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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추병 원리 물뿌리개
“야! 너네 조는 상치를 심는 거야. 왜 우리 오이를 가져 가냐?”
“어휴. 바보야 상치는 저쪽에 있다. 이건 우리 고추야.”
우리 학교에서는 매년 갖가지 채소들을 심어 키우는 행사를 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우리 반이 그 행사의 주인공으로 택해진 것이다.
난생처음 흙에다 모종을 심는 때문인지 반전체가 떠들썩하고 흥분해있는 상태였다. 그래도 다들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차근차근 작업을 진행시키고 있었다.
“어이! 거기 2조 뭐하니? 땅을 먼저 곱게 갈아줘야지. 그래야 모종이 뿌리를 내리는 거야.”
우리는 손에손에 호미를 쥐고 흙을 갈아엎고 모종을 심고 흙을 덮어 주었다.
어느새 화단에는 상치며 오이, 쑥갓, 고추 등의 모종이 가득 심어졌고 그 맨 앞줄에 ‘4학년 2반’이라고 쓰인 하얀 팻말이 세워졌다.
모든 작업이 끝나자 선생님께서는 우리들을 모아놓고 말씀을 하셨다.
“여러분이 심은 이 모종들은 몇 달이 지나면 훌륭한 채소들이 될 거여요. 참 신기하죠?”
“네!”
“좋아요. 대답소리가 큰 것을 보니 선생님의 말을 잘 듣겠군요.”
“이 모종들이 잘 크려면 여러분의 정성이 필요해요. 이제부터가 더욱 중요한 거여요. 매일 물을 주고 잡초를 뽑아 주어야 해요. 잘 알겠죠?”
“네!”
선생님의 말씀에 우리 모두는 아주아주 큰 소리로 대답했다. 그만큼 잘 할 수 있는 자심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모두 제각기 물을 줄 당번을 정하고 비료 주는 날들을 기록하기로 했다.
“이번 주는 형석이 네 차례다. 하루에 세 번씩 꼭 물을 주고 잡초도 뽑아. 알았지?”
조장은 나에게 몇 번이나 신신당부를 하고서 겨우 호미를 건네주었다. 작은 호미와 물뿌리개, 그리고 관찰기록장, 이것이 당번들에게 주어지는 도구였다.
내가 물을 주게 되어있는 첫째 날, 나는 몹시 흥분되어 아침 일찍 등교하였다. 밤새 제대로 잠을 못 잤으나, 기분은 매우 상쾌하였다.
아직 학교는 한산했다. 나는 물뿌리개에 물을 가득 담아서 휘파람을 불며 모종밭으로 갔다. 모종들은 파랗게 잘 자라고 있었다.
“얘들아! 많이많이 먹고 무럭무럭 자라거라.”
나는 고향의 봄을 흥얼거리며 모종들 사이로 돌아다니며 물을 주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강한 물줄기에 모종들이 쓰러지는 것이 아닌가? 자세히 보니 꽤 많은 모종들이 쓰러져서 썩어가고 있었다.
‘이런... 어쩐다. 이대로 가면 모종이 모두 죽겠는 걸...’
나는 물을 주다 말고 밭이랑에 우두커니 앉아 생각에 잠겼다.
‘물줄기를 약하게 하지 않으면 안 되겠는걸.’
나는 물뿌리개의 주둥이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러자 그것이 집에서 사용하는 후추병과 같은 원리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바로 그거야. 물뿌리개의 주둥이를 돌려 구멍이 작아지게 하는 거야. 조미료 병처럼 말이야.”
나는 곧바로 선생님께 뛰어가서 내가 발견한 사실을 말씀드렸다.
“흠, 아주 멋진 아이디어로구나. 우리 함께 이것을 만들어 보자.”
그날부터 나는 방과 후에 선생님과 과학실에 앉아서 새로운 물뿌리개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것은 이틀 만에 완성되었다.
“자 봐라. 물줄기가 굵어지기도 하고 가늘어지기도 하지?”
나는 많은 친구들 앞에서 물뿌리개를 들고 시범을 보였다. 예전처럼 모종이 다치지 않고 쉽게 물을 뿌릴 수 있었다.
“와 그거 좋으네. 우리 나중에 채소를 따면 형석이에게 더 많이 주자. 형석이의 공로가 제일 크잖아.”
“그래. 맞다.”
“그래. 많이 주자.”
모두들 용창이의 말에 찬성하며 내 주위로 몰려들었다.
“야! 우리 반의 발명왕을 위해 헹가레를 치자.”
나는 하늘 높이 떠오르면서 마음이 풍선처럼 부풀어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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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연중의 발명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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