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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 두꺼비 집
“어! 갑자기 왜이래?”
“어머나!”
한참 맛나게 저녁밥을 먹고 있을 무렵이었다. 예고도 없이 불이 나가 갑자기 온천지가 암흑으로 뒤덮이고 말았다.
“빨리 양초를 찾아와라. 상현이는 손전등을 가져오고...”
얼굴도 분간할 수 없는 어둠 속에서 아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손으로 더듬더듬 벽을 짚으며 방을 나왔다.
“손전등을 어디다 두었더라?”
매일매일 하루에도 수 십 번씩 왔다 갔다 하던 곳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왠지 아주 낯선 곳을 지나치는 것만 같았다. 발아래서 불쑥 낯선 손이 튀어나와 발목을 잡아당길 것만 같았다.
“에헴!”
나는 헛기침을 크게 하고는 손전등이 있을 만한 곳을 손으로 더듬어 보았다. 손의 감촉만으로 물건을 식별하는 것은 정말 어려웠다. 그래서 한참만에야 겨우 손전등을 찾아 낼 수 있었다.
나는 서둘러 식구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갔다. 아빠는 벌써 초를 찾아 밝혀두고 계셨다.
“손전등 가져 왔어요.”
나는 한숨을 내쉬고는 손전등을 내밀었다.
초의 불빛과 손전등의 불빛이 합해지자 방안이 좀 환해졌다.
“그래. 딴 집은 어떻디? 정전된다는 말은 없었던 것 같은데...”
엄마의 물음에, 나는 잠깐 주춤거렸다. 손전등을 찾는 데만 너무 열중하다보니 다른 것에는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이다. 그때 언뜻 창밖으로 건넛집의 불빛을 본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옆집은 전기가 안나갔나 보던데요... 창문이 밝았어요.”
나는 자신이 없어 말끝을 흐렸다.
“그래? 그러면 우리 집에 문제가 있나보다. 퓨즈가 끊어졌나?”
아빠는 손전등을 들고 마루로 나가셨다. 나도 아빠의 뒤를 졸래졸래 따라 나섰다.
두꺼비집은 천정에 맞닿도록 높은 곳에 달려 있었다. 아빠가 의자를 딛고 올라서셔야 겨우 손이 닿을 것 같았다.
“자, 상현이는 여기서 손전등으로 두꺼비집을 비추어라.”
아빠는 나에게 손전등을 건네주시더니 의자위로 올라서셨다.
‘달그락. 달그락’
침묵 속에서 한참동안 쇠붙이가 부딪히는 소리만 들렸다.
“어? 퓨즈는 멀쩡하잖아? 어떻게 된 일이야...”
아빠는 성급히 의자에서 내려오셔서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 보셨다.
“이런. 온통 전기가 나갔네... 상현이 넌 뭘 본거냐? 저 약한 불빛은 촛불 빛이잖아.”
아빠는 혀를 차시며 나를 나무라셨다. 나는 그만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 되었다.
이제는 도리 없이 불이 저절로 들어오기만을 무작정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촛불을 켜놓은 안방에 모두 모여 앉았다.
“아빠 두꺼비집을 손볼 때에는 꼭 그렇게 해야 하나요?”
곱게 타고 있는 촛불을 지긋이 바라보며 나는 불쑥 말을 꺼냈다.
“꼭 그렇게 하다니? 그게 무슨 말이냐”
아빠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돌아 보셨다.
“두꺼비 집은 대부분 높은 곳에 달렸잖아요?”
“그렇지”
“그러니까 퓨즈를 확인하려면 꼭 높이 올라서야 하잖아요. 그게 참 위험해 보여요. 그냥 아래에서 보기만 해도 이상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는 없을까요?”
나는 좀 전에 의자 위에서 위태롭게 움직이시던 아빠의 모습을 떠올리며 조심스레 말했다.
“그래. 그러면 참 좋겠지. 하지만 방법이 없잖니... 어떻게 하면 좋을까?”
아빠의 물음에 나는 턱을 괴고 생각에 잠겼다.
‘퓨즈는 덮개로 덮여서 보호되어있지... 그러니까 결국 그 안을 들여다보려면 뚜껑을 일일이 손으로 여는 수밖에 없는데...’
나는 무릎을 가볍게 두드리며 이리저리 생각을 옮겨 보았다.
‘덮개를 열지 않고 그냥 퓨즈를 살펴보려면... 그렇지 맞아! 뚜껑을 투명한 것으로 만들면 되겠다.’
나는 한참 생각 끝에 한 가지 결론을 얻게 되었다.
“맞아! 아빠. 두꺼비집의 덮개를 투명한 것으로 만들면 어떨까요? 그러면 아래에서 보기만 해도 퓨즈를 확인 할 수 있잖아요.”
나는 신이 나서 소리 높여 외쳤다.
“투명 두꺼비집이라... 그것 정말 괜찮은 생각이구나. 내일 당장 아빠하고 만들어 보자꾸나.”
촛불의 희미한 빛 너머로 밝게 웃는 아빠의 얼굴이 보였다. 그 미소는 내가 지난 어버이날 꽃을 달아드릴 때 보았던 그것과 같은 것이었다.
별것도 아닌 일에 저토록 만족할 미소를 띠우시다니! 효도는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던 선생님의 말씀이 새삼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아빠, 기대 하세요. 제가 꼭 훌륭한 사람이 되어서 기쁘게 해드릴게요.’
나는 두 손을 꼭 모으고 마음속으로 아빠께 약속했다.
“이야 전기가 들어왔다!”
그 순간 이었다. 내 약속을 응원하듯이 갑자기 전기가 들어오고, 온 세상이 순식간에 밝아왔다.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공무원학과 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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