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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레 짜는 기구
“난 대걸레 청소 당번이 제일 싫어.”
“나도 딱 질색이야. 이게 뭐람! 신발도 양말도 전부 젖어서...”
재연이는 양말을 홱 벗어 던지며 투덜거렸다.
“그래. 차라리 맨발로 가는 게 낫겠다. 축축해서 견딜 수가 없어.”
깨끗한 물도 아니고 걸레를 빤 더러운 물에 젖었다고 생각하니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도 따라 양말을 벗었다.
“정말 지긋지긋해. 일주일이나 이 대걸레랑 씨름을 해야 하다니...”
재연이는 아랫입술을 씰룩거리며 대걸레를 노려봤다. 그 눈길은 마치 백설 공주에 나오는 마녀 같았다.
대걸레질을 이토록 싫어하는 것은 바로 걸레 빤 물. 즉 구정물 때문 이었다. 대걸레로 교실이나 마루 바닥을 닦는 일은 비교적 쉽기도 하고, 때론 신나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걸레를 빨고 짤 때의 그 괴로움이란... 정말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는 일이다.
걸레를 빨려면 흐르는 물 아래서 세차게 앞뒤로 흔들어 주어야 한다. 그래야만 걸레의 틈 사이에 숨어있는 먼지나 더러운 것들이 빠져 나오기 때문이다. 이러니 더러운 물이 여기저기로 튀기 십상인 것이다. 그래도 걸레를 빨 때의 사정은 양호한 편이다. 좀만 신경을 쓰면 물이 튀지 않도록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걸레를 짤 때는 피할 방법이 없다. 아무리 조심스레
해도 영락없이 양말은 젖고 만다.
젖은 걸레를 짤 땐, 살짝 비틀어서 발로 밟아 눌러 주어야 한다. 그래야 물기가 적지도 많지도 않게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발로 눌러 짜면, 대걸레에서 물이 쿨럭 올라오면서 신발 안으로 스며드는 것이다.
“좋은 방법이 없겠냐? 이렇게 일주일동안 양말을 적실 수 없잖아.”
재연이는 애원하듯 말했다.
“글쎄... 대걸레를 짜는 기계가 있다면 간단할 텐데.”
나는 허옇게 드러난 발을 꼼지락 거렸다. 여름도 아니고, 하루가 다르게 날씨가 싸늘해지는 마당에, 재연이 말마따나 맨발로 지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좋아! 까짓 거 우리가 한번 만들어 보자.”
나는 가볍게 주먹을 쥐어 보였다.
“물기를 짜려면 위에서 꽉 눌러주는 것이 좋겠지?”
나는 호떡을 만드는 모습을 보며 중얼거렸다. 물렁한 밀가루 반죽을 꾸욱 눌러 넓게 피는 모습이 마치 걸레를 눌러 짜는 모습처럼 보였다.
“그래. 하지만 저런 식으로 걸레를 짜려면 힘이 많이 들 거야.”
재연이와 나는 시장을 천천히 돌아다니면서, 여기저기를 기웃 거렸다. 혹시나 좋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까 싶어서 였다.
그러나 시장을 두 바퀴나 돌았어도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단 하나 호떡을 만들던 아줌마의 손길만이 떠올랐다.
“맞아. 재연아. 네가 아까 호떡을 만드는 식으로 걸레를 짜면 힘들 거라 했지?”
“그래. 그걸 손으로 일일이 짜려면 당연히 힘들지 않겠니? 발로 짜도 쉽지 않은데...”
나는 활짝 웃어 보였다. 호떡 만드는 법에 지랫 대의 원리를 이용하면 간단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만약 호떡을 누를 때 쓰는 그 철판을 이렇게 개조하면 어떨까?”
나는 흙 위에다 막대기로 그림을 그리며 설명했다.
“철판을 두장으로 해서 그 끝을 경첩으로 연결하고 손잡이는 이렇게 옆에다 다는거야.”
“꼭 석쇠 같은 모양이네?”
재연이의 말마따나 내가 그려놓은 그림은 꼭 석쇠처럼 보였다.
“그래. 네 말이 맞다. 이 커다란 석쇠의 손잡이를 발판으로 쓰는 거야. 이 손잡이를 발로 꽉 눌러 주면, 두 철판이 꽉 조여들면서 걸레가 짜질 것 같은데. 어때?”
나의 설명에 재연이는 한참 생각하는 듯 했다. 어쩌면 호떡이 쭈욱 눌러지는 광경을 상상하는 것도 같았다.
“좋았어! 아주 근사한 생각이야!”
한참 만에 재연이는 밝게 웃으며 주먹을 꼭 쥐어 보였다.
“이젠 걸레를 짤 때마다 발을 동동 구르지 않아도 되겠네.”
우리는 벌써 걸레 짜는 기구를 완성한 것처럼 좋아했다.
“자, 이제 연구도 끝났으니 우리 축하 잔치를 벌려 볼까?”
“좋아! 우리 호떡으로 푸짐하게 잔치를 하자.”
재연이가 즐겁게 소리를 질렀다.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공무원학과 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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