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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 방지 채집망
“혜영아, 곤충 잡으러 가자.”
인호는 나랑 같은 반 친구다. 탐구생활에 나오는 곤충채집 숙제를 같이 하기로 며칠 전 약속했다.
“그래 잠깐만 기다려.”
난 채집그물과 채집통을 들고 밖으로 나왔다.
“잘 잡을 수 있을까? 난 매미도 잡았으면 좋겠다.”
인호의 목소리는 약간 들떠 있었다.
“무섭지 않니? 혹시 물리기라도 하면...”
“킬킬... 너도 별수 없구나. 그렇게 강한 척 하더니...”
“그게 아니고...”
나는 왠지 내 마음이 들킨 것 같아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참동안을 정신없이 걷다보니 어느새 약수터에 와있었다.
“쳇 뭐이래. 아무것도 없잖아!”
인호는 주위에 아무것도 안 보이자 나를 보며 투덜거렸다.
“조금만 더 둘러보자.”
조금 있자 인호가 내 어깨를 두드렸다.
“쉿, 저기 봐. 나비다.”
인호가 가리키는 곳을 보니 노랑나비가 나풀거리며 춤을 추고 있었다.
인호는 벌써 저만큼 다가가 있었다. 살금살금 다가서는 인호를 보니 웃음이 나왔다.
“킥킥...”
“야 잡았다. 이것 보라고!”
인호가 소리쳤다. 인호의 그물망 안에는 아까 그 나비가 움직이고 있었다.
“조심해. 날아가 버릴라.”
“알았다고. 자!”
하지만 인호가 그물망을 들어올리자 나비가 도망쳤다.
“으휴 이 바보. 놓쳐버렸잖아.”
나는 아쉽기도 하고 나비를 보며 잘됐다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에게 잡혔으면 죽었을 거야. 멀리멀리 날아가라.’
“헤영아, 다른 곳 가보자.”
인호는 나를 잡아끌며 다른 곳을 향해 걸었다.
“이러다간 한 마리도 못 잡겠어. 그럼 숙제 어떻게 하나?”
인호는 걱정스러운 듯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다시 잡자. 인호야 기운 내.”
나도 인호를 다독거리며 아까의 내 생각을 떨쳐 버리기로 했다.
“이봐 저기 또 있잖아.”
나의 말에 아까의 실패를 의식해서 인지 인호의 태도는 더욱 조심스러웠다.
“이리 줘봐. 이번엔 내가 해 볼 께.”
인호에게서 채집망을 받아 조심스럽게 나비 위를 덮었다.
“인호야 잡았다. 내가 잡은 거야.”
“조심해서 들어올려. 아까처럼 놓칠지도 모른다고.”
인호의 말을 들으며 채집망을 들어 올렸다. 하지만 인호가 구멍을 막기도 전에 나비는 날아가 버렸다.
“쳇 왜 계속 실패하지.”
채집망을 들고 서있는 인호의 얼굴은 낙담의 빛이 가득했다.
“이것 봐. 채집망의 구멍이 너무 컸나봐.”
나는 인호에게 채집망의 입구를 보여줬다.
“그랬구나. 그럼 우리가 채집망의 입구를 작게 만들자.”
인호의 제안에 고개를 끄덕이며 채집대의 철 줄을 조였다. 처음의 구멍 보다는 채집망의 입구는 작아 있었다.
“이걸로 다시 해보는 거야.”
뭔가 각오한 듯 인호의 목소리는 단호하고 결의에 차 있었다.
그러나 구멍을 너무 작게 한 탓인지 곤충이 앉은 곳과는 어긋나게 채집망의 입구가 닿았다. 우리는 계속해서 헛손질만을 했다.
“이것도 아냐. 구멍이 작으면 잡힌 곤충이 도망가지는 못하더라도 구멍이 작아 잡기가 너무 힘들잖아.”
“그래. 문제는 곤충을 꺼내기 위해 채집망을 들 때인데...”
인호의 말을 들으며 나도 문제점을 지적해 보았다.
“그렇다고 계속해서 망을 손으로 틀어잡을 수도 없잖아.”
인호는 채집망의 그물을 손으로 쥐었다 놓으며 얘기했다.
“잠깐만 인호야.”
나도 금방 인호가 망을 만지작거리던 것을 기억해 냈다.
“그래 곤충을 잡은 후 망을 동여맬 수 있는 끈을 설치하는 거야.”
나의 제안에 인호는 놀라워했다.
우린 즉시 채집망 그물에 끈을 연결한후 손잡이 밑으로 연결했다.
“곤충이 잡힐 경우 이 끈을 이렇게 잡아당기는 거야.”
나는 더 자세하게 사용방법을 설명했다.
“이젠 가자. 가서 곤충을 잡자. 이번만큼은 정말 자신 있다고.”
“그래 얼른 잡고 집에 가자.”
우리의 생각은 적중했다. 곤충이 잡히면 끈을 당겨 입구를 막았다.
“이 야호. 성공이다. 우리만큼 곤충채집 잘 해간 얘들은 없을 거야.”
인호의 밝은 웃음이 햇빛에 반사됐다.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공무원학과 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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