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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벌레여 안녕
“으악 바퀴벌레야!”
나는 책상으로 뛰어 올라가서 꽥 비명을 질렀다. 등껍질이 반질반질 까맣고 다리가 수없이 많이 달린 흉측한 벌레가 나타난 것이다.
나는 이 세상에서 뱀, 쥐, 바퀴벌레를 제일 싫어한다. 그런데 바퀴벌레가 느닷없이 나타나다니... 나는 그만 기절하기 일보직전이었다.
“어디냐 바퀴벌레가 어디 있어?”
뒤늦게 출동하신 선생님께서 슬리퍼를 들고 두리번거리셨지만, 바퀴는 이미 잽싸게 도망가고 없었다.
“선생님 무서워서 청소를 못하겠어요.”
나는 울먹이며 양동이를 가리켰다.
“청소 물을 떠오려고 양동이를 들었는데, 거기서 세 마리나 나오잖아요. 심장마비 걸려 죽는 줄 알았어요!”
나는 계속 부들부들 떨었다. 금방이라도 다시 그 빤질빤질한 벌레가 튀어나올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양동이를 물기가 있는 채로 그냥 두었구나. 이렇게 물기가 있으면 바퀴벌레나 파리, 모기 같은 벌레들이 자꾸 생기는 거야.”
선생님은 양동이와 청소함 주위를 찬찬히 살피시며 말씀하셨다.
“청소함의 구석구석도 잘 청소하고... 벌레는 원래 어둡고 습하고 먼지 많은 곳을 좋아 하니까 각별히 청소를 깨끗이 해야 해!”
선생님의 말씀대로 우리는 청소함의 주위와 교실 구석구석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과연 교실 구석은 먼지가 산더미처럼 쌓여 벌레가 살기에 딱 좋은 환경이 되어 있었다. 평소에 청소를 게을리 한 덕에 벌레들의 소굴을 만들어 놓은 것이었다.
“어떡하니? 나는 또 바퀴벌레가 나올까봐 겁나 죽겠어.”
“난 정말 발이 많은 벌레는 딱 질색이야.”
아이들은 청소를 모두 끝낸 후에도 안심이 안 되는지 계속 주위를 흘금흘금 쳐다보았다. 나도 불안해서 통 견딜 수가 없었다. 특히 양동이는 보기만 해도 꺼림직 했다.
아무리 양동이를 깨끗하게 씻었다지만, 물기가 있는 한 바퀴벌레의 공격을 당할 가능성이 있었다. 선생님의 말씀마다나 바퀴벌레는 물기를 좋아하니...
“방법은 단 하나야! 저 양동이를 깨끗이 말려야 해.”
나는 양동이를 번쩍 들어, 양지 바른 곳에 엎어 두었다. 햇볕에 두면 좀 더 빨리 마를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다음 순간, 나는 선생님의 말씀을 떠올리곤 생각을 바꿔야 했다.
‘선생님께서 바퀴는 어두운 곳을 좋아 한다고 했지? 그런데 양동이를 엎어두면 양동이 안이 아주 컴컴한데...’
나는 양동이를 한참 노려보았다. 이제 잠시 후 해가 지면, 양동이를 비추던 햇볕은 사라지고 양동이 주위는 다시금 칠흑같은 어둠에 싸일 것이 뻔했다. 그러면 바퀴벌레들은 다시 슬금슬금 모여들 테고... 생각만 해도 끔찍한 광경이었다.
“이걸 어쩌지?”
나는 양동이를 들고 갈팡질팡했다. 바로 세워 놓자니, 물기가 잘 빠지지 않을 것 같고. 엎어 놓자니, 어두운 곳을 좋아하는 바퀴벌레의 은신처를 마련해 주는 것 같아 영 찜찜했다. 정말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높은 곳에다 두면 어떨까?”
그때, 재민이가 나서서 사물함 위를 가리켰다.
“높은 곳에 걸어 두면 바퀴가 감히 못 올 거야.”
“맞아. 그래, 바퀴는 높은 곳에 못 올라 갈 거야!”
나는 쾌재를 부르며 즐거워했다. 드디어 문제를 해결하게 된 것 같아, 아주 기뻤다. 드러나 기쁨도 잠깐, 나는 새로운 사실을 알곤 푹 처지고 말았다.
“바퀴벌레는 벽도 아주 잘 기어올라 어떤 놈은 날기도 하지...”
명훈이의 목소리였다. 그 굵고 엄숙한 목소리에 나는 그만 절망하고 말았다.
“휴우... 매일 바퀴 때문에 두려워하며 살아야겠구나.”
나는 두 눈을 찔끔 감았다. 양동이를 높은 곳에 거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었는데 그런 함정이 있었다니... 나는 다시금 깊은 생각에 빠졌다.
‘선생님은 생각이 잘 풀리지 않을 때, 거꾸로 생각해 보라고 하셨지. 거꾸로... 거꾸로...’
나는 양동이를 노려보며 수없이 ‘거꾸로’를 중얼거렸다.
“맞아! 거꾸로 거는 거야!”
나는 한참 생각 끝에 환호성을 내질렀다. 양동이를 거꾸로 뒤집어서 높은 곳에 단다면 아무 염려가 없었다.
뒤집어 두었으니, 물기가 싸악 빠질 것은 분명하고 높은 곳에 매달았으니 양동이 안에 어두운 공간이 생길 리도 없었다. 양동이의 안까지 바람도 술술 통하니 아주 완벽했다.
나는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양동이에 구멍을 뚫고 길게 철사를 연결했다. 양동이를 뒤집어 걸이를 완성한 것이다.
“야호! 이걸로 바퀴랑은 안녕이다.”
“그래! 징글징글한 바퀴벌레여 안녕이다!”
우리는 신나게 환호성을 질렀다.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공무원학과 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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