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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텐드대 원리 파라솔
푸른 파도, 싱그러운 바다 내음, 반짝이는 모래. 책에서 말하는 그런 여름바다에 내가 와있다. 발가락 사이로 부드럽게 삐져나오는 바닷모래, 나를 그대로 녹일 듯이 내리쬐는 햇빛. 모든 것이 내가 상상하던 그대로이다.
“야! 경일아. 짜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냐?”
어느새 왔는지 동식이가 귓전에다 대고 크게 소리를 질렀다. 아름다운 바다의 풍경에 취해있던 나는 갑작스러운 소리에 놀라서 하마 트면 소리를 지를 뻔 했다.
“넌 할머니네 놀러 와서도 계속 바다에만 앉아있을 거냐? 그러지 말고 우리 배구라도 하자. 너무 생각만하면 머리가 열 받아서 부글부글 끓는 다구...”
인규는 특유의 익살맞은 표정으로 하얀 이만 드러내놓고 씨익 웃었다. 얼마나 뛰어놀았는지 얼굴은 새까맣게 탔고 이마엔 구슬땀이 송글송글 맺혀있었다.
“좋다. 그래 같이 가자.”
난 엉덩이를 툭툭 털고 일어나서 인규와 같이 걸었다. 해변의 저편에서는 이미 많은 아이들이 모여서 가위바위보를 하고 있었다.
“야호. 인규랑 경일이랑 왔다. 공평하게 이 둘도 다른 편으로 나누자.”
우리는 한참을 가위바위보를 하고 손바닥을 뒤집어서 겨우 팀을 나누었다.
“3대3”
“파이팅! 힘내자.”
“강 스파이크를 먹어랏!”
우리는 해변이 떠들썩하도록 소리를 지르며 공을 던지고 달리고 뛰어올랐다. 그때마다 모래도 같이 뛰어 오르고 파도도 장단을 맞추며 밀려왔다.
“와아! 이겼다.”
엎치락 뒤치락 두 세 번의 역전 재역전 끝에 우리 팀이 결국 승리를 품에 안았다. 우리는 서로를 얼싸 안고 소리를 버럭 지르며 방방 뛰었다. 마치 프로야구의 시즌 우승이라도 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이렇게 한참을 뛰고 나니 해가 중천에 걸려 꽤나 더웠다.
“아이고 안 되겠다. 우리 그늘에 앉아 좀 쉬자.”
우리는 모두 파라솔 아래에 자리를 잡고 누웠다. 그늘에서 쉬고 있노라니 시원한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와 어느새 잠이 솔솔 들었다.
얼마를 잤을까? 얼굴이 따끔하고 너무 더워서 잠에서 깨어났다. 그런데 햇볕이 바로 얼굴위로 내리쬐고 있어서 눈을 똑바로 뜰 수가 없었다.
“아니, 어떻게 된 거야. 분명 그늘에서 자고 있었는데...”
부시시 일어나서 주위를 둘러보니 파라솔의 그늘은 저만치 옮겨가 있었다.
‘아하! 해가 움직여서 그런 것이로구나.’
“야야! 인규야. 일어나봐.”
나는 정신없이 자고 있는 인규를 흔들어 깨웠다.
“무슨 일이야? 지진이라도 났냐?”
인규는 눈을 부비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파라솔을 좀 옮기자고...”
우리 둘은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파라솔의 위치를 바꿔보려고 했다. 그러나 그것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야! 못하겠다.”
인규는 손으로 얼굴을 문지르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나도 기운이 빠져 더 이상 움직일 수가 없었다. 하는 수없이 우리는 파라솔 옮기는 것을 포기하고 어정어정 집으로 걸어 올라갔다.
“파라솔을 쉽게 움직일 수는 없을까? 해가 움직일 때마다 자리를 바꾼다는 것은 귀찮은 일인데 말이야.”
“그러게 말야. 왜 어른들은 그런 생각을 못할까?”
우리 둘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서 계속 파라솔 이야기를 하며 묘책을 강구해보았다.
그날 저녁이었다. 모든 식구가 식탁 앞에 앉아 식사할 준비를 하고 있었으나 인규가 방에 틀어박혀 나오지를 않았다.
“얘. 경일아. 인규가 왜 아직 안나온다니? 좀 들어가서 데려오렴.”
할머니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방문 쪽을 바라보시며 나에게 말씀하셨다.
“예. 할머니...”
나의 대답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방안에서 커다란 괴성이 들려왔다. 인규의 목소리였다. 나는 물론이고 온 식구가 놀라 인규에게로 뛰어갔다.
“할머니! 이것 보세요. 이게 정답이어요.”
인규는 스텐드를 붙잡고 미친 사람처럼 웃어대고 있었다.
“아하! 너 파라솔의 문제를 생각하고 있었구나!”
나는 인규의 손에 들린 스텐드를 보고 금방 사태를 파악할 수 있었다.
그 스텐드는 기둥이 자유자재로 구부러지고 펴질 수 있게 되어있었다. 흡사 구부러지는 빨대와 같은 것이었다. 이런 원리니 각도나 높이가 자유자재로 움직여지는 것이다.
“이것처럼 파라솔의 기둥을 만들면...”
“그래. 그러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겠구나.”
우리 둘은 손을 맞잡고 크게 웃었다.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공무원학과 겸임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그림 : 김 민 재(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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