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쓰레기 분쇄 진공청소기
“현대는 아이디어의 세계라니까!”
“기술의 시대라는 말도 몰라?”
“참내! 아이디어 없이 기술이 뭘 하냐? 발전은 아이디어에서 나오는 거라고!”
“무슨 소리야? 날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날아지냐? 기술이 있어야 나는 것 아니냐? 기술이 없는 아이디어는 만화일 뿐이야!”
“말도 안돼!”
“너야말로 억지 쓰지 마!”
찬규는 한 치의 양보도 하지 않고 계속 버텼다. 나도 물러설 수는 없었다. 기술이 아이디어 보다 중요한 것이라니 도저히 이해 못할 억측이었다.
“난 아무래도 찬규의 말이 옳은 것 같아. 기술이 있어야 아이디어도 생기는 것 아냐?”
“글쎄? 난 호동이가 옳다고 생각되는데... 어차피 기술은 비슷비슷 하잖아? 그것을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할거야. 그러니까 당연히 아이디어가 더 중요하지!”
우리 반 아이들도 모두 두 패로 나뉘어서 옥신각신했다. 양측 모두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것이다.
“좋아 도저히 결론을 내긴 힘들 것 같다. 그러니 선생님께 물어보자. 선생님은 분명 해답을 알고 계실 거야.”
한참을 시끄럽게 다툰 후에, 우리는 결국 선생님께 모든 것을 맡기기로 결정했다. 어차피 우리끼리 싸워봤자 소용이 없을 테니, 모든 것을 알고 계신 선생님에게 해답을 알아내기로 한 것이다.
“아이디어가 더 중요하지요?”
“아니지요? 기술이 훨씬 더 중요한 부분이지요?”
아이들은 선생님이 들어서자마자 또 시끄럽게 떠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나는 입을 꼭 다물고 점잖게 앉아 있었다. 결국에는 아이디어가 더 중요한 것이라는 결론이 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나는 내 의견에 자신이 있었다.
“흐음... 아이디어와 기술이라. 우리 반의 수준이 이렇게 높은 줄 미처 몰랐는걸?”
선생님은 얼굴 가득히 웃음을 띠우시고 우리를 둘러 보셨다. 왠지 기분이 무척 좋으신 것 같았다.
“좋다. 내가 명확하게 결론을 내주지. 그러나 그전에 먼저 알려 줄 기쁜 소식이 있다. 강호동과 한 찬규는 앞으로 나와.”
갑작스레 호명을 받은 나는, 너무나도 당황스러웠다. 잘못한 일도 잘한 일도 없는데 호명이라니... 영문 모를 일이었다.
“모두 축하 해주자. 이 두 사람은 이번 교내 발명 경진 대회에서 우승을 하였다.”
나는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우승이라니... 난 발명을 한 일도, 하려고 계획한 일조차도 없는데...
놀란 것은 나뿐이 아닌 것 같았다. 찬규도 무척 당황해 하고 있었다.
“놀라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지... 너희의 아이디어와 기술을 선생님이 맘대로 빌렸으니까.”
선생님께선 점점 모를 소리만 하고 계셨다.
“약 한달 전에 호동이는 날 찾아와 아주 귀중한 아이디어를
제공했단다.”
한 달 전이라는 말에 나는 눈을 번쩍 떴다. 그때 즈음, 나는 산에 놀러 갔다가 쓰레기가 넘치는 광경을 보고 한 가지 생각을 했었다.
“산에서 발생하는 종이 쓰레기를 잘게 잘라서 산에 뿌리면 어떻겠냐는 의견이었지. 가루가 된 종이는 쉽게 썩을 것이고, 그러면 종이 쓰레기를 따로 모아서 태우거나 자루에 담아서 다른 곳으로 옮길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어. 선생님이 보기엔 아주 훌륭한 아이디어였단다. 그러나 아쉽게도 호동이는 그 아이디어를 기계화 하지는 않았단다.”
선생님은 나를 한참 쳐다보다가 찬규에게로 눈을 돌리셨다. 그러자 찬규의 뺨이 갑자기 붉게 물들었다.
“다음 이야기는 제가 하겠습니다.”
선생님께 무슨 신호라도 받은 듯, 찬규는 갑자기 시키지도 않은 연설을 시작했다.
“얼마 전에 선생님께서 방금 그 이야기를 제게 해주셨습니다. 물론 누구의 아이디어라고나 하는 말을 하지 않으셨어요. 어쨌든 전 그 이야기를 듣고 너무 기뻤습니다. 아주 훌륭한 아이디어였기 때문이죠. 그래서 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새로운 청소기를 만들기로 결심했습니다. 진공청소기 안에 분쇄기를 넣어 쓰레기를 잘게 부수는 기계를 설계했습니다. 아직 완성한 것도 아니고, 설계도 제 맘대로 한 것이기 때문에 엉터리 입니다. 그런데 그것이 우연히도 이번 대회에서 우승했나 봅니다. 이것은 순전히 아이디어가 좋았기 때문에 돌아온 상일 것입니다.”
찬규의 얼굴은 여전히 발갛게 상기되어 있었다.
나는 부끄러움에 몸둘바를 모르고, 우왕좌왕 하였다. 무관
심하게 내어뱉은 생각이 그처럼 훌륭한 기계로 탄생 될 수도 있다니... 내가 너무 진지하지 못했던 것 같아 모두에게 미안했다.
“아닙니다. 제 아이디어는 그냥 묻힐 것이었습니다. 그것을 실용화 한 기술이 더 훌륭합니다.”
나는 찬규에게 사과의 악수를 청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찬규도 얼른 내손을 잡았다.
“이래도 결론을 내려야 하는 건가?”
선생님은 따뜻한 눈길로 우릴 돌아 보셨다.
“아니요! 이젠 필요 없어요.”
우리는 한목소리로 크게 대답했다.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공무원학과 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
왕연중의 발명동화
Designed by DOWO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