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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트 콩나물재배 통
“지혜야, 너 가서 콩나물 좀 사오겠니?”
여름 방학 때의 일이다. 집에서 놀고 있는 내게 어머니는 심부름을 시키셨다.
“네, 엄마. 돈 주세요.”
“300원어치만 사 오너라.”
“알겠어요.”
나는 어머니께서 내미는 1000원짜리 지폐 한 장을 들고 슈퍼로 갔다.
“아줌마, 콩나물 300원어치만 주세요.”
내 말에 슈퍼 아줌마는 요즘 물가가 올라서 300원어치는 팔 수 없다고 했다.
“그래도 우리 집은 식구가 적으니까 300원어치만 주셔도 돼요.”
“그럴 수가 없단다.”
“그럼 얼마치를 사야 돼요?”
“최하가 500원이다.”
“좀 많을 것 같은데 할 수 없지요. 그럼 500원어치를 주세요.”
평소에 콩나물을 매우 좋아했던 나는 그냥 돌아가기는 싫어서, 많지만 500원어치를 사게 되었다.
“엄마, 300원어치는 안 판대요. 그래서 500원어치를 사 왔어요.”
“그래? 응, 조금 많구나. 국 끓여먹고 좀 남겨두었다가 다음에 먹지 뭐! 수고했다.”
어머니는 콩나물을 받아들며 그렇게 말씀하셨다.
“어, 시원하다.”
얼큰한 콩나물국에 밥을 말아 먹으며 어른들은 그렇게 말했다.
‘참 이상해. 어른들은 왜 뜨거운 국을 먹으면서 시원하다고 할까? 냉면이나 그렇게 시원한 음식도 아닌데.’
어쨌든 그리고 나서 며칠이 지났다.
밖에서 놀다가 들어온 나는 저녁을 먹기 위해 식탁에 앉았다.
“와, 내가 좋아하는 콩나물 무침이다.”
콩나물을 매우 좋아하던 나는 식탁에 오른 콩나물 무침에만 덤벼들어, 혼자서만 독차지하고 맛있게 먹었다.
“지혜야, 천천히 먹어라. 누가 뺏어가니?”
“알았어요. 엄마, 이거 제가 사 온 콩나물이지요?”
“그래, 더 놓아두면 썩을 것 같아서 무쳤다. 맛있니?”
“녜, 원래 제가 콩나물 대장이잖아요. 엄마!”
그리고 몇 시간이 지났다.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배가 아프고 몸이 가렵기 시작했다.
“아이 구, 배야!”
“저녁 잘 먹고 왜 그러니?”
“모르겠어요. 배가 아프고 온 몸이 가려워요.”
그러자 내 팔을 살펴보던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얘가 왜 이래, 온 몸에 붉은 반점이 돋았네. 뭘 잘못 먹었나?”
“아이고, 배 아파요. 엄마!”
“콩나물이 잘못 되었나? 오래 되어 좀 꺼림찍했는데...”
“빨리 병원에 데리고 가 봐요. 여름철에는 식중독이 유행하기 마련인데 조금만 이상해도 먹지 말았어야지.”
“혹시 체했을른지도 모르니까 우선 비상약으로 응급처치하고 날이 밝으면 병원에 가보자.”
“아이 구, 아이쿠 배야!”
나는 배를 움켜쥐고 밤새 딩굴었다.
이튿날 부리나케 병원에 가보니 식중독이라고 했다.
“에구, 그 콩나물... 상한 줄도 모르고 나 혼자만 먹겠다고 욕심을 내다 이 모양이 됐어. 이제 다시 콩나물을 먹나 봐라. 아이 고 배야!”
그 뒤부터 나는 한동안 콩나물이 먹기 싫어졌다.
그러나 식성은 변하지 않아, 다시 콩나물 생각이 났다. 그래서 나는 쉬지않고 틈만 나면 콩나물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는 시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콩나물을 즐겨 먹는다. 그런데 가게에서는 원하는 만큼 조금씩 팔지 않아 500원, 혹은 1000원 어치 씩이나 사서 먹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한꺼번에 다 먹을 수가 없어 흔히 조금씩 남겨두는데 며칠 지나면 맛이 없어지고, 그냥 두면 썩기 마련인 것이다. 경제적으로도 큰 손실이다.
그렇다고 바구니에 콩나물을 기르자니 너무 많아서 또 걱정이다.
‘적당히 길러서 먹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너무 많으면 또 식중독에 걸릴 것 같고...’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도록 생각을 한 끝에, 머리를 식히려고 고개를 들다가 문득 배란다 한 끝에 놓인 페트병에 시선이 멎었다.
‘그래, 페트병을 이용한다면...’
페트병은 작아서 한 번에 먹을 양만을 재배할 수 있기 때문에 양을 조절하기도 편할 것이다.
다음날, 나는 어머니를 졸라서 콩나물 콩을 사다달라고 부탁했더니 선뜻 들어주셨다.
우선 페트병을 깨끗이 씻고 병마개가 있는 쪽부터 약 10～15㎝정도 잘라냈다.
자르고 난 후의 접속부분은 날카로우므로 테이프나 은박지로 싸서 손이 다치지 않게 예방하고, 안에 콩을 넣는다.
물을 주고, 병위를 검은 비닐봉지로 덮어 햇빛이 약간 드는 곳에 놓고 매일 물을 주었다.
“이야, 콩나물이다!”
내 동생은 콩나물이 자라는 과정을 보면서 매우 신기해하고, 그것이 동생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지혜가 콩나물만 좋아하더니 결국 콩나물 박사가 되는구나.”
어머니는 내가 기른 콩나물을 씻어서 요리를 하시며 매우 기뻐 하셨다.
“이 아이디어를 지혜가 냈단 말이지. 역시 이름처럼 지혜가 있구나.”
아버지 역시 칭찬을 많이 해주셨다.
콩나물에서 농약이 검출되기도 한다는데, 무공해 콩나물을 자주 길러 먹어서 여름철 건강을 유지 해야겠다.
“페트 콩나물 재배기 만세!”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공무원학과 겸임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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