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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기를 이용한 청소
“에이! 찌개가 너무 짜서 못 먹겠어. 엄마는 정말 맛있게 했었는데 누나는 이게 뭐야.”
아침부터 범진이는 투덜댄다.
“은영아. 아빠 빨간 넥타이는 어디 있니?”
“누나 내 유치원 가방하고, 양말 찾아줘.”
아빠와 막내 범수는 각기 다른 방에서 소리친다. 나는 주방에서 범진이 달랠라, 아빠 시중들랴, 범수 준비시키랴, 정신이 하나도 없다. 꼭두새벽부터 일어나서 설쳤는데 아직 제대로 해놓은 일이 없다.
이렇게 아침이 소란스러운 것은 몇 일전부터이다. 엄마가 갑자기 외갓집에 가시게 되어서, 우리 집엔 아빠와 나 그리고 천하의 악동 두 녀석만이 덩그마니 남게 된 것이다. 당연하게도 온갖 살림은 나의 차지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하는 일마다 왜 이리 엉망인지... 밥은 매 끼니마다 삼층밥을 만들기 일쑤였고, 세탁기에는 빨래를 몽땅 넣어 빨다가 흰 내의에 죄다 푸른색 물을 들이고 말았다. 게다가 아빠 와이셔츠에는 다림질을 하다가 커다란 구멍까지 내고 말았다.
그나마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은 청소뿐인데 이것마저도 만만한 일은 아니었다.
아침부터 아무리 쓸고 닦아도 빛이 나지 않았다. 잠깐 깨끗하다가도 범진이와 범수의 장난에 금새 원상태로 복구되곤 했다.
“이 녀석 거기 안서 흙 묻은 발로 어딜 돌아 다니는 거야!”
“메롱... 나잡아 봐라.”
특히 범진이와는 이렇게 술래잡기를 하며 하루를 보내기도 하였다.
 또 하나 범진이 말고 나의 속을 썩이는 것이 있었다. 바로 TV에 앉은 먼지... 그것은 이상하게도 닦을수록 더 지저분해졌다.
젖은 걸레로 TV를 닦으면 화면에는 얼룩이 생기고 먼지들이 뭉쳐서 깨끗이 지워지지 않았다. 이러한 현상은 TV뿐만이 아니라 VTR, 오디오등 가전제품에 모두 나타났다.
이렇게 하루하루를 힘겹게 보내다 보니 피곤이 쌓여서 결국은 몸살로 앓아눕게 되었다.
‘이렇게 힘든 일을 엄마는 십여 년 동안을 계속 해오셨구나...’
자리에 누워서 갖가지 생각을 하다 보니 엄마가 보고 싶고 눈물이 나왔다.
‘왜 나는 여지껏 한 번도 엄마를 도울 생각을 안했을까?’
갑자기 내 자신이 원망스러워지고 엄마께 효도하지 못한 것 같아 슬퍼졌다.
‘내가 이 병이 다 나아서 일어나면 꼭 엄마를 위해 뭔가를 할 거야.’
나는 아픈 와중에서도 입술을 깨물고 굳은 결심을 했다. 그러자 갑자기 마음이 편안해지고 몸의 긴장이 풀려지는 것 같이 느껴졌다.
며칠 밤을 잤을까? 눈을 떠보니 방안이 환하고 머리도 한결 가볍게 느껴졌다.
“누나! 일어났어?”
범진이가 어떻게 알았는지 문을 빼꼼이 열고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래. 어서 들어와.”
범진이는 배시시 웃으면서 슬그머니 들어왔다. 손에는 작은 책받침이 들려있었다.
“누나가 일어나면 보여주려고 연습했었어. 잘 봐.”
범진이는 책받침을 제 머리에 세게 문질러 대더니 머리에서 살짝 떼었다. 그러자 머리카락들이 쭈삣쭈삣 모두 곤두섰다. 나는 그 모양이 너무 귀여워서 빙긋이 웃었다.
“범진아. 그건 정전기라는 것 때문이란다. 책받침이 머리를 잡아당기기 때문에 그렇게 머리가 서는 거야.”
나는 범진이를 무릎에 앉히고는 정전기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그 순간이었다. 나는 문득 TV의 먼지들을 생각해냈다.
‘잘 닦이지 않는 먼지... 이것들도 정전기를 이용하면 깨끗이 제거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곧바로 장농을 뒤져 못 입는 합성섬유 옷을 몇개 찾아내었다. 털 쉐타와 스타킹 등이었다. 그리고 이것들로 TV를 닦아보았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잘 닦이지 않았다. 털쉐타의 경우에는 오히려 더 많은 먼지가 생겨났다.
이렇게 한참을 걸레와 씨름을 하고 있는데 범진이가 방으로 들어왔다. 여전히 한손에는 책받침을 들고 있었다. 그 범진이의 책받침을 보는 순간 나는 내가 중대한 사실을 잊고 있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맞아! 우선 마찰을 통해서 정전기를 발생시켜야 하지... 그런 간단한 원리를 잊고 있었다니!”
나는 곧 합성섬유를 책받침에 일단 문질렀다가 TV를 닦아보았다. 그러자 아주 말끔히 먼지가 닦였다.
다음날 엄마가 돌아오시자, 나는 내가 발견한 사실을 말씀드렸다.
“우리 은영이가 이제 다 컸구나! 엄마를 위해 이렇게 훌륭한 것을 생각해 내다니...”
엄마의 따스한 칭찬을 받자 내 마음속에 훈훈한 온기가 피어올랐다.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공무원학과 겸임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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