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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 속 뚜껑의 받힘방향을 반대로 한 풀통
나는 입술을 꼭 깨물었다. 너무나 분해서 눈물이 터져 나올 것만 같았지만 꾹 눌러 참았다.
“내가 일부러 그랬다고?”
“누가 일부러 그랬데? 니가 바보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거지! 에이, 저런 멍청이랑 한 조가 될게 뭐람? 재수 없어!”
인수는 내게 삿대질을 하며 눈 쌀을 찌푸렸다.
“내가 저번에 쟤 시험점수 봤어. 그런데 산수가 20점이더라고... 완전히 구제불능성 멍청이야!”
옆에서 청이도 덩달아서 경멸하는 듯한 눈초리로 나를 보았다. 아니, 청이 뿐 아니라 우리 조 모두가 나를 째려 보는 듯 했다. 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그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눈물이 갑자기 주르륵 흘러 내렸다.
“아니! 우리 싹싹이가 웬일이야?”
귀에 익은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보니, 개구쟁이 문방구점 주인아저씨가 근심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아저씨는 가게 이름처럼 말 그대로 개구쟁이였다. 그래서 많은 아이들이 그 아저씨를 좋아했다. 물론 나도 아저씨를 친구처럼 좋아했고, 아저씨도 나를 싹싹이라 부르며 귀여워 해주셨다.
“왜 이런 곳에 앉아서 울고 있어? 집에도 가지 않고...”
“난 정말 멍청이인가 봐요.”
나는 흐르는 눈물을 소매로 훔치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 멍청이라니... 싹싹이가 얼마나 똑똑한데!”
아저씨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도 안 된다며 팔짝팔짝 뛰었다. 그 모습을 보니 내 마음이 왠지 가라앉는 것 같았다.
“아네요. 전 정말 모자란가봐요. 산수는 아무리 열심히 해도 20점밖에 못 받고, 오늘은 다섯 명이 함께 하는 공동 미술작품을 엉망으로 했지 뭐여요.”
나는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미술시간에, 우리는 커다란 종이 성을 만들기로 했다. 그래서 다섯 명 씩 조를 짜서 함께 공동작업을 했는데, 내가 그만 실수를 하고 만 것이다.
우리는 아주 아름다운 성을 만들었다. 넓은 정원이 있고, 푸른 첨탑이 있는, 금방이라도 동화속의 공주가 나올 것만 같은 성이었다. 그런데 그 성에 완성을 눈앞에 두고, 문제가 발생했다. 성의 지붕이 제대로 접착되지 않아서 자꾸 흔들거리는 것이었다.
그래서 내가 성의 지붕에 다시 풀칠을 했다. 그런데 그만, 풀의 속 뚜껑이 벗어지면서 많은 풀이 한꺼번에 성위로 쏟아져 내린 것이다. 덕분에 우리들의 아름다운 성은 풀범벅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 친구들한테서 좋지 않은 소리를 들었구나.”
나는 눈물을 글썽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풀이 나빴어요. 풀 통의 몸체를 좀 세게 눌렀을 뿐인데, 속 뚜껑이 빠져버렸거든요.”
나는 아저씨가 풀을 만든 사람이라도 되는 것처럼 원망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그래. 네가 무엇을 말하는지 알겠다. 많은 사람들이 그런 불평을 하지...”
아저씨는 조용히 일어서서 새로운 풀을 하나 들고 왔다.
“자, 싹싹아. 우리 함께 이 풀의 단점을 고쳐보자.”
“제가요? 제가 할 수 있을까요? 전 공부를 못해요...”
“참내! 싹싹이가 에디슨과 아이슈타인의 이야기를 잊었구나!”
아저씨의 눈이 반뜩였다. 그 눈을 보자 나에게도 자신감이 생겼다.
“좋아요. 아저씨!”
우리는 먼저 기존 풀의 단점을 하나하나 분석해보았다.
“풀의 몸통 모양이 둥글어서 책상 위에서 잘 굴러요.”
“그럼 어쩌지?”
“글쎄요. 제 생각인 데요... 풀통의 모양을 직사각형이나 육각형 등으로 만들면 어떨까요?”
“그것 좋구나!”
아저씨와 나는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하며 몹시 기뻐했다.
“속 뚜껑의 문제인데...”
“뚜껑을 잘 살펴보았더니 속 뚜껑과 겉 뚜껑이 한 방향으로 열리도록 되어있어요. 그러니 겉 뚜껑을 열면 속 뚜껑도 같이 조금 열려서, 제가 저지른 실수같은 일이 일어나는 것이 아닐까요?”
“그래, 그 말이 맞다. 그러면 이것을 어떻게 할까?”
“간단하죠. 겉 뚜껑과 속 뚜껑의 닫힘 방향을 반대로 하는 거여요.”
나의 입에서 해답이 줄줄줄 나왔다. 예전에는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었다. 마치 마술같았다.
“이야! 대단한데! 이런 멋진 발명을 해내고...”
인수가 나의 풀통을 보며 탄성을 내질렀다. 청이도 부러운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내가 졸지에 우리 반에서 제일가는 똑똑이가 되어버린 것이다.
나는 한손에는 내가 개량한 풀통과 다른 한손에는 교내 발명품대회에서 받은 상장을 들고 개구쟁이 문방구로 냅다 뛰었다.
“아저씨! 보세요. 아저씨와 나의 발명품이 일등을 했어요.”
나의 환호에 아저씨도 활짝 웃었다.
“그것 봐라. 아저씨는 싹싹이가 해낼 줄 알았지!”
“만약, 제가 이담에 커서 발명왕이 되면 아저씨의 공로를 꼭 알릴게요.”
나의 말에 아저씨는 빙그레 웃으셨다.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공무원학과 겸임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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