해 가며 작동시킬 수 있었으므로 실험하기가 쉬웠다. 그리고 소리를 내는 경보장치는 조금 비싸서 대신 경광장치를 쓰기로 했다.
링거걸이에 용수철저울, 리미트스위치, 링거병을 달아 보았다.
“링거병 전체 무게는 1500g, 수액을 뺀 병의 무게는 500g, 보통 병원에서 링거를 교체할 때 쯤의 양은 대략 10g정도... 총 링거병의 무게가 510g이 되면 리미트스위치가 작동하여 경광등이 돌며 빛을 냅니다.”
내 작품이 몇 번의 과정을 거쳐 실제로 작동되었을 때,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며 엄마가 말씀하셨다.
“건모야, 완이가 오늘 퇴원한대.”
“네? 아니 벌써요? 조금 더 있어라고 하지요.”
“뭐?”
“그래야, 이 경광장치가 빛을 볼...”
내 이마에 군밤이 사정없이 날아들었다.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공무원학과 겸임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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