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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도가 조절되는 물뿌리개
지난 봄, 나는 시골에 사시는 외할머니 댁에 놀러갔다.
“외할머니, 안녕하세요?”
“오, 우리 연주 오는구나. 어서 오너라.”
비닐하우스 안에 있는 작은 채소 묘목에 물을 주고 계시던 외할머니께서 무척 반갑게 맞이해 주셨다.
물뿌리개를 사용하여 물을 주는 모습이 무척 재미있을 것 같아, 한동안 지켜보던 나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외할머니, 저도 한번 해볼게요.”
그러자 외할머니께서 손을 내저으며 말씀하셨다.
“안된다.”
“왜 안되요?”
“보기에는 쉬운 것 같지만, 아무렇게나 물을 주면 새싹이 물의 힘 때문에 부러지거나, 뿌리가 뽑혀 육모가 죽을 수 있단다.”
그러나 나는 막무가내로 졸라댔다.
“외할머니, 그래도 해보고 싶어요. 조심해서 줄게요.”
“그 고집은 누굴 닮은 거냐? 애도 참, 그러면 물뿌리개에 물을 가득 담은 후, 아무 것도 없는 밭에다 연습으로 물을 뿌려본 후에 해봐라.”
나는 기분이 좋아져서 큰소리로 대답했다.
“녜, 그렇게 하겠어요.”
그리고 실제로 물을 뿌려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어려웠다. 물의 양을 균일하게 주면서 천천히, 고르게 뿌리는 것이 힘들고 어려웠기 때문이다.
세 통째, 물뿌리개에 물을 가득 담아 가지고 연습을 해보니 팔이 아팠다.
“외할머니, 힘들어서 못하겠어요.”
“그렇지? 남이 하는 일은 쉬워 보이지만, 실지로 해보면 그렇지 않은 거란다. 이제 물뿌리개를 이리 주거라.”
그런데 중간에 포기하기는 싫고, 오기로 라도 해보고 싶어 우김질을 했다.
“그래도 직접 채소 묘에 물을 주겠어요.”
“그럼 천천히, 조심해서 물을 줘야 한다.”
마침내 외할머니께서 할 수없이 허락을 하셨다.
나는 그럭저럭 물을 주었다.
한참 후에 채소 묘를 보니, 뿌리가 뽑힌 것, 부러진 것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그제 서야 외할머니께 죄송하였고, 농사는 참으로 어렵다는 것을 실감하였다.
“채소야, 미안하다. 외할머니, 고집을 부려서 죄송해요.”
특히 물뿌리개로 물을 줄때, 처음에는 허리를 굽혀야 하고, 물통의 물이 어느 정도 줄었을 때는 물뿌리개의 긴 목의 기울기를 크게 해야 하는 등 어려운 점이 많았으며 나중에는 허리와 손목이 많이 아팠다.
나는 외할머니께서 채소에 물을 준 후, 몸이 아프실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팠다.
또한 농부들의 고생을 모르고, 음식 투정이나 했던 것을 생각하니 자신이 부끄럽기 그지없음을 느끼게 되었다.
집에 돌아온 후에도 농사에 대한 생각은 잘 지워지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쉽게 물을 줄 수 있을까?’
머리 속은 온통 그 생각뿐이었다.
“연주가 웬일이야! 요즘은 얌전해진 것 같으니...”
나의 태도를 보고, 오빠가 놀리듯이 말했다. 어머니께서도 말씀하셨다.
“글쎄다. 반찬 투정도 안하고... 외갓집을 다녀오더니 철이 든 것 같구나.”
“히히히, 이유가 좀 있긴 있지요.”
겉으로는 웃어 넘겼지만, 외할머니를 생각 할 때마다 마음은 심각했다.
‘속도 모르고...’
그러던 어느 날, 오빠의 방에 들어갔다가 책상 위의 전기스탠드에서 각도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플랙시블을 보았다. 그 순간 불현듯 머리에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이거다! 물뿌리개의 긴 목에 플랙시블을 사용하면 물을 줄 때 대단히 편리하겠는 걸.’
나는 어머니께 내 생각을 말씀드렸다.
“우리 연주가 그런 갸륵한 생각을 했어? 기특하기도 해라.”
어머니는 매우 대견해 하시며, 제작에 필요한 돈을 선뜻 내주셨다.
나는 곧 철물점과 전기상회에 가서 필요한 재료를 사왔다.
제작 또한 생각보다 어려웠다.
물통에 구멍을 뚫으려다가 칼에 손을 베기도 했지만 끝까지 만들겠다는 고집으로 내 생각을 실천에 옮겼다.
플랙시블을 부착한 후 실험을 해 보니 훨씬 편리하고 잘 되었다.
“외할머니, 이 물뿌리개를 사용해 보세요.”
나는 의기양양하게 새로운 물뿌리개를 외할머니께 자랑했다.
“응, 편리하구나.”
외할머니께서 사용해 보시고는 나를 칭찬해 주셨다.
그런데 지난 번 채소 묘에 물을 줄 때는 묘가 어려서 힘들었는데, 그동안 많이 자라 물을 주기가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물을 세게 주었을 때, 채소 묘가 뽑혔던 것을 생각하며,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궁리하게 되었다.
그러던 토요일 오후, 나는 어머니를 따라 슈퍼마켓에 갔다. 그곳에는 가정에서 필요한 여러 가지 주방기구가 있었다.
“엄마, 이게 뭐예요?”
“그거? 수도꼭지에서 물이 나올 때 분산시키는 조절기란다.”
“이걸 사 주세요..”
“뭐에 쓰려고?”
“제 발명품에 사용하려고요.”
어머니께서 사 주신 꼭지쇠를 들고 집에 와서 지난번에 만든 물뿌리개에 조립하여 사용해보니 훌륭했다.
“외할머니, 어린 묘에 물을 줄 때는 이 작은 구멍으로, 큰 묘에 줄 때는 큰 구멍으로... 아셨지요?”
“그래. 우리 연주가 고집 값을 했구나. 정말 편리하고 훌륭하다.”
발명이란 정말 좋은 거다.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공무원학과 겸임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그림 : 김 민 재(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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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연중의 발명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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