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낚시 대 원리 조각도
“서로 다른 물건의 특성을 합치면 어떤 물건이 탄생할까?”
“다른 물건을 합쳐요?”
모두들 납득이 가지 않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당나귀랑 말을 합친 노새 같은 것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요즘은 호랑이랑 사자 사이에서 태어난 라이거란 동물도 있다던데...”
순범이의 대답에 선생님은 한동안 크게 너털웃음을 웃으셨다.
“그래, 그런 것도 있을 수 있겠지. 하지만 지금 선생님이 이야기하는 것은 그런 게 아니야. 발명 제1의 원칙인 하나 더하기 하나에 대한 이야기야.”
“하나 더하기 하나?”
아이들은 더욱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나도 선생님의 말씀이 전혀 이해되지 않아 아무런 대꾸도 못하고 그저 눈만 말똥말똥 굴리고 있었다. 하나 더하기 하나라는 말은 일학년 산수 시간에 들은 뒤로는 다시 듣지 못한 생소한 것이었다.
“자, 잘 봐라. 지우개와 연필은 전혀 다른 성격을 가졌어. 그런데 이 두개를 합하면⋯ 어떠니, 훌륭한 지우개 연필이 되었지? 그리고 신발에 바퀴를 붙이니 롤러스케이트가 되지.”
선생님께서 천천히 설명을 이어나가자 여기저기서 고개를 끄덕이는 학생들이 하나씩 생겨났다. 나도 어렴풋이나마 선생님의 말뜻을 이해할 것 같았다.
“조금씩 이해가 되니? 이렇게 두개 이상의 물건을 합쳐서 새로운 물건을 만들어 내는 것을 하나 더하기 하나라고 한단다. 발명가가 되길 원하는 사람이라면 늘 잊지 말고 새겨 두어야 하는 거지.”
하나 더하기 하나. 선생님의 말씀이 내 마음에 깊게 파고들었다. 아무 생각 없이 무심코 넘기던 연필과 롤러스케이트에 그런 깊은 뜻이 숨어 있었다니 다시 한번 놀라게 하는 일이었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약 보름 후에 이웃의 초등학교와 벌이는 발명경시대회가 열린다. 바로 여기서의 주제가 하나 더하기 하나, 모두들 선생님이 한 설명을 잘 생각해서 멋진 아이디어를 만들어 봐라.”
“네-엣!”
선생님의 말씀이 끝나기가 무섭게 모두들 우렁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웃 학교에게 질 수 없다는 다짐을 하는 것만 같았다.
‘나도 이 경시대회에 출품해볼까?’
이웃 학교와 벌이는 발명경시대회는 매년 열리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껏 나는 한번도 대회에 참가해본 적이 없었다. 발명이란 것은 아주 어렵고 힘든 것이라고만 생각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보니 어렵기는커녕 재미있을 것 같았다.
“어때 이번엔 자신 있니?”
“자신 있어. 이번엔 아주 근사한 것을 만들어 볼 거야.”
같이 있던 친구들은 벌써 경시대회 준비를 하려는지 시끌벅적하게 떠들기 시작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나도 저절로 신이 나기 시작했다.
‘좋았어. 나도 도전해본다. 아직 15일이란 시간이 있으니 나도 뭔가 해낼 수 있을 거야.’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가슴 깊은 곳 에서부터 용기가 샘솟아 올라왔다.
그 뒤로부터 나는 마음속으로 수없이 ‘하나 더하기 하나’를 중얼거리며 다녔다. 밥을 먹을 때도, 거리를 걸어 다닐 때도, 나는 모든 것을 새롭게 보려 노력했다. 그 덕분인지 내 눈에 점차 새로운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모자가 달린 옷이라든가, 팔찌 아름다움과 시계의 기능을 합친 팔찌 시계 등, 수많은 하나 더하기 하나 발명품들이 보였다.
하지만 아직은 내가 새로운 것을 합치기에는 역부족인 듯싶었다. 눈에 보이는 것은 많지만, 막상 내가 발명을 하려하면 앞이 깜깜하게 되어 버렸다. 다시 발명이 어렵게 보이는 것 같았다. 하지만 도중에서 포기하기는 죽기보다 싫었다.
‘그래. 다시 한번 천천히 생각해 보자. 일단 내가 쉽게 접하고 잘 알고 있는 학용품부터 보자.’
나는 심호흡을 크게 하곤 책상 서랍을 활짝 열어 젖혔다. 연필이며 풀, 지우개들이 가지런히 놓여서 나를 바라보았다.
‘어떤 게 좋을까? 풀, 지우개? 가만... 이 조각도는 어떨까? 네 개의 조각도 중 한두 개를 잃어버려 늘 불편했는데...’
나는 한참동안 조각도를 노려보다 한 손으로 네 개를 한꺼번에 쥐어 보았다.
‘이렇게 네 개를 합치면 잃어버릴 염려는 없을 텐데⋯ 하지만 아무렇게나 묶어서 합치면 오히려 쓰기 불편할 테고...’
머리속이 복잡하게 엉기기 시작했다. 조각도를 하나로 합치기만 하면 멋진 작품이 탄생할 텐데, 그 방법이 얼른 떠오르지 않으니 답답한 노릇이었다.
이렇게 한참동안 이리저리 고민을 계속하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아빠의 낚시 대가 머리에 떠올랐다.
‘맞아! 아빠의 낚시 대는 작은 나무를 여러 개 이어서 길게 만든 것이지. 그렇다면 나의 조각도도...’
나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조각도의 손잡이를 사정없이 댕강 잘라 버렸다. 조각도를 짧게 만들어 하나로 길게 합쳐 연결할 생각이었다.
‘조각도의 칼날이 나무 자루 안으로 들어 갈 수 있도록 손잡이에 구멍을 파주고⋯ 손잡이를 잘라내면, 여러 개의 조각도가 서로 연결되면서 칼날은 모두 나무 손잡이 안으로 숨겠지? 정말 완벽한 나의 조각도가 탄생하는 거야.’
나는 잘라놓은 조각도들을 대충 연결시켜 놓은 뒤, 크게 미소 지었다. 약간 엉성하긴 했지만 조금만 다듬으면 누가 봐도 멋진 작품이 될 것 같았다.
‘하하하! 첫 작품이 이렇게 멋있다니...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발명의 천재 같아.’
조각도와 나. 마치 공주를 구하러 떠나는 기사처럼 용맹스럽기 한이 없었다. 날 막을 자, 그 누구냐?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공무원학과 겸임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그림 : 김 민 재(만화가, http : //www.coolmorning.net )
|
왕연중의 발명동화
Designed by DOWO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