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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 연결 낚시 줄
‘찌르륵 쓰르륵, 찌르륵 쓰르륵.’
해가진 강변에선 밤이 빨리도 찾아왔다. 벌레들은 달님이 서둘러 나온 것이 꽤나 반가운지 한껏 목청을 돋워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쉼 없이 들리는 물 흐르는 소리, 수면을 잔잔히 비춰주는 맑은 달빛, 그리고 숨죽여 때를 기다리는 낚시꾼들... 모든 것이 너무나 멋지게 어우러져 밤의 흥취를 한껏 뽐내고 있었다.
“어떠냐? 아주 좋지?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해수욕장에 가는 것보다 훨씬 좋지 않니? 사람도 적고, 낚시도 하고⋯”
아빠는 소리를 낮춰, 속삭이듯 말씀하셨다.
“네, 물도 맑고 공기도 좋고⋯ 정말 멋진 곳이어요. 여기서 오래오래 살고 싶은걸요. 이 벌레들이랑 모기들만 없다면요.”
나는 주위에 모여드는 벌레들을 손을 저어 쫓으며 말했다.
지겨운 모기들, 징그러운 나방들. 고요하고 깨끗한 달밤에 어울리지 않는 것들이 집요하게 내 주위를 맴돌며 괴롭히고 있었다.
“랜턴의 불빛 때문에 벌레들이 모이는 것이란다. 원래 나방이나 산 벌레들은 불빛을 좋아하거든.”
아닌 게 아니라 아빠의 말씀처럼 벌레들이 불빛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 아빠와 나를 희미하게 비춰주는 랜턴에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나방들이 모여 붙어 있었던 것이다.
“그럼 랜턴을 끄면 벌레들이 좀 달아날 것 아녀요.”
“그렇겠지. 하지만 랜턴을 끄면 어떻게 낚시 대를 살필 수 있겠니?”
아빠의 말씀에 나는 한숨을 푹 쉬었다. 언제 잡힐지 모르는 고기 때문에 이렇게 벌레에게 시달려야 하다니... 끔찍하기 짝이 없었다.
그래도 나방뿐이라면 좀 견딜만할 것이었다. 나방은 피를 빨거나 사람의 주위에서 맴돌지는 않으니⋯ 나를 더욱 못 참게 하는 것은 바로 모기였다.
“앗 따가워!”
나는 반사적으로 종아리 부분을 문질렀다. 어느새 모기 한마리가 내 종아리를 물어뜯고 달아난 것이었다. 종아리는 금 새 퉁퉁 부어올랐다.
“이 잉, 아빠 난 잘래요. 모기가 너무 물어서 도저히 못 참겠어요. 벌써 열군데도 넘게 물렸다고요.”
나는 마침내 더 참지 못하고 투정을 부리기 시작했다. 팔딱팔딱 뛰는 힘찬 몸놀림의 붕어나, 은은하게 비치는 달빛, 나무 사이로 새어 나오는 바람소리들은 이젠 안중에도 없었다. 그저 이 지긋지긋한 모기로부터 벗어나려는 생각뿐이었다.
“그래, 그럼 먼저 텐트로 들어가거라. 아빠는 좀더 있어야겠다.”
나는 아빠의 허락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텐트 안으로 기어 들어갔다. 텐트 안에는 미리 피워놓은 모기향이 효과를 내고 있어서 벌레 한 마리도 없이 아주 아늑했다.
‘휴우’
나는 깊게 심호흡을 하고는 두 다리를 쭉 뻗어 보았다. 그제 서야 조금 안정이 되고 새로운 감회에 젖어들게 되었다.
텐트를 살짝 젖히고 내다보니 아빠는 아직도 그 자세 그대로 앉아 계셨다. 가끔 모기를 쫓기 위해 팔을 휘저으실 뿐 조금도 움직이지 않으셨다. 과연 낚시 광으로 불리는 우리 아빠다우신 자세였다.
‘저렇게 계시다간 모기에 수도 없이 물릴 텐데...’
나는 걱정스레 아빠를 바라보았다. 지금도 어디선가 모기가 날아와 아빠의 몸에 붙어 사정없이 피를 빨고 있으리라 생각하니 끔찍했다.
‘텐트에 앉아서 바깥의 낚시 대를 감시하면 좋을 텐데... 좋은 방법이 없을까?’
나는 몸을 이리저리 뒤척이며 멀리 펼쳐진 강줄기를 눈으로 쫓아 보았다. 은은한 달빛 아래로 붉게 반짝이는 보석들이 떠다녔다. 바로 반딧불이었다.
‘바로 저거야!’
나는 아름다운 반딧불을 넋 놓고 바라보다 문득 한 가지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되었다.
‘바로 저거야. 밤에 반짝이는 불빛! 낚시에 고기가 걸리면 작은 불이 반짝이도록 하는 거야. 그러면 텐트 안에 앉아서도 낚시를 즐길 수 있다고!’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곤 낚시 대가 불빛을 내게 할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일단 낚시에 고기가 물리면 낚시 줄은 팽팽하게 당겨지지⋯ 그럼 그것을 이용해서 전원 스위치를 만들 수 있겠다!’
나는 머리 속에 커다란 설계도를 그리기 시작했다.
‘낚시 줄에 가는 스프링을 연결 하는 거야. 끝에는 접점을 달고... 그러면 낚시 줄이 팽팽해질 때 스프링이 늘어나겠지? 그러면 스프링 끝이 전원과 연결되면서 전구에 불이 들어오는 거야. 반딧불처럼!’
나는 신이 나서 한참을 혼자 키득키득 웃었다. 이런 멋진 생각을 해내는 내가 스스로 자랑스럽고 대견했다.
“무슨 재미있는 공상을 하기에 그렇게 혼자 웃는 거니? 아빠도 좀 알자.”
“안돼요. 극비사항이어요. 1차 실험에 성공하면 그때 모두 말씀드릴게요.”
나는 꽤나 엄숙한 표정을 짓고 진지하게 말했다.
“극비?”
“네. 성공하면 아빠께 월척을 안겨 드릴 수도 있을 거여요.”
어리둥절해 하시는 아빠의 얼굴을 쳐다보며 나는 싱긋이 웃었다.
어쩐지 이 밤에는 월척을 낚는 꿈을 꿀 것만 같았다.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공무원학과 겸임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그림 : 김 민 재(만화가, http : //www.coolmorning.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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