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형 및 대형차 분류 차단기
“어휴 속상해!”
경훈이가 몹시 골이 난 표정으로 들어 왔다. 두 뺨은 붉게 상기되어 있었고 바지에는 흙탕물이 잔뜩 묻어 있었다.
“무슨 일이니? 누나한테 말해봐.”
나는 경훈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정하게 말했다.
“누나도 알지? 우리 학교 앞 말이야. 큰 차는 다닐 수 없잖아. 그런데 오늘도 이만큼 큰 트럭이 내 앞을 횅하니 지나갔어. 나랑 내 친구랑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
경훈이는 팔을 최대한으로 크게 벌리며 트럭의 크기를 말하고 있었다. 입술이 비죽이 나온 것이나 팔을 벌린 크기로 봐서 무척이나 놀라고 놀이 난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런 우리 경훈이가 무척 놀랬겠구나. 알았어. 누나가 그런 나쁜 차는 다시 다니지 못하게 해줄게.”
나는 경훈이의 뺨에 입맞춤을 해주고 가까스로 달래었다.
“아니! 정말 그렇게 나쁜 사람들이 있단 말이니?”
“그럼요. 얼마 전에는 사고가 날 뻔한 적도 있었는걸요. 아주 흔한 일이어요.”
나는 경훈이에게 있었던 일을 아빠께 말씀드렸다. 그러자 아빠께서는 혀를 차시며 무척 걱정하셨다.
“차단기 같은 것이라도 설치하면 좋으련만⋯ 그대로 방치했다가 아이들이라도 다치면 어쩌나 쯧쯧.”
그리고는 경훈이와 나에게 큰길에서는 더욱 차 조심하여 다니라고 당부하셨다.
‘차단기를 사용하면?’
나는 내방에 돌아와서도 계속 생각에 잠기었다. 아빠의 말씀 중에 차단기라는 말이 계속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차단기라면 어떤 것을 말하는 것일까?’
나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문득 동네 철길 건널목의 통행금지 막대를 떠올렸다.
‘바로 그거야. 그걸 이용하면 자동차가 다니는 것을 막을 수 있어.’
나는 너무나 기뻐 나도 모르게 손뼉을 쳤다. 그리고 그 다음날 아침에 보통 때보다 일찍 일어났다. 등교 길에 그 건널목 차단기를 한번 보고 싶어서였다.
나는 밥도 먹는 둥 마는 둥하고 그 철길로 달려갔다. 그러나 그 앞에 당도하는 순간 맥이 풀리고 말았다.
‘이런! 막대의 높이가 너무 낮아서 대형차는 물론이고 소형차나 사람도 지나다니기 힘들겠는데...’
나는 너무나 실망하여 풀이 꺾인 채로 터덜터덜 학교로 향했다. 그러나 마냥 실망하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경훈이와 철썩 같이 약속했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저 차단기에 해답이 있어. 저것을 쓸모 있게 고쳐봐야지.’
나는 매일 건널목 앞을 서성이며 좋은 방법을 궁리해 보았다. 이렇게 몇 날을 계속 서성이자 어느 날은 건널목을 지키는 아저씨가 말을 걸어왔다.
“꼬마야. 이렇게 매일 와서 무엇을 보고 가는 거니 나한테 말해보렴.”
아저씨는 이마에 주름살이 굵게 지고 아주 멋진 미소를 짓는 분이었다. 나는 아저씨의 무릎에 앉아 자초지종을 자세히 이야기했다.
“오호라 그랬구나. 그런 나쁜 차들이 있다니, 아저씨랑 다시 한번 차단기를 찬찬히 살펴보자꾸나.”
나는 아저씨 손에 이끌려 차단기를 작동하는 곳까지 들어갈 수 있었다.
“자! 잘 봐라. 땅에 기둥이 하나 박혀있지? 그 기둥과 긴 막대를 자동 축으로 연결하는 거야. 그리고 축을 움직여서 막대를 들었다 내렸다 하는 것이지. 그러니까, 큰 차의 통행만 막으려면 기둥의 높이를 조절하기만 하면 되지 않을까?”
아저씨는 차단기를 하나하나 움직여가며 자세히 가르쳐 주었다. 그러자 나의 머리 속에 기발한 아이디어가 순간적으로 떠올랐다.
“맞아요. 아저씨. 막대의 중간에 또 하나의 축을 만들면 돼요.”
난 너무나 기뻐서 아저씨의 뺨에 뽀뽀를 하고 펄쩍 뛰어올랐다. 그리고 작품을 완성하면 다시 오겠노라고 아저씨와 약속하고서는 곧장 집으로 왔다.
나는 정신없이 나의 생각들을 종이에 그려보았다. 비록 비뚤비뚤하고 어설픈 그림이었지만 무척 자랑스러웠다.
“야! 이것이 정말 우리 희원이가 생각해낸 것이야? 정말 대단한 걸?”
아빠도 나의 그림을 보더니 무척 기뻐하셨다.
“그러니까 소형차의 진입까지 모두 막을 때는 평소와 같이 사용하고 특별히 대형차의 진입을 막을 때는 중간축을 이용한다는 말이지?”
“네. 막대의 중간쯤에 새로운 축을 만들어서 그것이 수직으로 서면 기둥의 높이가 늘어나게 되는 것이어요.”
아빠는 내 설명을 들으시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으셨다.
“경훈이는 좋겠다. 이렇게 멋진 누나를 두어서⋯”
“그렇게 부러우면 아빠도 누나를 사와. 아니면 나랑 나눠 가질까?”
경훈이의 말에 우리 식구는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정말 즐겁고 행복한 날이었다.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공무원학과 겸임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그림 : 김 민 재(만화가, http : //www.coolmorning.net )
|
왕연중의 발명동화
Designed by DOWO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