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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수 휴지걸이
“엄마가 몇번을 이야기 했잖아. 샤워를 할 때는 좀 조심하라고!”
“이것 봐라. 물이 튀어서 휴지가 이 모양이 됐잖니!”
엄마는 손에 커다란 휴지를 들고 일장 연설을 하셨다. 아닌가아니라, 그 휴지는 물에 불어서 보통 것보다 두 배로 커져있었다. 그리고 울퉁불퉁한 우스운 모양이 되어 있었다.
“히히! 꼭 네 얼굴 같구나?”
“무슨 소릴? 내가 보기에는 오빠의 삐뚤어진 엉덩이 같은
데...”
오빠와 나는 휴지를 보며 서로를 놀려댔다.
“너희들! 정말 엄마 말 안들을 거야?”
엄마의 목소리가 한층 날카로워졌다. 분명, 우리들이 진지하지 못하고 장난치며 웃는 것에 화가 나신 것이었다.
“이제부터, 이 젖은 휴지를 쓰는 거야. 만약 그것을 어길 때는 엄마랑 다시는 말도 하지 않을 것을 각오해야 할 거야!”
엄마는 최후의 통첩을 남기시고는 총총히 사라져 버렸다. 오빠와 나는 엄마의 뒷모습을 보며 멍하니 서있었다.
“어쩌냐? 엄마가 화나셨나봐.”
“그것봐. 이게 다 오빠 탓이야!”
“무슨 소리야? 네가 샤워를 너무 요란스럽게 하니까 벌어진 일이잖아!”
“내가 언제? 오빠가 그랬지!”
우리는 서로를 원망하며 치열한 말싸움을 벌였다. 그러나 우리가 아무리 큰 소리를 지르고 주먹다짐을 벌여도 젖은 휴지가 좋은 상태로 변하지는 않았다.
젖은 휴지를 쓰는 것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고역스러운 일이었다.
“야 너희들 때문에 아빠까지 이게 무슨 고생이냐?”
아빠는 화장실에서 나오실 때마다 우리에게 원망스러운 눈초리를 보내셨다. 그리고 우리들은 우리들대로 불편함에 시달려야 했다.
“더 이상 안 되겠다.”
화장실에서 나오자마자, 나는 참지 못하고 큰소리로 외쳤다.
“그래. 나도 더 이상은 안 되겠다.”
나의 외침에 오빠까지 동의했다.
“대책을 마련하자. 휴지가 자꾸 찢어지는 통에 향기롭지 못한 냄새를 자꾸 접하게 되거든...”
“맞아. 나도 기분이 찝찝해서 참을 수가 없어!”
우리 둘은 오랫 만에 의견일치를 보고 대책회의에 들어갔다.
“어떻게 할까? 엄마 몰래 새 휴지를 사다놓고 쓸까?”
“만약 엄마가 아시게 되면 그 뒷일은 어떻게 하고? 그땐, 엄마가 너무 화가 나셔서 우리는 정말 혼나게 될 걸?”
“아아! 휴지가 젖지 않도록 비닐이라도 씌워야지... 젖은 휴지는 정말 못쓰겠다.”
“맞아! 오빠! 바로 그거야! 젖지 않는 휴지걸이...”
순간 오빠의 눈이 반짝였다.
“그래. 무슨 말인지 알았다. 새로운 휴지걸이를 개발해서 엄마를 기쁘게 해드리자는 말이지?”
오빠의 말에 나는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해서 우리 둘은 새로운 목표를 세우게 되었다.
“위의 덮개를 크게 해야겠지?”
“그보다는 아예 통 모양으로 만드는 것이 낫지 않을까?”
“그래, 그편이 더 좋겠다.”
“재료는 어떤 것이 좋을까?”
“아크릴이 좋지 않을까. 만들기도 좋고...”
“흐음, 그럼 투명한 것이 좋겠다. 휴지가 얼마나 남았나 보는 것도 중요하니까.”
우리는 서로 진지한 의견을 주고받으며 새로운 휴지걸이의 기본 틀을 만들어 나갔다.
그것은 가로가 약간 더 긴 직육면체로 설계 되었다. 그리고 그 뚜껑은 상자처럼 열려 그곳으로 휴지를 갈아 넣을 수 있었다. 상자의 밑 부분에는 길게 틈을 두어 그 사이로 휴지가 나올 수 있도록 하였다. 물론 투명 아크릴판을 재료로 사용하여 상자 안의 내용물이 보이도록 신경을 썼다.
“어때. 멋있지?”
“물론. 엄마도 반하실거야.”
우리는 새로 개발한 휴지걸이를 앞에 두고 만족한 웃음을 지었다.
엄마, 아빠의 반응은 우리가 기대한 것 이상이었다.
“야! 이제 젖은 휴지의 공포로부터 해방이구나. 장하다. 내 아들 딸아!”
아빠는 어린애처럼 기뻐하셨다.
“맨 날 투덕거리고 싸움질만 하는 줄 알았더니... 둘이서 이런 걸작을 만들어냈네!”
엄마도 우리를 대견해 하셨다. 오빠와 나는 서로를 쳐다보며 빙긋이 웃었다.
‘아! 이제 뽀송뽀송한 휴지를 쓰겠구나...’
난 뿌듯한 마음에 가슴을 주욱 폈다. 그런데 바로 그때 엄마가 폭탄선언을 하셨다.
“일단, 젖은 휴지는 전부 써야 해.”
정말 아찔한 순간이었다.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공무원학과 겸임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그림 : 김 민 재(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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