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욕조 만수 경보기
“영인아! 욕실이 이게 뭐니?”
엄마의 고함소리에 나는 화들짝 놀랐다.
“어머나! 이를 어째!”
목욕을 하려고 욕조에 물을 받는 중이었는데, 그만 깜빡 잊고만 것이다. 나는 황급히 욕실로 뛰어갔다.
욕실 안은 김이 가득 차 있어 앞이 보이지 않았다. 뜨거운 물이 욕조를 가득 채우고 사정없이 흘러내리는 중이었다.
“욕조에 물이 찰만하면 나와서 확인 해봐야지! 안 그래도 수도세가 많이 나와서 걱정인데...”
엄마는 혀를 쯧쯧 차시며 계속 나무라셨다. 나는 너무나 죄송스러워서 고개를 차마 들 수 없었다.
“저렇게 정신이 없어서 공부를 어떻게 하누...”
 할머니께서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셨다.
“중학교에 올라가서도 그렇게 덤벙거릴 테냐?”
“이제 조심할게요.”
나는 겨우 들릴락말락하는 작은 소리로 말했다.
‘난 대체 왜 이렇게 덤벙대는 걸까?’
욕조 속에 길게 누워 눈을 감았다. 온갖 일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가만, 이렇게 목욕물을 넘긴 것이 벌써 몇 번째더라? 두 번째? 아니 네 번째 쯤 되는 것 같은데...’
나는 손가락을 꼽으며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6학년에 올라와서만도 서너 번이나 이런 일이 되풀이 되었다.
‘참내, 잠깐만 한눈을 팔면 꼭 이런 일이 생긴단 말이야.’
나는 발로 물장구를 쳐보았다. 발바닥에 찰싹찰싹 감기는 물의 감촉이 아주 좋았다.
‘아... 이 욕조에 인공지능 센서가 붙어 있어서, 물이 가득 차면 스스로 알아서 처리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햇볕에 반사되는 유리창의 아름다운 빛을 보며 나는 거실에 앉아 있었다. 시중을 드는 로봇이 나의 어깨를 살짝 주무르고, 악사 로봇은 피아노를 멋지게 연주하였다.
“주인님 목욕물이 모두 준비 되었습니다.”
목욕탕으로부터 들려오는 안내 소리를 듣고, 나는 우아하게 일어났다.
‘후유... 정말 그런 날이 올까?’
나는 공상에서 깨어 한숨을 쉬었다. 안마를 해주고 요리를 해주는 로봇과 목욕물을 준비해주는 욕실을 다시 떠올려 보았다.
‘목욕물을 스스로 준비하는 것까지는 할 수 없지만... 목욕물이 넘치는 것을 알리는 경보장치 정도는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나는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묘안을 짜내어 보았다. 그때 양변기 뒤에 달린 저수탱크가 눈에 들어왔다.
‘맞아! 저 저수탱크도 스스로 물의 양을 조절하지. 물이 줄어들면 자동으로 물을 채우고... 항상 일정한 양의 물을 보관하도록 되어있어.’
저수탱크의 원리를 조금만 변형시키면 멋진 경보기가 탄생할 것만 같았다.
‘그래. 한번 해보자. 머릿속으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몸으로 부딪혀 보자!’
나는 곧바로 저수탱크의 뚜껑을 열고 그 구조를 살펴보았다.
‘오호라! 가벼운 공 같은 것이 들어있구나!’
추측대로 저수탱크는 나에게 멋진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저수탱크는 작은 공이 들어 있었는데 그것이 물의 수면에 따라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급수 밸브를 조작하고 있었다.
‘물이 많으면 공이 저절로 올라가니까 밸브가 자연히 잠기고, 물이 적으면 반대로 공이 내려가면서 밸브가 열리는 것이로구나.’
나는 이 흥미로운 사실에서, 곧바로 멋진 힌트를 얻어내었다.
‘공에 급수 밸브 대신 경보 부자를 연결하면 어떨까?’
‘물의 양이 많아지면 공이 떠올라서 경보기의 스위치를 건드리게 되는 거야!’
나의 머릿속에는 이미 멋진 경보기의 모습이 또렷이 떠올랐다. 그리고 경보음이 들리는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결코 서두르지 않았다. 급히 서두르면 모든 일을 망치는 실수를 하기 때문이었다. 우선 꼼꼼하게 설계도를 그리고, 그에 맞는 재료들을 충분히 준비했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완벽한 것을 만들어야지!’
물의 양을 감지하는 공은 가벼운 탁구공을 선택했다. 그리고 이 공이 멋대로 움직이지 않게 하기 위해서, 공이 들어갈 수 있는 크기의 파이프를 준비했다.
설치는 비교적 간단했다. 일단 욕조의 물을 모두 빼어 물기를 충분히 말린뒤, 욕조의 한쪽 구석에 파이프를 접착제로 부착했다. 그리고 그 안에 탁구공을 넣고, 그 바로 위에 경보기의 스위치를 달아 두었다.
설치가 모두 끝난 뒤, 나는 물을 한껏 틀어 두었다. 과연 부저가 울릴 것인가? 나는 마른 침을 꿀꺽 삼키며 초조하게 탁구공을 살피었다.
이윽고 탁구공은 가장 높은 위치까지 떠오르더니 스위치를 건드렸다.
“삐요. 삐요.”
요란한 소리가 귀청을 뒤흔들었다.
“이야! 대성공이다!”
“엄마! 할머니! 이 덜렁이가 큰일을 해냈다고요!”
나는 집안이 떠내려가라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공무원학과 겸임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
왕연중의 발명동화
Designed by DOWO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