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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통 따개
“박사님! 성공 입니다.”
“성공입니다!”
모두들 일제히 만세를 불렀다. 나는 망연히 서서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뺨으로 뜨거운 눈물이 흘러 내렸다.
“드디어... 드디어 성공이군!”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차를 쓰다듬었다. 나의 반평생에 걸려 만든 걸작 에어카! 나의 가슴은 마구 벅차올랐다.
“박사님!”
흰 가운을 입은 조수와 연구원들이 내 곁으로 몰려들었다. 그들은 모두 기쁨의 눈물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그래! 그래!”
나는 그들과 얼싸 안고 뒤엉켜서 맘껏 감격을 누렸다.
“아아! 나의 에어카... 으음!”
나는 허공에 손을 저었다.
“얘가 무슨 잠꼬대를 이렇게 심하게 해?”
낯익은 목소리에 나는 눈을 번쩍 떴다. 눈앞에 엄마의 얼굴과 내방 천정의 꽃무늬가 또렷이 나타났다.
“꿈이었구나!”
나는 허탈해져서 힘없이 일어났다.
“정말 멋진 꿈이었는데...”
나는 다시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흰 가운에 금테 안경, 흐트러진 머리칼... 모든 것이 손에 잡힐 것만 같았다.
“정신 차리고 빨리 나와. 아빠랑 약수터에 가기로 했잖아.”
엄마는 멍하니 앉아있는 나에게 다시 한번 주의를 주셨다.
“어휴!”
나는 입맛을 쩝쩝 다시며 마지못해 일어섰다.
차디찬 새벽 공기가 가슴깊이 스며들었다. 나와 아빠는 가볍게 조깅을 하며 산비탈을 따라 올라갔다. 산새의 고운 노래 소리와 나뭇잎 사이로 돌아드는 바람 소리가 한결 상쾌하게 들렸다.
“자, 우리도 가볍게 체조나 하자.”
아빠는 약수통을 물받이 아래에 놓아두고 깊이 숨을 쉬셨다. 나도 아빠를 따라서 몸을 돌리고 팔을 젖히면서 체조를 시작했다.
약수터에는 우리 말고도 꽤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배드민턴을 치는 사람이며, 음악에 맞춰 에어로빅을 하는 등 모두 활기에 넘쳐 보였다.
그런데 이 평화로운 곳에 갑자기 요란한 폭발음이 들려왔다.
“펑! 펑! 펑!”
산을 뒤흔드는 요란한 굉음에 우리는 당황하였다. 약수터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꺄악!”
아줌마들은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고, 아저씨들은 재빨리 땅바닥에 납작하게 엎드렸다. 나도 바위 옆에 바짝 붙어 앉아서 몸을 웅크렸다. 뭔가 끔찍한 일이 생길 것만 같았다.
우리는 그렇게 숨을 죽이고 한참동안을 공포에 떨었다.
얼마나 흘렀을까? 내 옆에 있던 아저씨가 슬그머니 일어났다. 그러자 곳곳에서 사람들이 아주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
“이제 끝났나본데?”
여기저기서 작은 속삭임이 들려왔다.
“별일 아니어요. 다들 일어나세요. 쓰레기 소각장에서 부탄가스통이 터진 거랍니다.”
제일 먼저 일어섰던 아저씨다 크게 소리쳤다. 그러자 사람들은 안도의 숨을 몰아쉬며 일어섰다. 나도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너무 놀란 탓에 머리가 띵했다.
“그러게 부탄가스통을 버릴 땐 주의해야 한다니까! 구멍을 내어서 남은 가스를 모두 빼야지...”
아빠는 혀를 차시며 무릎을 툭툭 터셨다. 다른 사람들도 모두 아빠처럼 혀를 차고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아빠. 다 쓴 가스도 꽤 위험하네요?”
“겉으로 보기에는 다 쓴 것 같지만 안에는 가스가 남아있지... 그것을 전부 빼내야만 한단다.”
“저렇게 두꺼운 깡통에 구멍을 내려면 쉽지 않을 텐데...”
나는 시커멓게 타버린 부탄가스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옆에는 음료수 캔이 나뒹굴고 있었다.
‘가만! 저 음료수 캔의 병따개처럼 가스통에도 따개를 만들 수 없을까?’
가스통의 몸통에 따개를 만들어 두면, 가스를 다 쓰고 나서 힘들게 송곳으로 깡통에 구멍을 뚫을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아빠! 가스통에다가 저런 따개를 덧붙이면 어떨까요? 가스를 다 쓰고 나서 저 따개만 따버리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잖아요.”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나의 말에 아빠는 눈을 동그랗게 뜨셨다.
“그래! 정말 멋진 생각이구나! 아주 그럴듯해!”
아빠는 나의 볼을 살짝 잡아당기며 빙긋이 웃으셨다. 나도
아빠를 따라 환하게 웃었다. 어쩐지 간밤에 꾼 꿈이 이일을 예고한 것처럼 느껴졌다.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공무원학과 겸임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그림 : 김 민 재(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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