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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열을 이용한 열기구
“에이, 이 나쁜 고양이들... 또 뚫어 놨네.”
아침 일찍 세수를 하려고 밖으로 나오던 나는 어머니의 투덜거리는 목소리에 의아하여 물었다.
“엄마, 왜 그러세요?”
그러자, 어머니는 구석을 가리키며 말씀하셨다.
“저길 좀 봐라. 음식 찌꺼기들을 쓰레기봉투에 담아 놨더니 간밤에 쥐하고 고양이들이 잔치를 벌인 모양이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너무 성가시구나.”
봉투가 찢겨져 있고, 여기저기 널려있는 음식쓰레기들 위로 파리 떼가 들끓고 있는 것이 몹시 지저분한 광경이었다.
“짜식들! 신났겠네...”
나는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쓰레기봉투를 신나게 물고 뜯었을 동물들로부터 어떻게 하면 환경을 더럽히지 않을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냄새도 나고, 환경을 오염시키는 음식찌꺼기를 아예 퇴비로 이용할 수 있다면 좋을텐데...’
궁리 끝에 음식찌꺼기 처리 기구를 만들기로 했다.
음식찌꺼기 처리 기구를 이용하면 쓰레기봉투 값도 절약되고, 퇴비도 생산되며 환경보전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아서였다.
‘그런데 기왕이면 에너지를 절약하기위해 전기를 사용하지 않고, 태양열을 이용한다면 훨씬 효과적일 텐데...’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나는 곧 실행에 옮겼다.
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뚜껑이 없는 플라스틱 통 1개와, 그 보다 조금 작은 손잡이 끈을 단 뚜껑 없는 플라스틱 통을 준비했다.
“큰 플라스틱 통은 밑면에, 작은 플라스틱 통은 옆면 아래쪽에 구멍을 여러 개 뚫어야 물이 잘 빠지겠지요? 아빠, 이것 좀 잡아 주세요.”
“알았다. 우리 동현이의 멋진 생각이 지구를 살리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든든하게 내 옆을 지키시며 도와주시는 아버지의 농담이 음악처럼 들렸다.
“자, 이제 다 되었으니 다음은 어떻게 할까?”
“아빠, 이제 이 통을 햇볕이 잘 드는 곳에 묻을거에요. 어디가 좋을까요?”
“저 위가 좋겠다.”
아버지와 나는 땅을 파고 자갈을 깐 다음 큰 통을 2/3정도 땅에 묻고, 그 속에 작은 통을 끼웠다.
통 안에 음식찌꺼기를 넣어 모래를 얇게 깐 뒤 투명 뚜껑을 넣었다.
그렇게 음식찌꺼기가 통에 가득 찰 때까지 반복하여 넣고, 야간이나 비가 올 때는 열손실을 막기 위하여 겉 뚜껑을 덮어주었다.
모래를 층층이 깔고, 투명비닐을 덮었기 때문에 태양열을 받자 모래가 빨리 뜨거워져 음식쓰레기는 쉽게 썩어 퇴비가 되었다.
“이야, 이거 작은 속통만 갈아 끼우면 되니까 편리하고, 값도 싸고, 견고하여 반영구적이네. 도대체 이 아이디어가 누구 머리에서 나온 거야?”
어머니는 매우 기뻐하시며 말했다.
“그거야, 어머니의 아들 동현이 머리에서죠.”
그러자 옆에 계시던 아버지가 한마디 거들었다.
“씨는 분명히 김씨다.”
“호호호, 누가 아니랬어요? 어쨌든 고양이나 들짐승들이 들끓는 것을 보지 않아도 되니 속이 다 개운해요.”
그리고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뒤, 나는 겨울방학을 맞이했다.
“동현아, 오늘은 너희 학교 테니스장에 가서 공 한번 치고 올까 하는데 같이 갈까?”
“네, 좋아요.”
모처럼 활짝 개인 날이어서, 평소 운동을 좋아하시는 아버지를 따라 학교테니스장에 갔다.
마침 테니스 선수들이 점심식사를 하고 있었다.
“추운데, 도시락이 차갑지 않아요?”
우리 학교는 급식학교라서 늘 따뜻한 점심식사를 할 수 있는데, 방학 동안에는 급식이 없어 테니스 선수들이 강화훈련을 하면서 차가운 도시락을 먹고 있었던 것이다.
“차가워도 할 수 없이 먹는 거지.”
형들의 그 모습이 너무나 안타까워 나는 어떻게 하면 점심도시락을 따뜻하게 해줄 수 있을까를 생각하게 되었다.
‘도시락을 따뜻하게 데워 먹을 수 있으면 좋을 텐데...’
테니스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는 아버지께 내 생각을 말씀드렸다.
“아빠, 태양열을 이용해서 도시락 보온기를 만들고 싶은데 도와주실래요?”
“물론이지. 우리 김박사 말이라면 뭐든지 해야지. 어떻게 할 건데?”
“삼각 기둥식으로 만들까 해요.”
“필요한 것은 다 구해 줄 테니 염려 말고 만들어 봐라.”
“유리와 스티로폼이 필요하고요...”
도시락 보온기의 윗면은 유리를 덮고, 두 면은 스티로폼으로 막았다.
밑면과 옆면의 안쪽에는 까만 칠을 하여 집열판을 만들었다.
“자, 이제 완성이 되었으니 우선 한 번 실험을 해 봐야지요.”
나는 도시락 보온기 안에 도시락을 넣고 동남쪽을 향해 놓았다.
정오가 되니 내부 온도가 90℃정도나 되어 손을 못 댈 정도로 뜨거웠다.
“이야, 뜨겁다. 뜨거워! 성공이야.”
그후 내가 만든 도시락 보온기를 테니스장에 설치해 주었다.
“이 추운 겨울에, 따뜻한 점심에 뜨거운 물까지... 이게 왠 횡재냐?”
“횡재가 아니라 동현이 발명품 덕이다. 준구야!”
코치 선생님과 선수 형들은 나에게 칭찬을 해주며 매우 귀여워 해주었다.
“와, 우리 학교에 에디슨 2세가 있었어요?”
“그렇지. 김디슨이라고...”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공무원학과 겸임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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