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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고 간편한 새 흑판
“히히히, 재미있다.”
나는 흑판에다 그림도 그리고, 수학 문제도 풀고, 글씨를 쓰며 여러 가지 재미있는 시간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어머니께서 거실로 나오시며 내게 말씀하셨다.
“미경아, 거실을 치워야 하니까 네 방에 들어가서 하렴.”
“녜, 엄마.”
시원스럽게 대답한 나는 벽에 걸려있는 흑판을 내렸다.
“으라차차!”
그러나 흑판을 내려들고 방으로 가려는데, 작게만 보였던 흑판이 꽤 무거웠다.
“조그만 게 꽤 무겁네!”
혼자서 입속으로 투덜거리며 영차영차 힘을 내어 방에다 걸어 놓았다.
하지만 왠지 흑판에다 글씨를 쓰고, 그림을 그리고 싶던 마음이 모두 달아나버렸다.
‘에이, 기분 망쳤네.’
그 이유는 바로 흑판의 불편함 때문이었다. 매일 이렇게 불편함을 겪는다는 것은 고통이라고 생각되었다.
‘이 흑판의 불편한 점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나는 책상 앞에 우두커니 앉아 생각에 잠겼다.
그러나 방법은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미경아, 이리 나와서 엄마 좀 도와줄래?”
어머니의 호출에 나는 잠시 생각의 나래를 접고 거실로 나갔다.
“엄마, 왜 그러세요?”
“응, 내일 옆집 숙희네랑 바닷가에 가기로 했잖니. 음식을 준비해야 하는데 할 일이 너무 많구나. 네가 좀 거들어줘야 하겠어.”
“알았어요. 엄마! 감자 껍질은 제가 벗길 테니 이리 주시고, 다른 거 하세요.”
“그래. 손 조심해라.”
어머니와 나는 우리 집 식구들이 먹을 음식을 장만하느라 늦게까지 주방에서 일했다.
“엄마, 동해안으로 가는 거 에요?”
“그래, 강릉으로 해서 한바퀴 돌아오게 될 거다.”
“얏호. 이게 얼마만이지요?”
“아침 일찍 출발해야 하니까 이젠 너도 들어가서 준비해라.”
“이야, 신난다.”
드디어 날이 밝자, 우리 집 식구와 숙희네 식구들은 모두 자동차에 몸을 실었다.
-바다는 부른다. 환희에 빛나는...-
아버지의 콧노래를 들으며 얼마쯤 가자 햇빛이 자동차 안으로 스며들었다.
“아빠, 저 자동차 햇빛 가리개 좀 주세요.”
“그래. 이제 햇빛이 뜨거워지는구나.”
나는 햇빛 가리개를 받아들고 내 옆자리의 유리에 달았다.
그리고 자동차가 또 얼마를 달렸을까.
“우와, 바다다. 저 파란 바다...”
어머니가 소녀처럼 탄성을 질렀다.
“정말 몇 년 만에 보는 바다야!”
나는 창밖으로 바다를 보기 위해 햇빛가리개를 들쳤다.
“미경아, 가리개 위쪽에 버튼 같은 것이 있지? 눌러봐라.”
아버지의 말씀에 그대로 했더니 햇빛 가리개가 저절로 접혀졌다.
그때 내 머리 속으로 반짝 떠오르는 형광등 불빛 하나.
‘맞아. 이 성질을 이용하는 거야.’
과연 경포대의 푸른 바다는 넓고, 시원스러웠다.
식구들은 저마다의 즐거움에 취해 바닷가에서 재미있는 휴일을 보내고 있었지만 내 마음은 자꾸만 딴 곳으로 흐르고 있었다.
‘과연 내 생각대로 발명품이 만들어 질까?’
‘아니야, 믿져야 본전인데, 성공하면 좋고 안 되면 다시 해 보는 거지 뭐.’
“미경아,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고 있니? 자동차의 햇빛 가리개는 왜 손에 들고...”
아버지는 내 행동이 궁금해서인지 가끔 눈길을 주셨다.
“비밀이에요.”
드디어 우리 일행은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오늘 즐거웠어요. 안녕히 계세요.”
“수고하셨습니다. 편히 쉬세요.”
“미경아, 내일 보자.”
“응, 숙희야. 안녕!”
이윽고 혼자만의 시간이 되자, 나는 그간 생각했던 것들을 실행으로 옮겼다.
먼저 가장 중요한 햇빛 가리개, 백색 비닐, 손잡이를 하기 위해 필요한 끈, 펜, 지우개 등 간단한 재료를 준비했다.
‘자, 이제 만들어 볼까?’
나는 재료를 하나씩 이용하여, 내 생각대로 가볍고 편리한 흑판을 만들었다.
햇빛 가리개를 핀 상태에서, 준비한 백색 비닐을 붙이고, 손잡이용 끈을 위에 달고, 마지막으로 펜과 지우개를 고정 대에 끼웠다.
이렇게 하여 편리한 흑판의 제작이 끝났다.
‘이건 생각보다는 매우 간단하네.’
그러나 기분이 좋았다. 어찌나 좋은지 하늘을 나는 것 같은 느낌까지 들었다.
내가 만든 흑판은 한손으로 들어도 번쩍 들 수 있을 만큼 가볍고 간편했다.
그리고 이렇게 가벼운 흑판에다 펜과 지우개를 고정 대에 부착시키니 잃어버릴 염려가 없어서 좋았다.
흑판의 단점을 보완한 아이디어용품을 내가 발명했다고 생각하니, 벅찬 기쁨과 뿌듯함이 내 마음 속을 가득 메웠다.
다음 날, 나는 또 다시 거실에서 그림을 그렸다. 이젠 어머니께서 옮기라고 해도 문제될 것이 없었다.
방으로 들어가고 싶어져도 불편할 것이 없었다.
‘흑판을 접어서 한손으로 가뿐히...’
야외에서도 방에서도 이동이 편리할 것이라 생각하니, 발명이란 참 신기하고 재미있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공무원학과 겸임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그림 : 김 민 재(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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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연중의 발명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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