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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도처럼 접는 조새
“엄마, 조새가 뭐여요.”
“조새라니?”
엄마는 눈을 껌벅이며 되물어 오셨다.
“제 펜팔 친구 경자 아시죠?”
“오호. 저기 전남에 산다는 친구 말이냐?”
“네. 그 얘가 요번에 편지를 보내왔는데 안 좋은 사연이 실렸지 뭐여요.”
나는 큰소리로 경자의 편지를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바로 이틀 전에 엄마가 크게 다치셨어. 굴을 따다가 조새에 손등을 찍히신 거야. 다행이 왼손이어서 식사를 하는 데에 지장은 없지만, 일을 나가시지 못해서 고민이란다...’
“저런, 큰일이구나.”
엄마는 편지의 내용을 들으시더니, 혀를 차셨다.
“그래, 이것 때문에 조새에 대해 알고 싶어진 거니?”
“네. 도대체 무엇이 경자를 슬프게 했는지 알고 싶어서요.”
엄마는 나의 얼굴을 한참동안 쳐다보셨다. 입가에는 잔잔한 미소를 띄우신채...
“좋다. 엄마와 함께 조새에 대해 알아보자구나.”
엄마와 나는 아빠의 책장에서 커다란 백과사전을 꺼냈다. ㅈ으로 시작되는 말들을 찾아 더듬어 내려갔다.
“엄마. 찾았어요. 바로 이것이어요.”
나는 백과사전에서 조새를 찾아내고는 기뻐서 환호성을 질렀다.
‘조새- 굴을 채취할 때 쓰는 기구. 투박한 나무 자루에 쇠로 만든 갈고리를 달아 굴의 껍질을 쉽게 벗기도록 고안되어 있다’
비교적 간단한 설명과 작은 삽화가 함께 실려 있었다.
‘이렇게 끝이 뾰족하니까 손을 쉽게 다치지...’
나는 경자의 안타까운 눈망울을 상상하며 조새의 그림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것은 나무자루의 양끝에 각각 하나씩의 갈고리가 달려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한쪽의 갈고리가 다른 편보다 약간 작은 듯 했다. 설명을 보니 그 두 갈고리의 쓰임새도 다른 것을 알 수 있었다. 조금 큰 갈고리는 굴의 껍질을 깨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굴을 끄집어내는데 사용하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이 조새를 돌려가며 굴을 깨고 끄집어내는 데 쓰는 구나. 그렇지만 이 위험한 것을 자꾸 돌려 잡다보면 떨어뜨리는 실수도 할 수 있을 텐데...’
나는 조새의 그림을 들여다보며 생각에 잠기었다. 어쩐지 경자의 어머니도 그런 이유로 손을 다치셨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래. 굴 따기에 편하도록 조새를 개량해보자.’
나는 경자의 얼굴을 떠올리며 굳게 다짐했다.
‘먼저 갈고리를 한곳에 모으면 어떨까? 그러면 조새를 돌려가며 일하지 않아도 될테니...’
나는 막대기의 끝에 두개의 갈고리가 붙은 조새의 그림을 그려보았다. 그럴듯 해보였다.
‘하지만, 날카로운 갈고리가 항상 튀어나와 있어 영 불만인데...’
나는 먼저 갈고리에 뚜껑을 씌울 생각을 해보았다. 그러면 사용하지 않을 때는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 꽤 괜찮은 생각이구나. 하지만 그 뚜껑은 불편해 보인다. 만약 뚜껑을 잃어버리면 말짱 헛수고 아니겠니?”
엄마는 내가 개량한 조새를 보시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엄마의 지적대로 내가 만든 조새는 큰 결함을 갖고 있었다. 나는 크게 실망하여 주저 앉고 말았다.
‘그래. 내 주제에 무슨 발명이냐? 포기하자!
나는 모처럼 만의 발명품이 실패로 끝난 것을 아쉬워하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한동안 조새에 대해 생각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여러 날이 흘러갔다.
나는 미술시간에 쓸 미술연필을 깎기 위해 칼을 찾아내었다. 그것은 칼이 반으로 접혀 칼날이 칼집 안으로 들어가게끔 고안된 것이었다.
그것을 보는 순간, 나의 뇌리엔 갑자기 조세문제가 떠올랐다.
“맞아! 조새의 갈고리도 이 칼처럼 안으로 접힐 수 있도록 만드는 거야.”
나는 너무나 기뻐서 펄쩍펄쩍 뛰었다. 그리고는 재빨리 조새의 설계도를 그리기 시작했다.
‘빨리 설계도를 그려서 경자에게 선물로 보내야지!’
나는 환하게 웃는 경자와 경자의 어머니를 떠올리며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공무원학과 겸임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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