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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 손톱 깎기의 재활용
‘앗! 이럴 수가!’
나는 너무나 놀라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내가 끔찍이 아끼는 보물 상자가 쓰레기 통 위에 올려져 있는 것이 아닌가? 나는 내 눈을 몇 번이나 부비며 다시 확인했다. 상자 중간에 커다랗게 쓰여 있는 ‘민철이의 상자. 손대지 마시오.’란 글귀를 다시 읽고 또 읽었다. 분명 나의 상자가 틀림없었다.
‘누가 이런 잔인한 짓을 했을까?’
나는 서둘러 상자를 품에 안고 집안으로 들어섰다. 정말 아찔한 순간이었다. 만약 내가 조금만 늦게 도착했더라면, 이 상자는 쓰레기차에 실려 어디론가 멀리 가버렸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아니! 너 그 잡동사니 상자는 뭐 하러 가지고 들어오니? 그건 엄마가 조금 전에 버린 것인데.”
엄마는 나와 상자를 번갈아 보시며 얼굴을 찌푸리셨다.
“이건 제 보물 상자란 말이어요. 함부로 버리시면 어떡해요.”
“보물 상자라고? 망가진 손톱 깎기며 전구가 없는 회중전등, 부서진 시계 같은 쓰레기만 들어 있던데?”
“하여간, 그 고물들이 전부 제 보물이라고요. 얼마나 오래 전부터 이것들을 모아 왔는지 아세요? 삼년이나 걸렸어요.”
“삼년?”
어이가 없는지, 엄마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셨다.
나는 상자를 펼쳐놓고 그 안의 것들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혹시나 이리저리 옮기는 사이에 없어진 것들이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휴우 다행이군. 하나도 없어지지 않았어.’
나는 작은 나사 하나까지 모두 확인을 끝낸 다음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고맙게도 모든 것이 다 제자리에 잘 놓여 있었다.
“도대체 이것들을 다 어디에다 쓰는 거니? 엄마는 도대체 이해가 안 되는구나.”
“어디에 쓴다고 확실히 말씀드릴 수는 없어요. 그냥 라디오를 고칠 때, 작은 나사를 쓰기도 하고... 아니면, 제가 만드는 작은 장난감이나 기구들에 쓰이기도 하지요. 그저 버리기가 아까워서 모아둔 거여요. 혹시 나중에 쓸 일이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엄마는 한참동안 나를 지긋이 쳐다보시더니, 이내 낮은 한숨을 쉬셨다.
“그래. 어딘가에 쓰이긴 하겠지...”
엄마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긴 하셨지만, 그 표정은 나를 이해하시지 못하는 것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었다. 나는 너무나 안타까웠다. 나의 뜻을 엄마에게 충분히 전달하고 도움을 얻고 싶었는데, 엄마는 아직도 내 행동을 철부지 어린애의 장난쯤으로 여기시는 것 같았다.
‘어떻게 하면 엄마를 이해시킬 수 있을까?’
나는 오후 내내, 엄마의 뒤를 졸졸 쫓아다니며 방법을 연구했다. 그러나 직접, 그 쓰레기들을 쓸모 있게 바꾸는 것을 보여드려야만 효과를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휴우 정말 어렵구나. 남을 이해시킨다는 게 이렇게 어려운줄 몰랐어.’
나는 물끄러미 상자 속의 내용물들을 살펴보았다. 엄마가
내내 탐탁치 않은 표정을 짓고 계셨던 탓인지, 갑자기 그 나사나 톱니들이 나에게도 쓸모없는 것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가만히 더듬어 보니 이 잡동사니들이 유용하게 쓰인 적도 없는 것 같았다.
‘그냥 버려 버릴까?’
내가 상자 앞에서 갈등에 휩싸여 있을 때였다. 갑자기 아빠의 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른 펜치는 없나? 이것으로 전선이 잘 벗겨지지 않는데...”
내 귀가 갑자기 번뜩 뜨였다. 이 상자 속엔 펜치는 없지만, 그것을 대신할 것은 있었다.
‘그래, 어쩌면 이 손톱 깎기가 제몫을 해낼지도 몰라.’
나는 칼날이 무디어져 못쓰게 된 손톱 깎기의 가운데를 줄칼로 갈기 시작했다. 아래 위를 약간씩 갈자, 손톱 깎기의 날에는 어느새 동그란 구멍이 생겼다. 마치 어린아이의 앞니가 빠진 것처럼 보였다.
‘좋아! 이것이면 됐어.’
나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야, 이것 전선을 벗기기엔 아주 안성맞춤인데... 가운데 구멍이 뚫려 있어서 전선이 잘라져 버리지도 않고, 아주 훌륭해.”
아빠는 손톱 깎기를 이리저리 둘러보시며 만족해 하셨다. 아주 마음에 드신 것 같았다.
“어머나 이것은 아까 네 상자 안에 있던 그 손톱 깎기 아니냐?”
아빠의 손에 들린 것을 보더니, 엄마도 놀란 표정을 지으셨다.
“제 말이 맞지요? 이렇게 다 쓸 곳이 있잖아요. 아빠가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 하셔요.”
엄마는 나와 아빠를 한참 번갈아 보시더니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셨다.
“그래, 엄마가 생각이 짧았구나. 이렇게 중요한 보물을 쓰레기 취급했다니... 이젠 엄마가 적극적으로 도와주마.”
엄마의 말씀을 들으니, 내 가슴에 힘이 부쩍부쩍 생겨났다. 제갈량을 얻은 유비의 마음이 이러할까? 나는 천군만마를 얻은 것같이 마음이 뿌듯해짐을 느꼈다.
“엄마 고맙습니다!”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공무원학과 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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