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량 낚시 의자
나는 점점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시간은 벌써 점심때가 가까워 오는데 나는 아직 피래미 한 마리도 잡지 못하고 있었다.
남들은 매운탕을 끓여 먹는다, 어탁을 뜬다고 난리들인데 나와 동생은 멍하니 앉아 있었던 것이다.
“형, 어때? 고기 좀 잡혀?”
“말도 마! 입질도 안한다. 고기가 전부 이민이라도 갔나보다.”
나는 투덜대며 모자를 푹 눌러 썼다.
‘한 마리도 못 잡으면 안 되는데... 잔뜩 잡아 오겠다고 엄마랑 약속까지 했는데.’
저수지 건너편에 있는 낚싯대가 또 번쩍 들어올려졌다.
“야! 월척이다!”
낚싯대의 임자는 싱글벙글하며 손을 번쩍 치켜들었다. 그 아저씨의 손에는 은빛비늘이 유난히 반짝이는 붕어가 들려 있었다.
“야! 정말 크군. 저 사람은 정말 좋겠어!”
내 주위에 앉은 아저씨들도 모두 부러움 섞인 찬사를 보냈다.
‘나도 저런 월척을 한마리만 잡아 봤으면...’
나는 두 눈을 감고 월척을 잡는 광경을 상상해 보았다. 팽팽하게 당겨지는 낚싯대의 감촉, 사람들의 환호... 정말 멋진 광경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상상일 뿐이었다. 실제로 내 고기 바구니는 월척은커녕 피래미 한 마리도 없었다.
“형, 우리 자리를 옮겨 보자. 어쩌면 자리가 안 좋아서 고기가 안 잡히는 것일지도 몰라.”
철준이는 애원하듯이 내게 말했다.
“그래. 그게 낫겠다. 어딜 가도 여기 보다는 더 잘 잡히겠어.”
나는 낚시도구와 고기바구니, 의자를 챙겨들고 일어섰다.
이 저수지는 고기가 많은 곳이라 소문이 나있어서 찾아오는 사람들이 꽤 많다. 게다가 오늘이 휴일이라서 평소보다는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려 와 있었다.
“이런, 앉을 자리가 없네...”
나는 눈을 크게 뜨고 주위를 자세히 둘러보았다. 그러나 비어 있는 자리는 한군데도 없었다. 나는 너무나 낙심하여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형, 저기에는 앉으면 안 되는 거야?”
철준이는 비탈진 언덕을 가리켰다.
“거기는 너무 경사가 져서 앉을 수가 없어!”
나의 말에 철준이는 고개를 떨구었다. 실망감과 피로로 철준이의 얼굴은 거의 울상이 되어 있었다.
“그래. 한번 가보자. 어쩌면 안을 만한 곳이 있을지도 몰라.”
나는 철준이의 풀죽은 모습이 너무 안Tm러워, 하는 수 없이 언덕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곳은 생각보다는 경사가 완만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들이 없어서 낚시하기에 아주 좋았다.
“좋아 이정도면 견딜만하겠다.”
나는 낚시도구를 땅에 내려놓고 심호흡을 했다. 가까이에 나무들도 있어서 공기가 더욱 상쾌했다.
낚싯대를 하나하나 정성스레 설치하고 신문지로 앉을 자리를 폈다. 그리 급경사가 아니라 해도 의자를 놓고 앉기에는 불편하기 때문에 하는 수 없이 신문지를 쓰게 된 것이다.
“이야! 또 잡았다!”
“형! 나도 잡았어!”
자리를 옮기자마자 우리는 곧 신나게 고기를 낚았다. 고기가 하도 잘 잡혀서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를 정도였다.
“야! 우리 이제 매일 이 자리에 와서 낚시하자.”
철준이는 고기 바구니를 들여다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 여기를 우리 자리로 정하자!”
나도 신이 나서 경쾌하게 말했다.
“야호! 야호!”
철준이는 환호성을 지르며 앞서 뛰어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녀석의 엉덩이가 흠뻑 젖어 있었다.
‘그러고 보니 내 엉덩이도 축축한 걸...’
나는 손으로 엉덩이를 더듬어 보았다. 아니다 다를까 철준이 처럼 나도 흠뻑 젖어 있었다. 풀잎의 물기가 신문지에 베어 바지를 적신 것이었다. 할 수없이 나는 바지가 젖은 채로 어그적어그적 걸으면서 집으로 돌아갔다.
‘고기가 그렇게 잘 잡히는 곳은 아주 드문데... 어떻게 의자를 놓고 앉을 수 없을까?’
나는 낮의 일을 떠올리며 고민에 빠졌다. 명당자리를 놓치고 싶지는 않고, 바지 또한 적시고 싶지 않았다.
‘비탈진 곳에 의자를 놓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나는 의자를 살짝 들어 보았다.
‘만약 이 의자의 다리길이가 서로 다르다면 어떨까? 앞의 다리는 길고 뒷다리는 짧다면...’
나는 의자를 경사면에 세워두고 앞의 다리에다 책을 괴어 보았다. 그러자 의자의 앉는 부분은 평형을 유지했다.
‘바로 그거야! 의자 각 다리의 길이를 조절할 수 있게 만드는 거야!’
나는 의자의 네 개의 다리에다 각각 알맞은 쇠파이프를 끼워 넣었다. 그리고 각각 조임 나사를 부착해서, 다리의 길이를 조정한 뒤 고정할 수 있게 했다. 그러자 곧 아주 훌륭한 개량 낚시의자가 탄생했다.
“그러면 이제 맘 놓고 명당자리로 낚시 갈 수 있는 거야?”
“그럼!!”
“야호!”
철준이는 낚시의자를 꼭 안고서 펄쩍펄쩍 뛰었다. 철준이의 귀여운 엉덩이를 보며 나도 따라 웃었다.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공무원학과 겸임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그림 : 김 민 재(만화가)
|
왕연중의 발명동화
Designed by DOWO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